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잘려서 접힌 마 잎
담쟁이덩굴이 휘어감은 나무그루터기 주변으로 양치식물들 무성한 산책로를 걷습니다.
산책로 양쪽으로 너울대는 식물들 중 몇은 지나가는 이의 발목에 닿을 듯 살랑이며 반갑다는 표현을 하더군요.
그 길을 걷다가 관중을 휘감고 자란 마줄기를 우연히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덩굴줄기를 따라 차례로 매달린 잎들 중 누군가에게 잘려 일부분이 접혀있는 것이 보입니다.
그 줄기를 찬찬히 살피다 보니 멀쩡한 잎이 드물더군요.
더군다나 잎 하나는 아주 티가 나게 잘려서 접혀있습니다.
궁금하여 펼쳐보았지요.
그랬더니 그 안에 애벌레 한 마리가 있습니다.
애벌레가 마 잎을 갉아먹다가 잎 일부를 자른 뒤 엎어놓고는 실을 토해내 잎을 고정시킨 후 그 안에 숨어있었던 것입니다.
머리 모양이 특이한 이 애벌레는 왕자팔랑나비 애벌레입니다.
애벌레의 먹이식물은 마, 참마, 단풍마 등의 마과(Dioscoreaceae)식물이지요.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잎 가장자리를 ‘∧’모양으로 자르고 포개어 실로 묶은 후 그 안에서 생활을 합니다.
몸이 커지면서 잎을 여러 장 덧대어 집을 만듭니다.
왕자팔랑나비 애벌레를 만난 이후 숲 그늘에서 벗어나니 개망초 꽃이 곱게도 피었더군요.
개망초 꽃으로 흰점팔랑나비가 살포시 날아와 앉은 모습이 더없이 고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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