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진물굼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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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진물굼부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8.24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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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573m 비고:25m 둘레:1,171m 면적:50,595㎡ 형태:말굽형

 진물굼부리

별칭: 진머리. 장지굴(長旨掘)

위치: 제주시 봉개동 산 78-1번지

표고: 573m  비고:25m  둘레:1,171m 면적:50,595㎡ 형태:말굽형  난이도:☆☆☆

 

 

길게 이어진 등성을 따라 숲으로 덮인 기슭 아래에 숨은 신비의 굼부리. 

진물굼부리라는 오름의 명칭만을 생각한다면 참 관심이 많이 가고 궁금한 점도 많다. 더욱이 현장의 상황을 살피면 그 의구심은 더 깊어진다. 전반적인 추측으로는 등성이나 굼부리(화구)의 특징을 두고서 붙여졌으리라 생각이 되지만 참 묘한 이름을 지닌 오름이다.

외형이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 굼부리 자체는 좀처럼 접근을 허락하지 않을 뿐 아니라 구태여 진입을 한다 해도 이렇다 할 큰 특징은 없어 보인다. 오랜 세월 자연이 내려준 원형을 유지하며 노출을 거부한 채 비밀 요새라도 되는 양 숨어 있는 굼부리와 이 오름의 명칭과는 어떤 연유일까.

한자로 장지굴(長旨掘)이라고 표기를 하는 것을 보면 길게 이어진 등성 정도를 나타내는 뜻으로 이해가 되지만 아리송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진은 제주 방언으로 질다(길다. 긴)를 뜻하고 물은 무리(衆)를 뜻하는 고어나 민간 어원에 가깝다.

또한 머리(머르)의 뜻이 길게 이어지는 등성이나 높은 언덕 또는 꼭대기를 지칭하는 것과 관련하여 풀이를 하면 해답이 있을 법하다. 진머리보다 진물굼부리를 더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더라도 이해를 할 수가 있다. 길게 이어지는 굼부리를 에워싼 화산체의 특성을 두고서 이름표를 붙이는데 많은 고민을 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사방에 둘러싸인 오름들이 있어서 이들과의 사이에 형성이 된 초지와 숲은 자연스럽게 굼부리를 형성하고 있어서 그 넓이와 길이를 짐작하게 한다. 사실상 이 주변의 거친오름과 큰대나(절물)오름의 산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진머리를 오름으로 인식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른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등성은 나지막하지만 현재 탐방로가 구성이 된 곳을 제외하고는 전 사면에 숲이 우거져 있다.

이 때문에 굼부리를 살핀다는 것은 여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은 장생이숲길 외에 숫모르 편백숲길과 연계가 되는 때문에 잘 정비가 된 탐방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진머리의 허리를 지나게 된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것은 이 오름의 명칭처럼 굼부리를 살필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다.

계절이 바뀌고 숲이 휴식을 갖는 시기라면 족은개오리와 샛개오리로 이어가는 진행을 통하여 그 묘미를 느끼게 될 것 같다. 오름으로서의 기능이나 가치는 떨어진 상태이며 비고(高)는 불과 25m이며 남서향의 말굽형 화산체이다.

오름 정상부에 몇 개의 묘가 있는데 그중 한 묘비에는 상거친악장지굴(上巨親岳長旨掘)이라 기록이 되어 있다. 이는 거친오름(악) 위쪽에 길고 움푹 팬 곳이라는 뜻으로서 등성과 굼부리의 특징을 분명하게 표기를 했음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이 분화구는 과거에 연못이 있어 부분적으로 논농사를 짓기도 했으나 이후 밭으로 개간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편하게 접근을 하는 방법은 봉개 노루 생태관찰원으로 진입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는 초입 근처에서 바로 오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설이 되어 출입이 불가능하고 거친오름 입구 옆을 거쳐 가면 되는데, 거리는 조금 더 길어졌지만 진입로의 정비가 잘 되어 있어서 부담이 없다.

어쨌거나 진물굼부리 한곳만을 탐방한다는 생각으로 찾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실수이다. 거친오름을 경유하던지 절물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숫모르 편백숲길을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진물굼부리 탐방기-

노루 생태관찰원을 통하여 들어가면 입구에서 필수적으로 노루들을 만나게 된다. 일찍부터 사람의 손을 타고 자라는 때문에 접근에 어려움이 없으며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가 있다. 야생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말 그대로 관찰원의 주인 격인 셈이다. 

이곳의 입구는 거친오름과 진물굼부리를 비롯하여 숫모르 편백숲길과​​ 장생이숲길로 연계가 되는 진입로이다. 이미 이른 아침에 큰. 족은노리손이를 탐방하고 들른 때문에 워밍업 등은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궂은 날씨로 인하여 이미 신발과 바지 깃이 젖은 상태라 걸음 역시 편하지가 않았다.

거친오름 진입로에서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지나다가 풍경을 바라봤는데 역시나 빌어먹을 날씨였다. 행여 가시거리가 좋았으면 참여한 대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거친오름을 들리고 가자고 했을 텐데 꼬락서니가 영 아니었기에 묵묵히 지나쳤다. 

한라 생태숲을 초입으로 할 경우는 거친오름 주변은 숫모르 편백숲길의 마무리 부분이다. 그러나 진물굼부리의 경우 초입이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도보여행지가 구성되면서 목재 계단과 친환경 매트로​ 잘 정비가 된 때문에 가볍게 진행을 할 수가 있었다. 절물휴양림에서 한라생태숲으로 이어지는 숫모르 편백숲길은 자연 속을 거닐며 힐링을 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숲뿐만 아니라 셋개오리 오름과 장생이 숲길과도 연계가 되며 체력이나 시간을 고려한 선택도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낮은 경사를 따라 오르다 등성 가까이 가니 묘가 보였다. 예전에 편백숲길을 걸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으나 오늘은 이곳 무덤을 포함하는 등성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쪽으로 숲이 가린 지점에 산담까지 정교하게 쌓아진 무덤이 있었고 좀 더 이동을 하니 다시 묘 한 기가 나왔다. 벌초 기간을 앞둔 ​시기인 만큼 수풀이 우거지고 날카로운 풀숲들이 주변을 장악하고 있었으나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행여 굼부리로 이어지는 길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허탕이었다.

 

빽빽하게 숲을 이룬 데다 경사의 정도와 덤불을 포함하는 덩굴과 넝쿨들이 강하게 방어벽을 치고 있어서 산담의 높은 곳에 올라 뒤꿈치를 들고 건너편 모습을 바라봤지만 실망이었다. 정글을 방불케하는 현장이 그러하고 날씨의 횡포마저 실망의 무게를 더 안겨줬다. 함께한 대원 셋이는 한동안 고민을 하며 의논을 했지만 정답은 하나뿐이었다.

길이 아니면 뚫어라!라고 했건만 지금의 상황은 여의치가 않았다. 계절이 바뀐 후 셋개오리나 다른 방향을 통하여 연계하는 탐방을 택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산담 안으로는 동자석과 비석이 있으나 글씨는 색이 바랬고 이끼가 차지하여 제대로 형체를 알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아쉬움을 지닌 채 자리에서 일어서고 정면을 향하니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모습이 보였다. 건너편이 아스라이 보이고 그 사이의 아래쪽에는 비밀의 굼부리가 있을 것 같다는 짐작이 들었고 훗날 직접 만나겠다는 다짐을 했다. 참으로 야속한 날씨였다. 무성한 숲은 마치 조롱이라도 하는 것 같았고 거만할 만큼 우쭐대는 바람에 괜스레 패잔병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돌아서는 발걸음도 영 편하지가 않았다.

자연은 솔직하다. 자연은 기다림에 능숙하다. 자연은 결코 서두름을 원하지 않는다. 언젠가 계절과 날씨를 선택하여 다시 찾는 날에는 굼부리와 일대의 전부를 점령할 수 있으리라 확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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