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입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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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입산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1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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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84.5m 비고:65m 둘레:1,742m 면적:229,521㎡ 형태:원형

 입산봉

별칭: 삿갓오름. 입산봉(笠山峰. 立傘峰. 笠傘峰). 망동산

위치: 구좌읍 김녕리 1,033번지

표고: 84.5m  비고:65m  둘레:1,742m 면적:229,521㎡ 형태:원형  난이도:☆☆☆

 

 

능선과 등성은 망자들을 받아들였고 굼부리는 개간 후 논농사를 거쳐 밭으로 변한 화산체. 

 

삿갓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새를 두고서 삿갓오름(입산 笠山)이라 부르며 한자로는 입산봉(笠山峰. 立傘. 笠傘)으로 표기를 한다. 또한 과거에 봉수대가 세워졌음에 연유하여 망동산이라고도 부르며 이를 알리는 표석이 있으나 봉수대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 중에는 일부 또는 대부분이 공동묘지로 변한 곳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전부가 공설묘지로 변한 밝은오름(해안동)을 들 수 있으며, 한림읍 천아오름이나 김녕 삿갓오름은 대부분이 묘지들로 차 있다. 특히나 삿갓오름은 산상의 분화구를 제외하고는 능선과 등성 대부분에 무덤들이 있다. 또한 넓은 굼부리 역시 농장으로 변하여서 이제 오름으로서의 기능이나 가치는 떨어진 상태이다.

이 분화구는 과거에 연못이 있어 부분적으로 논농사를 짓기도 했으나 이후 밭으로 개간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기슭 어디를 봐도 잡초들만 무성하고 큰 나무 하나 제대로 없고 숲이 없는 오름이지만 길게 이어지는 능선은 볼품이 있다. 오래전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해안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으면서 자연미가 풍기고 전망을 포함하는 명당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환경과 조건이 좋은 삿갓오름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망자들을 받아들이고 그 한을 풀어주는 구실을 하게 된 것이다. 능선을 따라 차량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나 있으며 벌초와 관련하거나 상여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이이다. 또한 굼부리 입구까지는 시멘트로 포장이 되어 있으나 개인 농장으로 변한 굼부리를 들어가는 데에는 아쉽게도 한계가 따른다.

변화로 인한 가치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묘역들을 둘러 정상에 오르면 사방을 전망할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녕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생태탐방로인 빌레왓길 역시 입산봉을 포함하고 있다. 제주의 숨은 도보여행지 중 오름을 비롯하여 산간과 해안을 포함하는 코스라서 의미가 있는 구성이다.

마을 도로변에서 기슭으로 향하는 곳에는 오름 안내 대신 공동묘지라고 적힌 표석이 있다. 시멘트 도로가 끝나는 막다른 길에 금산농장이 보이는데 오래전에는 분화구로 들어가는 입구였던 셈이다. 분화구 전부가 농장으로 변​한 이상 사유지를 따라 들어가는 경우이므로 포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좌측으로 다시 비포장길이 이어지고 오름으로 진입을 하게 된다.​

 

 

-입산봉 탐방기-

비포장 길을 따라 오르다가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진입을 시작했는데 자동차가 다닌 흔적이 뚜렷하게 난 길을 따라 낮은 경사를 오르면 되었다. 어쩌다 상여차가 올라오고 상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을 경우에는 부득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절기를 맞아 억새와 잡초들이 길게 자라서 진입을 방해했지만 흙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기 시작하였다.

능선 허리에 도착을 하니 길게 휘어진 산 체가 펼쳐지면서 화산체로서의 입지가 잘 나타났다. 과거 논농사를 했다는 굼부리는 비닐하우스를 포함하여 농장으로 변했지만 그 원형은 뚜렷하게 확인이 되었다. 전반적인 생김새나 오름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화산체였는데 주변의 대부분이 농지인 기슭 아래 풍경도 여유롭고 한가롭게 보였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보리 수확을 마치고 불을 태우고 있어 계속해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묘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상태이지만 차량으로 정상 가까이까지 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주차 공간이나 차량을 돌릴 넓이는 모자라 보이지만 제를 지내거나 벌초 등과 관련해서 지금도 차량들이 드나들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상에 도착을 했지만 이렇다 할 특징은 없었다. 역시나 삼각점이 있는 곳도 묘지였는데 녹슨 쇠기둥만 있고 안내판은 어디로 사라지고 없었다. 달리 전망 터가 따로 없었다. 산담에 올라서서 사방을 살피니 다 볼거리가 되었는데 가깝고 먼 곳의 오름 군락을 비롯하여 농지와 숲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시원한 계절풍이 불어오면서 몸과 마음까지 적셔줬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묘산봉이 봉긋하게 솟은 모습으로 뚜렷하게 보였는데 김녕에 있는 오름 중 쌍두마차이다. 일부 오르미들은 이 두 오름을 가리켜 암수로 구분을 하기도 한다. 오래전 물이 고였으며 둥그스름한 모양새를 지닌 굼부리와 더불어 봉긋하게 솟아오른 묘산봉과의 조화를 나타내는 표현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묘산봉은 괴살메로도 부르는 오름으로서 입산봉과 함께 빌레왓길로 정해진 생태탐방로에도 포함이 된다. 빌레왓길을 포함하여 탐방의 맛을 더 느끼려면 전진 코스를 통하여 가면 되는데 괴살메를 가기 위하여 부득이 백(back) 코스로 내려오면서 다시 해안 방향을 바라봤다. 성세기해변을 비롯하여 풍차의 모습들이 여유롭게 보였다.

계절풍이 정면으로 불어오는 방향이라서 느리게 내려오는 동안 시원함은 덧셈이 되었다. 삿갓오름과의 마지막 인사는 분화구를 바라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4,000평에 이른다는 화구의 넓이가 선명하게 확인이 되었고 농장의 일부는 비닐하우스이며 농지로 개간이 된 모습도 보였다.​ 파노라마를 통하여 볼 때 비로소 산 체의 모습과 굼부리 부분을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가 있었다.

도로변으로 나온 후 다시 북향의 모습을 바라보니 더욱 쓸쓸하고 허접하게 보였다. 오름! 아니 공동묘지.......​ 마을 사람들로서는 조상을 편안하게 맡길 장소로 이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슭과 등성을 비롯하여 굼부리까지 빼앗긴 오름이기에 아픔과 슬픔을 느끼겠지만 그보다는 망자들의 한을 풀어주는 착한 오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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