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자배봉
상태바
[오름이야기]자배봉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7.19 08: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높이 : 211.3m 비고(高): 111m 둘레: 2,829m 면적: 440,293㎡ 형태: 원형

 자배봉

별칭 : 자배오름. 資輩峰. 資盃峰. 망오름. 저바니오름 

위치 : 남원읍 위미리 산 143번지

높이 : 211.3m  비고(高): 111m  둘레: 2,829m 면적: 440,293㎡  형태: 원형

 

 

명칭으로 붙여졌던 자배낭보다는 잡목들로 울창한 숲을 이룬 화산체. 오름 명칭에 의아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한자 풀이와 달리 '자배'는 나무의 종류를 일컬으며, 재밤낭이나 조팜낭으로 부르는 제주 방언이며 구실잣밤나무를 말한다. 즉, 이 산 체에 자배낭이 많이 자라고 있어서 붙여졌는데 지금은 과거와 달리 식생의 변화가 많이 이뤄진 상태이다.

조선시대에는 정상부에 봉수대가 설치되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망오름이라고도 부른다. 그 외 '저바니'라고도 불렀다는데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오름과 관련하여 이 지역 주민들이 부르던 명칭으로 짐작이 된다. 남북으로 나눠진 봉우리의 식별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북쪽이 주봉이며 남쪽 봉우리에는 봉수대 터가 남아 있다.

110m가 넘는 비고(高)이지만 중간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도록 산책로가 잘 정비되었으며, 지나는 동안 남북의 봉우리와 포제단 자리를 만나게 되며 봉수대 터도 확인할 수가 있다. 삼나무와 편백 나무 등을 비롯하여 잡목들이 우거져 있으며 탐방로 주변에는 화산탄들이 모여져 있고, 몇 곳에서 기암들이 있어 밋밋하지 않은 걸음을 이어가게 된다.

산남 권역이면서 해맞이 명소로도 알려져 있는데 남봉 전망대에서는 일출 광경 외에 무인도인 지귀도와 위미항을 비롯하여 서귀포의 재지기오름과 섶 섬 등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이 오름에는 특별히 안부리라 부르는 곳이 있는데 이는 오름 안에 있는 굼부리를 뜻하며 바로 이 주변이 오름의 명칭과 관련이 된 자배낭(구실잣밤나무)의 자생지이며 군락지이다.

원형의 굼부리는 둘레가 1.2km나 되며 깊이가 80m가 넘으면서 산 체의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다. 또한 면적과 비고(高) 등이 말해주듯이 덩치가 큰 화산체로서의 입지를 파악하는 데는 정해진 산책로만 둘러봐도 충분하다. 등성을 한 바퀴 돌아본 후에 굼부리 안도 살필 수 있는데 깊은 숲을 이루고 있으나 일부 열린 공간이 있어 함께 만나보면 좋다.

오름 탐방을 두고 특별히 시기나 계절을 논한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지만, 자배봉만큼은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가 적기라고 생각된다. 숲을 이룬 오름이라는 점이 우선하겠지만 햇살을 맞은 나무들 사이를 지나면서 자연 향의 깊은 매력을 느끼고, 둘러보는 동안 어느 정도 햇빛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을 한다.

다만, 수풀들이 성장의 진행을 하면서 산책로의 일부를 차지하려 하는 데다 간혹 바지깃을 스치는 풀숲이 불편하기는 하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어쩌다 만나게 될지 모르는 기어 다니는 녀석이나 진드기 등 위험 요소가 있다는 점도 참고를 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고 보면 깊은 숲을 이룬 오름을 찾을 때는 스페치를 착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자배봉 탐방기-

네비의 안내는 물론이고 접근성이 무난한 편이며 주변에 주차 공간도 있다. 딱히 워밍업을 필요로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낮게 이어지는 경사를 따르기 때문에 간단한 준비운동만 하면 된다. 진입로에 오르면 운동기구들이 있으며 소나무를 비롯한 잡목들 사이로 산책로가 나온다. 친환경 매트로 구성이 된 바닥이라서 산책하기에도 편리하며 급경사 등의 난코스가 없다는 점도 좋다.

진입한지 얼마 안 되어 기슭 주변에 자금우가 군락을 이룬 곳을 지나게 되었다. 지천에 자금우가 있어서 자배낭(나무) 군락지라기보다는 차라리 자금우 군락지로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초록의 군락은 계절이 바뀌고 혹한기가 다가와도 이 모습을 유지하며 빨간 열매를 맺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따금 하나씩 보이는 풋풋한 열매는 신비롭게 느껴졌고 비슷한 열매를 맺는 백량금도 하나둘 보였다.

하얀 눈이 내릴 때쯤 이들은 빨간색 열매를 맺어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눈싸움을 걸어올 것이다.  얼마 후 갈림길이 나왔는데 오름 탐방은 우측으로 진행이 되며 좌측은 목장 등과 오름의 둘레로 이어지는 길이다. 초여름이라고는 하지만 떨어진 낙엽들이 헝클어진 채 바닥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밟는 느낌도 괜찮았다. 햇살을 막아낸 나무들 사이를 지나는 만큼 거친 심호흡을 대신하여 애써 킁킁거리니까 숲 향이 스며들었다. 

능선을 돌면서 많이 보게 되겠지만 경사면을 오르다 기슭에서 화산탄을 만났다. 주변에는 화산석들이 일부 흩어져 있었는데 확실한 화산 폭발의 부산물임을 확인하는 근거이다. 두 번째 갈림길을 중심으로 안부리와 밭(바깥)부리로 나눠지며 화구 쪽으로 들어가는 탐방로는 안부리로 향하게 되고, 능선을 따라 좌우 측 어느 곳을 먼저 가도 되는 밭부리 탐방로 한 바퀴를 돌아서 다시 만나는 기점이기도 했다.

즉, 능선 둘레를 돌아본 후 또는 안으로 들어가서 화구 둘레를 먼저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전반적인 여건 상 우측을 먼저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이만하면 되겠지만 그래도 밋밋함을 더 지우려 했을까. 곳곳에 작은 돌탑들이 있는데 주변의 화산석들을 모아서 쌓은 것들이다. 편백나무가 사열을 한 둘레 진입로에 접어든 것만으로도 고즈넉한 분위기와 자연 미가 풍겨났다.

남봉 도착을 앞두고 만나게 되는 포제단 터가 있는데 위미리에서는 약 200년 전부터 거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처음에는 상위미에 있는 포제동산에서 합동으로 포제를 드리다가, 이후 1. 2리(里)로 나누어져서 2리는 이곳에서 거행하였으나 인가와의 거리가 멀고 제관과 일반인의 출입이 어려워서 지금은 '맹치동산'에서 포제를 거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과 멀지 않은 곳에 봉수대 터가 자리하고 있었는데 자배봉의 남쪽 봉우리 지점이며 심지라 해도 될 곳이다.

봉수대가 있던 자리 옆으로는 전망대로 구성을 했으며 해맞이 장소로 이용이 되고 있는 만큼 전망의 입지가 좋은 편이었다. 봉수대라 함은 조선시대 제주 지역의 관에서 변경의 정세를 중앙에 전하던 하나의 군사 통신 조직이다. 해안과 인접한 오름들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곳은 토산봉수와 호촌봉수(예촌봉)를 사이에 두고 교신을 했다.

 

전망대에서 이동을 하고 얼마 후 굼부리 너머로 머리를 쳐드니 주봉이 보이기에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뒤꿈치를 들었지만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는 수풀들이 방해를 했다. 그래도 원형의 굼부리를 둘러 남북으로 이어진 산 체의 특성과 전반적인 상황을 그려볼 수가 있었다. 북봉의 정상 옆에는 커다란 숙대낭(삼나무) 두 그루가 있었는데 정상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도 되는 듯 쭉 뻗은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일란성 쌍둥이로 자배봉지기라 정해도 될 법했다. 

자배오름의 주봉이라지만 숲으로 가려진 때문에 전망의 조건은 약한 편이었고 휴식을 위한 벤치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출발할 때 나눠졌던 기점에 도착을 했는데 안쪽으로는 안부리라고 부르는 분화구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의 흔적이 있었다. 이곳을 따라 들어가면 굼부리 근처까지 갈 수 있으며 깊은 곳까지 가지 않더라도 한쪽에서 분화구를 살필 수가 있어 천천히 내려가보기로 했다.

중산간이나 더 높은 지대에 위치한 오름들 중에는 분화구가 텅 비어 있는 곳도 많은데 이곳은 환경이 달랐다. 키가 큰 나무들을 비롯하여 빽빽하게 숲을 이룬 때문에 특별함을 느끼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오름은 사유지를 포함하고 있는데 산책로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배려를 한 셈이었다. 구태여 봉수대 터와 포제단 자리가 없다 할지라도 자배봉은 위미리를 비롯한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중요시되는 산 체이면서 여행객이나 오르미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