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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고영철의 향토연구"제주의 원류를 찾아서.."
[향토문화]은밀한 소문..광령리 마씨미륵당아이를 못 낳는 여인이 이 당에만 갔다오면 아들 낳아
고영철(제주문화유산답사회장)  |  http://www.jejuhisto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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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8.07.12  07: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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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령리 마씨미륵당

위치 ; 한밝저수지에서 서쪽으로 난 산록도로(1117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무수천 상류에 다리가 있는데 그 다리 바로 동쪽에 북쪽으로 난 시멘트 포장 도로로 100m쯤 내려가면 길 동쪽에 널찍한 밭이 있고, 밭 가운데 낮은 담과 키 큰 나무들로 둘려진 당을 찾을 수 있다.

시대 ; 현대
유형 ; 민간신앙

   
▲ 마용기당

당의 유래를 보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람이 죽어서 미륵조상으로 모셔지는 경우도 있다. 그 사람은 전설처럼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져 이제는 누구나 '미륵조상'이라 생각한다. 광령리 일뤳당이 그런 경우이다.

광령리 일뤳당은 미륵부처를 모시는 미륵당이다. 그러나 지금은 '마씨당' '마씨미륵당' 또는 '마용기당'으로 불려지고 있다. 이 당을 지키던 마(馬)씨할으방이 죽어서 이 당의 당신이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마씨할으방은 1900년대초 출생한 사람이다. 1970년대에 70살 나이로 죽었는데 그가 살아왔던 행적으로 인해 백년 안팎의 역사 속에서 하나의 미륵 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옛날부터 광령리에는 길이 험하여 찾아가기 힘든 당이 있었다. 사람들은 보통 일뤳당(七日神堂)이라 하여 어느 마을에서나 마찬가지로 음력 초이레, 열이레, 스무이렛날 아이의 병을 낫게 해 달라고 여인네들이 찾아가는 당이었다. 그러니까 이 미륵당은 아이를 잘 길러 주는 산육치병(産育治病) 신(神)의 당이었는데 이제는 아이를 못 낳는 여인이 이 당에만 갔다오면 아들을 낳게 된다는 당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거기에는 미륵불 연기설화라 할까 은밀하게 떠도는 이야기가 있다. 마씨할으방은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영웅적인 존재는 아니다. 미륵불의 출현이라고 믿을 만한 존재는 더욱 아니었다.

다만, 일뤳당의 서쪽에 집을 짓고 살았다는 그는 키가 육척이며 기골이 장대하고 힘이 장사였다고 하는데 자칭 '한라산신령'이라고 했다.

마치 여러 마을의 당 본풀이에 나오는 '밥도 장군, 떡도 장군함도 장군'을 연상케 할 만큼 촐(꼴)을 등짐으로 져 나를 때는 눌(낟가리)만큼 크게 져서 작은 산 하나를 져 나르는 것 같았고, 방목하던 소를 잃어 버렸을 때는 마씨할으방에게 부탁하면 귀신 같이 찾아 줄 뿐만 아니라, 아무리 거칠게 들러퀴는(날뛰는) 소일지라도 양뿔을 두 손으로 잡아 꼼짝을 못하게 한 다음 고삐를 묶어 주었다고 한다.

한라산의 산신들 중에는 테우리(牧童)가 찾아가 빌면 잃어 버린 소를 찾아 준다는 신들이 많다. 그렇다면 마씨할으방도 살아 있는 산신령이라고 믿을 만도 하다.

이런 그의 행적과 함께 새로운 소문이 하나 떠돌게 되었다. 광령리 미륵당에 찾아가 미륵불에게 빌면 누구나 아들을 낳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 소문은 육지에까지 퍼져 육지 사람들도 찾아왔으며 심지어는 어느 법무부장관의 부인도 아들을 낳지 못하자 이곳에 찾아와 기도하여 아들을 낳았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런데 어느 증언자의 말에 따르면 아들을 낳기 위하여 기도하러 간 아녀자들이 이 마씨할으방과 정을 통하여 아들을 낳게 되면서부터 이곳에서 기도하면 아들을 낳게 된다는 말이 퍼져 나간 것이라고 한다.

증언자가 1950년경에 마씨할으방에게 "지금까지 낳아 준 아들을 전부 주민등록에 올리젠 허민(올리려면) 몇 명이나 되염직 허여?(될 것 같은가?) 아마 400명은 될테주이?" 했더니 "그것만 되어? 천명도 넘주." 하더라는 것이다. (이런 내용의 증언은 필자도 1995년 경 신(申) 모 어른으로부터도 들은 적이 있다.)

마씨할으방이 살던 곳 인근에 대나무밭이 있는데 사람들이 대나무를 잘라가려고 하면 겁나게 욕설을 퍼붓다가도 술을 한 병 들고 오면 필요한 만큼 베어가도 좋다고 허락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가 죽은 지금도 사람들은 술을 올리고 대나무를 마음대로 베어간다고 한다.

마씨할으방은 나이 칠십쯤 되었을 때 미륵당 옆에 초가를 짓고 살았는데 어느 날 술을 먹고 잠자다가 집에 화재가 나서 불에 타 숨졌다고 한다.

살았을 때 자칭 도사다 산신령이다 하는 주장 속에는 소를 찾는 능력, 소를 다루는 능력 등은 산신령의 힘을 가진 것으로 인식 된 것이며, 그의 강한 정력이 아이 못 낳는 여인에게 아이를 낳게 했다는 소문은 효험은 어쨌던 불륜이었기에 은밀하게 그러면서도 더욱 신비롭게 신화처럼 살아남은 것이다.

신앙민들에게는 그가 살아 있었을 때 그의 강한 힘을 믿었고, 죽어서도 그 사람을 조상신으로 믿고 모시면 신통력이 발생한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죽은 그가 사내 아이를 낳게 해 주는 조상 미륵으로 모셔지는 것은 민간신앙의 주술성과 관련이 있다.(한라불교 2002년 1월 1일. 문무병의 글) 그러나, 현세에 얼굴을 보며 살다간 인물이 당에 모셔진다는 것은 요즘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당에는 돌로 음각하여 사람 형상을 만든 미륵과 마치 사람의 상체처럼 보이는 자연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고, 그 앞에는 시멘트로 바닥을 평평하게 해 놓았으며, 석상과 바닥의 사이에는 마치 집의 지방 턱과 같이 경계를 갈라놓은 시멘트 구조물이 있다. 그런데 이 신상은 2003년 경에 없어져 버렸다. 누군가 훔쳐간 것으로 생각된다.

길과 밭 사이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는데 당 가까운 곳 철조망은 사람이 드나들기 쉽게 위아래로 넓혀져 있고, 며칠 전에 썼던 것인지 새가 쪼아먹은 자국이 선명한 사과나 귤 등의 과일이 시들어가고 있으며, 약간의 물색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것으로 보아 신앙민들은 지금도 여전히 다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3년 2월 23일 답사했을 때에는 12시 30분경이었는데 종이컵 속에서 양초가 타고 있었고, 귤·사과·배·감·곶감·딸기·도토리묵 등 제물로 올렸던 싱싱한 음식이 주변에 남아 있었으며 명태를 태우는 불기운이 남아 희미한 연기가 나고 있어 당일 오전에도 신앙민이 다녀갔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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