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양, 박한나 개인전 '적정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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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양, 박한나 개인전 '적정거리'
  • 김태홍 기자
  • 승인 2018.07.2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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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개인전 '적정거리'가 문화공간 양(관장 김범진)에서 오는 28일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의 후원으로 열린다.

'적정거리'는 개발로 파괴되는 자연, 공동체 등을 바라보며 작가가 고민해 온 생각을 풀어낸 전시다.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작가는 제주도에 내려와 살면서 곶자왈이 파괴되어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이후 개발을 반대하고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여전히 아파트에서 살 수밖에 없는 도시인으로서 모순에 빠지게 되었고,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적정거리를 고민하며 그러한 내용을 작품에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영상 작품을 중심으로 사진, 설치 작품이 함께 선보인다.

박한나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촬영을 하기보다 주로 일상 속에서 작가에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순간들을 촬영한 뒤 나중에 선택하고 편집해서 작품을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영상 속 이미지가 주는 의미를 모호하게 하여 관람객이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기 위해 촬영된 이미지 위에 그림을 그리거나, 이미지를 중첩시키거나, 데칼코마니 기법으로 편집하는 등 다양한 편집기법을 사용했다. 편집된 영상 이미지로 인해 관람객은 개발이라는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형식이 보여주는 실험성에 먼저 주목하게 된다. 이러한 방법으로 작가는 관람객이 개발의 문제를 작가의 시각이 아닌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영상 작품 속에는 대단지로 조성되고 있는 아파트 개발현장의 모습부터 문화공간 양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숙소 바로 뒤에서 올라가는 건물의 모습까지 다양한 장면이 담겨있다.

영상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현장의 모습은 사진 속에 있다. 파헤쳐진 땅, 건물이 무너지고 남은 잔해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면서, 편집된 영상 이미지보다 직접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전시제목 '적정거리'는 동일한 제목의 작품 '적정거리'에서 노루가 작가와 적정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지어졌다. 죽은 갈매기와 거북이를 바라보는 작가가 적정거리를 찾기 위해 카메라를 멀리 또는 가깝게 움직인다.

데칼코마니 기법을 사용해 버려진 공간과 사물에 주목한 '0/4', 2채널 영상으로 제주도 토박이와 이주민 사이의 관계를 바라보는 '거로마을', 곶자왈 이미지 위에 시멘트를 칠하는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줌으로써 곶자왈에 지어진 테마파크를 주제로 다룬 '범벅', 작가 숙소 뒤에 건물이 지어지는 장면에서 이미지의 배경을 지워버려 건물과 기계의 움직임에 주목하게 만든 '낯선 멜로디', 드론으로 촬영된 구룡마을과 아파트 공사현장 위에 원, 물결무늬 등을 그려가는 '색 칠' 등의 작품은 작가처럼 개발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관람객에게 작가와 같은 모순을 느끼고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관람객 역시 적정거리를 찾아가도록 요구한다.

문화공간 양이 있는 거로마을에는 작가가가 레지던시에 참여한 기간 동안 여섯 개의 다세대 주택이 지어지고 있었고, 집이 헐리고 도로가 새로 생겼다. 헐린 집의 주소가 적힌 표지판과 헐리기 직전 집에 남겨진 물건이 전시장의 설치 작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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