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족은칡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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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족은칡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8.1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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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26.5m 비고:42m 둘레:841m 면적:51.407㎡ 형태:원추형

 족은칡오름

별칭: 칠오름. 칠봉(七峰). 칠악(七岳). 갈악(葛岳)

위치: 구제주시 봉개동 산 466-2번지

표고: 326.5m  비고:42m  둘레:841m 면적:51.407㎡ 형태:원추형  난이도:☆☆☆

 

 

나란히 이어진 두 오름이나 서로 다른 독립형 소화산체로서 비슷한 규모를 갖춘 형제.

 

제주시 봉개 권역 중에 절물 휴양림 주변으로는 인기가 있는 오름들이 제법 이어진 편이다. 대나(절물)오름을 비롯하여 거친오름과 민오름 등이 그 대표적이며 이런 오름들은 연중 찾는 이들이 많은 편이다. 그런 반면에 같은 봉개권의 명도암 주변에 있는 몇 개의 오름들은 비교적 저평가 되거나 인기가 떨어진다.

세미 형제(안.밧)오름에 산책로가 만들어져서 일부 찾기는 하지만 고냉이술과 열안지, 칡오름 형제 등은 외면의 대상이다. 같은 조건이면 산책로와 전망대 등 환경이 좋은 쪽을 택하게 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두 번 정도는 비인기로 구분이 되는 오름을 찾아 자연미를 느끼고 현장 분위기와 오름 현장의 분위기와 성질을 알아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묵은지처럼 잘 숙성이 된 맛과 레시피 과정이 없이 그대로 와닿는 순수함과 멋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겠는가. 계절이나 날씨 등이 분위기를 좌우하지만 여건이 된다면 명도암 일대의 오름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할애해도 좋다는 의미이다. 비교 평가를 떠나서 독자적인 성질과 환경을 간직한 오름들이고 저마다의 개성과 자연미가 살아 있는 만큼 정을 줘도 될 법하다.

더욱이 오름들과의 거리가 멀지 않고 밀집이 된 때문에 일타다피의 효과가 있으며 이동성과 접근성에도 도움이 된다. 칡오름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오름에 칡이 많이 자라고 있어서 붙여진 명칭이며 한자로 갈악(葛岳)으로 표기를 한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이나 중산간 지역에서 칡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만큼 오름의 명칭으로 붙을 정도면 짐작이 간다. 그러나 생태와 환경의 변화에 따른 때문인지 지금은 이 오름에서 많은 칡을 볼 수는 없다.

구좌읍 송당리나 서귀포시 상효동에 위치한 동명의 칡오름 역시 지금은 오름의 명칭을 무색하게 한다. 오히려 지금으로서는 봉개동의 봉아오름 등이 칡으로 무장이 되어 있으며, 세월의 흐름은 오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다른 뜻으로는 칠봉이나 칠악(七峰.岳)으로도 부르는데 이는 한라산을 기준으로 하여 뭍으로 내려오는 오름 중 일곱 번째에 해당이 되는 때문이다. 실제 직선 방향을 기준으로 할 때 일곱 번째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 오름을 두고서 붙은 명칭이 서로 다른 점은 아이러니할 수도 있다. 또 다른 맥락으로는 풍수지리설을 통하여 화산체의 형상이 북두칠성을 닮았다고 하여 칠봉이나 칠악이라고 했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어쨌거나 이 칡오름은 두 화산체가 이어져 있으며 북쪽의 큰 봉우리와 남쪽의 작은 봉우리를 합하여 각각 큰칡오름과 족은칡오름으로 부르고 있다. 오름 자체가 독립형 소화산체를 말하는 만큼 이 두 오름은 각각 다른 화산체이지만 쌍둥이처럼 나란히 이어져 있다. 이들 두 오름 사이로는 넓고 길게 펼쳐지는 굼부리가 있으며 밋밋한 들판처럼 초지로 변한 화구에는 마소를 방목하는 목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두 산 체가 낮은 비고(高)이기는 하나 원추형을 이루고 있으며 정상의 봉우리들이 반원형을 이어지면서 맞닿아 굼부리처럼 둥글게 보이기도 한다. 이 중 족은 칡오름은 표고가 326.5m이고 비고(高)는 42m이며 북동향의 원추형 화산체이다.

이와 반면에 큰 칡오름의 경우 비고(高) 면적 등 규모에 있어서는 족은칡오름보다 약간 차이가 나지만 북동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이다. 그러한 만큼 하나의 화산체였으면 복합형으로 구분이 되겠지만 서로 다른 독립형 화산체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큰. 족은칡오름 탐방기- 

산 체의 크기나 비고(高)가 말해주듯 이렇다 할 매력은 없지만 한라산과 더불어 반대편 해안까지 전망이 되는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정상부에 경방 초소가 있는 것이 이러한 환경을 입증한다. 뚜렷한 산책로가 없는 데다 봉개권에 더 인기 있는 오름들이 있어서 이곳을 찾는 이들은 드문 편이다.

가벼운 산책형의 오름이라기보다는 탐방을 하는 기분으로 찾아야 할 곳이며 계절이나 날씨를 감안하는 게 좋다. 낮고 길게 이어지는 두 오름의 능선을 따라 부드럽고 편안한 매트라고 깔린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예산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는 모양이라 짐작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차라리 자연미가 넘쳐나는 그대로가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굼부리 안은 초지로 변했으며 말을 방목을 하는 모습이 확인이 되었는데 녀석들이 매설한 노출형 지뢰에는 버섯이 돋아나 있었다. 화약 성분은 이미 사라졌지만 여기저기에 이런 모습이 관찰되었는데 어차피 마(馬)군들도 초식동물인지라 버섯들의 터전으로 적합한 모양이다. 찌뿌둥한 날씨. 강한 햇살을 피하려 이른 아침에 출발을 했지만 햇볕을 대신하여 낮은 구름층이 시야를 방해하는 데다 습한 기온이 육신을 어지럽혔다.

설상가상으로 예보에도 없던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은 날씨였다. 여름을 맞은 오름 능선은 수풀이 우거지고 길의 흔적조차 없애버렸다. 오르미들의 출입은 적지만 산불예방 강조기간에 초소 감시원이 다니는 길이 있는데 이를 포기하고 초입부터 감각으로 올랐다. 이슬이 맺힌 풀숲은 최선을 다하여 방해를 했지만 적당한 곳을 선택하여 공격 루트를 잡으며 전진을 했다.

비고(高)는 낮지만 정상으로 오르는 동안에 이미 신발은 축축 더하기 찝찝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애초부터 가시거리나 전망 등은 포기를 했지만 정도가 심했다. 그래도 정상에 올라서니 바람이 불어왔다. 여름이 불어왔다.  정상에는 경방 초소와 삼각점이 있다. 햇살을 대신하여 어느 정도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수고를 덜어주니 기분은 상쾌할 따름이었다.

가버리는 여름의 초원과 오름은 수풀들의 최선을 다하여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현장은 한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불편함을 느껴야 했지만 이 여름에 편안함을 바라는 것은 사치가 아니겠는가. 실상 이 계절에 혼자서 이런 곳을 찾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울 수밖에 없는데 동행한 회원들이 서로가 아군의 입장이기에 위안이 되고 도움이 되었다. 애써 등성 바깥쪽으로 다가가 주변을 살피니 그래도 주변의 몇몇 오름은 윤곽이 나타났다.

열안지(오름)와 안. 밧세미(오름) 등이 사정권 안에 들어왔지만 그 흔적을 담는 데는 한계가 따랐다. 낮은 구름층도 가끔은 운치나 분위기를 운운하게 하며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날씨는 예보를 무시하고 저 마음대로였다.  특히나 열안지로 명칭이 정해진 오름의 외형을 그려보는 것조차 실패한 이상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날아가는 기러기는 고사하고 웅크린 모습조차 연상이 안 되었다. 희미하나마 좀 떨어진 곳의 거친오름도 눈싸움의 대상이 되었으나 미세먼지가 주변을 에워싸듯 두 치 앞도 분간이 안 되어서 아쉬움이 컸다. 큰칡오름의 주봉은 경방 초소가 있는 만큼 전망의 요지가 아니었던가. 정상부에는 소나무와 삼나무 등 키가 큰 나무 몇 그루가 있지만 대부분은 수풀들이 무성한 상태였다. 어디를 살펴봐도 칡오름이라고 하기에는 어설프고 명칭을 무색하게 하는 현장이었다.

딱히 비고(高)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 지점을 선택하였는데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에 기꺼이 그 영광을 안겨준 것이다.  하산 역시 비슷한 경로를 따라 이동을 했는데 수풀이 무성하고 이미 바지 깃과 신발이 축축한 정도라서 족은칡오름으로 연계하는 루트는 한계가 따른 것이다.

계절이 바뀌면 리턴 매치가 이뤄질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날씨를 참고해야 할 오름이 확실했다. 키높이를 함께 하며 어지럽히는 수풀을 헤치고 가는 과정이 이어지지만 여름날의 비인기 오름 탐방은 맛으로 여겨야 했다. 잘 다듬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멋대로의 레시피였지만 자연미와 더불어 잘 숙성이 된 묵은지 같은 맛은 느낄 수 있는 오름이라고나 할까.  

아쉬움이 큰 만큼 하산길이라도 애써 더딘 걸음으로 진행을 하며 현장을 살폈다. 주홍서나물이 아쉬움을 달래줬고 개모시가 다음을 기약하라고 일러주기에 그렇게 하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칡오름의 분화구는 목초지로 이용이 되고 있는데 마소의 방목을 위하여 씨를 뿌려 목초가 자라게 하였다. 이 계절의 대세는 클로버처럼 생긴 목초로서 알팔파라고 부르는 수입산이었다.

굼부리 한쪽에 우물이 있었는데 역시 마소들의 음용수 장소로 활용을 하고 있을 것이다. 족은 칡오름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산책로가 만들어진다면 더없이 좋은 여건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능한 변화의 정도 역시 파괴보다는 자연스러움을 간직하고 구성이 된다면 별문제는 없어 보였다.

전망이 좋은 오름이고 자연미가 흐르는 곳이 아닌가. 넓은 분화구의 일부는 주차를 비롯하여 평상과 벤치 등 편의시설을 갖춘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주변의 열안지와 고냉이술 등 다른 오름들과도 연계할 수 있는 입지 조건이라서 욕심을 부려볼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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