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족은지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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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족은지그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8.12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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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04m 비고:69m 둘레:1,742m 면적:120674㎡ 형태:말굽형

 족은지그리

별칭: 지기리악(之其里岳)

위치: 조천읍 교래리 산 119번지

표고: 504m  비고:69m  둘레:1,742m 면적:120674㎡ 형태:말굽형  난이도:☆☆☆

 

 

거리를 두고 형제처럼 구분을 하였으나 외형과 산 체의 특징은 다른 오름.

오름 탐방의 적기를 딱히 정할 수는 없지만 곳에 따라서는 시기나 날씨 등을 고려하여 찾아야 하는 오름들도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동성이나 지역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곳보다는 주변을 연계하여 몇 곳을 함께 만나는 것도 바람직하다.

제주의 동부권 중에서 교래 자연휴양림 주변에 차지한 몇몇 오름들도 이러한 탐방에 포함이 되는데 그 중심에 있는 지그리오름도 이에 해당이 된다. 큰지그리와 족은지그리로 나눠져 있지만 보통은 지그리오름으로 통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큰지그리와 바농오름 사이에 위치한 족은지그리는 어느 곳을 함께 할지라도 어울리는 곳이다.

어떻게 본다면 큰지그리와 함께 바농오름도 지그리 형제에 포함을 했어도 될 법하다. 즉, 큰지그리와 셋지그리 글고 말젯지그리 (큰=맏이. 셋=중간. 말잿=세째)로 명칭이 정해졌어도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족은지그리로서는 이들과 가까이 인접해 있으면서 그만큼 덩치가 큰 양쪽 오름을 바라보며 작은 서러움도 느끼겠지만, 그보다는 이들이 있어 덤으로 자신을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어 빛이 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형님인 큰지그리의 비고(高)가 118m 것을 감안한다면 아우는 그 절반을 조금 넘어서는 높이(69m)라서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그리라는 어원에 대한 뚜렷한 의미는 예전부터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며 보다 더 그럴싸한 명칭으로 정해졌어도 좋았다. 한자 표기에 있어서 지기리(之基里)악으로 표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정한 지역이나 길을 두고서 떨어져 있지만 가까운 거리라서 지근(近)에서 변화했거나 구부러지게 이어진 숲길을 연상해 볼 수도 있다.

이 두 오름을 두고서는 규모의 크고 작은 의미로 각각 큰, 족은지그리로 표기를 하여 부르고 있는 것이다. 족은지그리는 남동쪽으로 입구가 넓게 벌어진 초승달 모양이 길게 이어지는 말굽형 화구를 지니고 있다. 그러면서도 남쪽 방향의 큰지그리에서 바라볼 때는 반달형으로 모습으로 나타나면서 장면을 달리한다. 북서사면을 따라 잡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남동사면 쪽으로는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조림되어 자라고 있다.

 

지그리오름을 찾을 경우 이동성이나 접근성 등을 감안한다면 오름 외에도 볼거리들이 많고 대중교통 이용도 수월하다. 이 주변에는 교래 자연휴양림과 돌문화공원 등이 있으며 몇몇 사설관광지들이 있어서 연계하기가 좋은 편이다. 형제를 만나기 위하여 큰지그리로 갈 경우는 휴양림의 곶자왈을 지나면 함께 할 수도 있으며 오름만을 함께 한다면 바농오름이 최적이다.

 이 일대는 욕심을 지닐 필요가 있으며 그런 경우는 일행끼리 양방향 주차가 아니면 대중교통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 전진 코스이면서 넘어가는 진행을 원할 경우는 특히 그러하며, 바농오름에서 족은지그리를 거쳐 큰지그리를 탐방한 후 덤으로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을 경유하고 돌아오면 금상첨화이다.

대중교통 이용 시 제주시를 기준으로 할 때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이기풍 선교기념관 행선지 버스를 타면 되며 교래 자연휴양림에도 정차를 한다. 이기풍 선교기념관에서 하차 후 명성아카데미하우스를 좀 더 지나면 시멘트 도로의 좁은 길이 나온다. 이곳을 따라 들어가면 바농오름 초입이 나오고 그 옆으로 조천 관광목장 표석이 있다.

 

-족은지그리 탐방기-

바야흐로 춘삼월이 열리면서 제주의 오름들도 하나둘씩 기지개를 펴면서 오르미들을 받아들이려 한다. 긴 겨우내의 허허한 자세를 떨치고서 마르지 않은 연초록빛을 비롯한 여러 색으로 옷 갈아입기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을 하게 된다. 시기가 좀 더 지나면 욕심이 생기면서 인기 오름들을 찾아다니겠지만 아직은 그 시기를 기다리며 올망졸망한 오름들을 덧붙이기로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다.

바농오름을 오르내린 후 내킨 김에 족은지그리를 만나려고 한 것은 애초부터 준비된 수순이었다. 바농오름에서 나온 후 표석을 지나 목장 방향 안으로 들어가다가(약 500m) 좌측으로 족은지그리 안내판과 진입로가 보였다. 겨우내를 제외하고는 푸름과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주변이지만 3월 초의 중산간은 봄 맞을 채비만 할 뿐 아직은 냉랭한 모습이었다. 초입에서 오름의 형체가 부분적으로 보였고 서로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조금 들어가니 오름 방향으로 이어지는 낮은 경계 돌담이 있고, 이 일대는 목장을 겸하는 초지라서 지나는 곳에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공간을 넓힌 흔적이 있어 이곳을 이용하면 되었기에 그저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목장 초지에서 오름 방향을 살피면 몇몇 리본과 끈을 묶어둔 모습이 보이면서 길 안내를 준비하고 있었다. 완연한 봄이 오면 이 주변도 푸름으로 물들어 반갑게 맞아주게 될 것이다.

오르는 전반부와 허리까지 이어지는 능선에는 상산나무가 빽빽하게 자생하고 있었는데 얼마 후 이들 역시 마르지 않은 연초록색의 잎새를 내밀며 환경의 변화에 보탬을 줄 테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윽한 더덕 향을 내뿜게 되기에 오르는 자들에게는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다. 길었던 겨울을 보낸 자연은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야생 산 버섯들이 돋아났는데 내린 눈이 녹으면서 제 모습을 보여주며 눈길을 끌었다.

종류가 다른 버섯들이었는데 서로가 저 잘났다고 우쭐거렸고 하나같이 귀여운 모습들이지만 그저 잠시 동안 눈싸움을 하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정상부 어깨에 도착을 하니 누군가 CD를 매달아 놓은 모습이 보였는데 오름에서 가끔 이런 모습을 보게 되는데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정상부의 한 면은 소나무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때문에 이들이 화구의 일부를 가리고 진입을 철저하게 차단을 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햇볕이 내리쬐는 날에는 솔 향이 그윽하게 풍겨올 테고 계절풍이 불어오면서 일대는 솔바람길로 변하게 될 것이다.  족은지그리의 허리와 어깨나 머리 부분에도 아직은 문명의 이기가 밀려오지 않은 상태였다. 친환경 매트는 둘째하고 그 흔한 타이어 매트도 거부를 한 상태라 떨어진 솔잎을 밟으며 마냥 걸어가는 자체로도 흥이 났다.

경사마저 없는 등성을 따르는 과정에서 얼마나 걷기 좋은 길이며 걷고 싶은 곳인가를 스스로 묻고 답을 해줬고, 이것이 족은지그리의 매력이면서 찾는 이들에게 그가 아낌없이 베푸는 선물이라 여겼다. 솔밭을 지나니 곳곳에 노출형 지뢰가 보였다. 이를 매설한 특공대는 몰(馬)이 아니라 소떼들이 그 주인공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목장을 거슬러온 그들의 행위임이 명백하고 투명하게 입증이 되는 셈이기에 이제 와서 아니라고 잡아 땐 들 뚜렷한 증거물이 있다. 이미 화력이 떨어져서 폭발의 위험성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영역 표시를 겸하는 노출형 지뢰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결국 오름 지키기는 소떼들이 몫이며 오르미들은 그 영역을 잠시 침범하는 꼴이 된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아마도 계절이 바뀌면 이들이 방목지에 포함이 되면서 다시 주객은 전도될 게 뻔한 사실이다.

 

숲을 이룬 소나무들 사이로 몇몇 편백나무들도 만나게 되었는데 햇볕을 받지 못한 상태라서 코끝을 가까이 대고 킁킁거려봐야 별다른 향은 없었지만 하절기를 전후해서는 편백 향도 응원의 한몫을 하게 될 것임을 확인하였다. 어떻게 보면 지그리는 아주 많이 인색한 오름이다. 저도 전부를 안 보여주면서 남도 못 보게 하니 말이다. 정상부에 도달해서 바깥세상을 본다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용납을 하지 않았다.

소나무와 잡목들로 에워싸인 탓에 그저 주변을 서성거리는 것으로 만족을 느껴야 했다. 행여나 자신을 두고서 양쪽에 버티어 있는 큰지그리와 바농오름에 대한 설움을 이로써 대신하는 것일까. 그저 나무 사이로 펼쳐지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고, 가장 높은 곳에서 뒤꿈치를 들고 밖을 보니 겨우 바농오름의 일부가 보였다. 정상부 근처의 솔밭 오솔길을 따라서 계속 이어가면 큰지그리 등으로 연계하는 탐방이 가능하였지만 다음 여정이 있고 차량 등이 문제가 되어 올라온 곳으로 다시 백(back) 코스를 선택했다. 

초입 아래에는 드넓은 초지가 펼쳐졌는데 사유지이면서 목장으로 이용이 되는 곳이며 한때 관광산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구성을 했었지만 더 이상의 전진은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본다면, 아니 개인적으로는 참 잘 된 결과라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척박한 환경이지만 주어진 그대로에서 생존의 법칙을 따르는 이들이기에 한동안 발길을 붙잡고 바라보게 했다. 언제 다시 올 수는 알 수 없지만 가벼운 눈싸움으로 인사를 대신했는데 초록의 계절을 앞두고 좀 더 운치 있고 아름답게 변화가 이뤄질 족은지그리의 모습을 그려보며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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