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차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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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차귀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8.27 16: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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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체로서의 입지와 환경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섬

 차귀도

별칭: 죽도봉. 죽도(竹島)

위치: 한경면 고산리

 

 

현재는 무인도이지만 사람이 살았었고 화산체로서의 입지와 환경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섬.

 

제주 본도 연안의 유인도는 우도, 마라도, 가파도, 비양도를 포함하여 네 곳이다. 행정상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 포함이 되는 유인도는 더 있으나 그 외는 추자 권역에 있다. 참고로 추자도의 경우 돈대산 등이 있지만 화산섬이 아니라는 이유로 오름에 포함이 되지 않았다.

또한 죽도의 경우 과거 유인도였으나 제주의 오름 최종 발표 당시에는 무인도였기 때문에 오름에 포함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봉우리 아래쪽을 중심으로 하여 굼부리의 자리가 나타나는 등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오름으로서의 입지와 환경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서 재조사와 발표를 할 경우 반드시 포함을 해야 할 곳이다.

과거의 경우 죽도만이 아니고 폭발이 일어나면서 이뤄진 화산섬이라 할지라도 무인도는 배제시켰었다. 시대적이면서 학술적 차이가 따르겠지만 객관성과 전문성을 토대로 하여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죽도의 경우 1970년대 소개령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본도로 떠나와서 무인도가 되었고 오름과 관련하여서는 1980년대 후반에 발표가 되었다.

죽도는 제주 본도 연안의 무인도 중에는 가장 크며, 차귀도는 본섬이라 할 수 있는 죽도를 비롯하여 와도와 지실이 섬 등 세 곳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 밖의 작은 부속 섬들이 있다. 차귀도를 섬 죽도의 명칭은 섬에 대나무(竹)가 많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었는데 일제 강점기 이후 차귀도로 부르고 있다.

 

한편, 죽도는 수월봉 엉알길을 비롯하여 당산봉 트레일과 함께 수월봉 지질 트레일 코스에 포함이 된 곳이다.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으나 지리 트레일 코스에 포함을 하면서 특별히 개방이 된 섬이다. 제주의 네 개 유인도 섬 여행 외에 무인도 탐방이 공식적으로 이뤄지는 곳은 차귀도가 유일하며 이 중 죽도에 상륙을 하게 된다.

이후 재 통제가 이뤄다가 다시 정해진 탐방로를 통하여 돌아볼 수 있게 허용을 한 상태이다. 차귀도 섬의 이름에 얽힌 전설은 다음과 같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중국 송나라 푸저우[福州] 사람 호종단(胡宗旦)이 이 섬에서 중국에 대항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을 하였다. 이런 연유로 섬의 지맥과 수맥을 모조리 끊은 뒤 고산 앞바다로 돌아가는 길에 날쌘 매를 만났는데, 매가 돛대 위에 앉자 별안간 돌풍이 일어 배가 가라앉았다.

이 매가 바로 한라산의 수호신이고 지맥을 끊은 호종단이 돌아가는 것[歸]을 막았다[遮] 하여, 대섬(죽도)과 지실이 섬을 합쳐서 차귀도라 불렀다고 전해지고 있다. 차귀도 섬 탐방은 속칭 자구내 포구라 불리는 선착장에 출발을 하고 있다.

전형적인 제주의 어촌 포구를 떠오르게 하는 곳이다. 대합실에서 매표를 하고서 승선을 하게 되는데 특별한 사항은 배낭 등 큰 짐은 갖고 갈 수가 없으며 보관을 해야 한다. 객관적인 공지가 미흡한 때문인지 탐방객들로서는 다소 당황을 하게 될 것 같다. 아마도 현지에서 마실 모드를 예방하고 죽도 내의 식물 채취 등을 막으려는 의도가 포함이 된 때문이다.

 

-죽도봉 탐방기-

죽도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불과 10여 분이다. 빠른 속도로 운항하는 보트에 몸을 실어 가는 동안에 주변 섬 등을 바라보노라면 어느새 목적지인 죽도 입구에 도착이 된다. 트레일 코스에 포함이 되면서 간이 선착장이 만들어졌으며 입구 주변은 화산섬으로써의 볼품을 갖춰진 모습이 역력히 나타난다. 초입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근년에 코스가 만들어졌지만 이미 드나든 사람들이 많은 탓에 길이 선명하게 나 있었다. 대나무가 많은 곳이라고는 하나 지금은 시누대가 대부분이었고 일부 조릿대가 자생하고 있으며 억새 군락지도 있었다. 선착장 진입로에서 조금 올라가니 폐허가 된 건물 흔적이 보였다. 소개령이 내려지기 이전에 사람이 살았던 집터로서 돌과 시멘트를 이용한 가옥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전하는 바로는 죽도의 유일한 상점으로서 술도 팔았던 건물이라고 했다. 일전에 찾았을 때 이 건물 터 옆으로는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헝겊과 실 등이 매달린 것으로 봐서 무속신앙의 장소로 보였는데 재선충병이나 다른 사유로 고사한 모양이었다. 부근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였는데 안타까웠다.

현재 트레일 코스로 지정이 된 죽도의 거리는 약 1.5km이다. 섬 속의 섬인데다 연중 계절풍이 부는 곳이다. 풍속은 세지 않지만 간간이 억새들이 흩날리는 모습이 확인될 정도였고,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드리운 모습과 조화를 이루니 풍경 놀이에 그만이었다. 초행도 아니 건만 설렘과 기대를 안고 탐방로를 따라 들어갔다.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며 정해진 코스를 따라서 천천히 걷는다 해도 100여분이면 충분하다.

억새와 조릿대가 대부분을 차지한 등성은 어느 곳으로 향하던지 진행이 가능해 보이지만 트레일 코스를 따르는 자체로도 무방하다. 친환경 매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안 깔렸지만 자연의 길을 가는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지나는 억새 군락지 사이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는데 한쪽에서 탐스럽게 잘 익은 탈(산딸기)을 만났다.

그렇게 깊고 으슥한 곳을 차지하지는 않았지만 유독 내 눈에 걸렸고 허리 운동과 눈싸움을 요구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가까이 다가서서 유연하게 허리를 굽히고 흔적을 담았고 그 후 열매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등성의 어깨를 따라 진행을 하다 끝 지점에 도착을 하니 희망의 흔적들이 걸려 있었는데 이런 이벤트가 있었는지는 몰랐지만 색다른 볼거리가 되어줬다.

희망사항이나 소망을 적어서 매달아 놓게 한 추억의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차귀도에는 오백장군의 막내가 있는데 굳어진 바위 형체를 두고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설화 속의 주인공인 설문대 할망은 5백 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이들은 영실 일대에 있다. 그중 유일하게 막내아들만 이곳 차귀도 해안에 유일하게 있으며 막내 바위나 장군 바위라고 부른다.

이 장군바위는 송이를 분출한 화산활동 때 화도(火道)에 있던 마그마가 분출되지 않고 그대로 굳어져 암석이 된 것이다. 가파른 경사를 이룬 한 쪽은 송이 언덕이라 부른다. 붉은색으로 눈에 띄는데 화산 활동으로 인한 흔적임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송이 언덕과 장군바위 너머로는 지실이 섬이 있으며 독수리 바위라고도 부른다.

죽도를 중심으로 하는 연안은 물 흐름 상태가 좋아서 연중 깨끗한 모습으로 만날 수가 있다. 날씨 상태로 인하여 다소 느낌이 달라질 수 있으나 청정 바다로서의 손색이 없다.  해안 절벽 가까운 곳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죽도의 주봉으로 향했는데 비고(高)를 두고서 주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등대가 있어서 그 구실을 하는 셈이다.

등대가 보이는 곳으로 향하는 길은 약간의 경사가 이어지지만 죽도는 빠른 걸음을 원치 않았다. 서너 걸음을 옮길 때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일도 함께 이뤄져야 했다.  조릿대와 억새만으로는 푸름에 식상을 느낄까 염려가 되는지 주홍빛 나리꽃이 활짝 피워서 눈길을 끌었고 얼마 후 차귀도 등대에 도착을 하였다.

죽도의 북동 등성에 있으며 이 섬의 주봉으로서 이 봉우리는 볼래기동산이라고 부른다. 등대를 만들 때 돌과 자재를 직접 들고 언덕을 올랐으며 이때 숨을 볼락볼락(제주 방언/가쁜 숨소리) 쉬었다고 해서 붙었다고 한다. 지난 1950년대에 고산리 주민들이 손수 만든 무인등대이며, 지금까지도 살아있는 등대로서 자동적으로 어둠을 감지하고서 불을 밝힌다고 한다. 죽도에서 만난 식물들은 좀 특별하게 느껴졌다.

외진 곳 바람의 섬에서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자라는 식물들이기에 빠른 눈 돌림보다는 천천히 더 느리게 마주하게 되었다. 다양한 종류와 모습을 만났지만 눈에 띄는 아이들은 인동꼬장(인동초) ~ 나리 ~ 방풍 ~ 돈나무 등이었다. 죽도 지천에서 만나는 방풍은 예전과 달리 보존 가치가 있는 식물임에 더한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제주 해안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방풍이지만 해안도로와 올레길이 생겨난 이후 점차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아마도 배낭 등 큰 짐을 못 갖고 들어오게 하는 이유도 이러한 식물 채취를 사전에 막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이 되었다.  전망을 즐기기 위하여 동부권으로 눈길을 돌리니 신창 해안 일대와 비양도가 눈에 들어왔는데 썩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그림에 담긴 모습들만으로도 만족을 느낄 수 있었다. 풍력발전기들이 여유롭게 돌아가고 한가로운 어촌 마을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가 되었다.

섬의 둘레를 따라서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중앙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서 원점으로 가게 되는데 마무리 지점에서 다시 만나는 죽도의 등대와 평원은 한가롭고 평화스럽기만 했다. 화산섬의 거친 면보다는 부드러움과 온유함으로 펼쳐진 세상이었다.  

죽도 탐방이 끝나면 왕복으로 이용하는 보트를 타고서 차귀도 일대의 섬 탐방이 더해지는데 독수리섬과 장군석, 쌍둥이 바위 등을 만나는 동안 선장님의 구수한 입담과 더불어 특별한 섬 주변 탐방이 이어졌다. 죽도는 실로 아름다운 섬이다.

섬이 작다고 해서 풍경도 작을 수는 없다. 한 번의 방문으로 큰 비경과 느낌을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보따리를 넓게 펼치면 많은 추억을 담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죽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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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숙 2021-11-02 16:52:36
넘~~
넘~~
예쁜 차귀도 ~~^^
저는 한 달에 두번 다녀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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