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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
"'풍란' 자생지 계속 훼손, 멸종위기.."(야생초이야기)세계적으로 풍란 속(屬) 식물은 3종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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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8.08.30  08:5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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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란(風蘭) (난초과)  학명  : Neofinetia falcata

 

풍란의 참 멋은?

 

수령 수백 년이 넘는 진도군 관매도(觀梅島) 해변 곰솔 숲의 해묵은 가지에 둥지를 튼 풍란이 순백의 하얀 꽃을 피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전남, 경남 일대의 섬과 바닷가에 드물게 분포하는 풍란은 옥처럼 하얀 굵은 뿌리가 상록수림의 오래된 나무 표면이나 바위에 붙어서 자라는 착생란입니다.

나무에 붙어 이끼 등과 함께 자라지만 기생식물도 아니고 스스로 동화작용을 하며 자라는 독립영양식물입니다. 관매도에서 만난 야생 풍란이 해묵은 곰솔 가지에 뿌리내려 천지의 맑은 기운만 가려 모아 곱고 은은한 향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솔바람 소리 그윽한 해변 곰솔 숲, 보일 듯 말 듯 노송 가지에 붙어 고고하게 피워 올린 하얀 꽃과 청아한 향, 풍란의 참 멋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난초과 식물을 통틀어 난이라 합니다. 그 종류는 실로 다양합니다. 난은 크게 지생란(地生蘭)과 착생란(着生蘭)으로 구분합니다.

지생란은 일반적인 식물과 같이 땅에 뿌리를 박고 사는 형태의 난초이며 착생란은 나무나 바위 등의 표면에 붙어서 사는 형태의 난초를 말합니다.

원예적으로는 크게 동양란과 서양란으로 구별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서양란은 꽃이 크고 화려하나 향이 없고, 동양란은 꽃이 작고 우아하며 향이 좋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동양란을 소중하게 여겨왔습니다. 꽃의 모습이 단정하고 향이 좋고 줄기와 잎이 청초하여 고귀하고 아름다움을 모두 갖춘 식물이라 여겨 매화,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라 불렀습니다.

세속을 멀리한 고고한 자태로 은은한 향기를 뿜어 지조 높은 선비의 모습이라 여겨 시와 묵화의 주요 소재로 다루었습니다.
   
난초 밭 고운 꽃 향 산속에 있어 (一畹芳芬本在山)
맑은 향기 속세에 보낼 길이 없구나! (淸香無路出塵間)
훗날 은자(隱者)의 놀이 벗이 되리니 (他時應作幽人佩)
초동들은 함부로 캐어가지 말라. (莫遺樵童許採還)


박지번(朴枝藩, 1426~1498)의 「영란(詠蘭)」이란 시입니다.

난초를 세속을 멀리한 은자에 비유하여 고고한 기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초동들에게 함부로 캐어 가지 말도록 당부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잘 통하는 해변 노송에서 자라고 있는 야생 풍란(風蘭))

 

풍란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만 자생합니다. 세계적으로 풍란 속(屬) 식물은 3종밖에 없습니다. 꽃이 아름답고 향도 진하고 좋아 원예적 가치가 높은 난입니다.
   
풍란은 바위나 나무에 붙어사는 ‘착생란’이기 때문에 원예 화분용으로 적합하며 다른 난과 비교해 환경 적응력도 뛰어납니다.

중국과 일본산 풍란을 대마도를 통하여 수입한 오랜 기록이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지은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나온다고 합니다.

풍란의 재배 역사가 오래되다 보니 수많은 품종이 많이 개발되어 다양한 변종과 잡종도 많이 있습니다.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 풍란은 타이완과 일본에서 수입되며 자생지에서의 채집이 아닌 조직배양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한 것이라서 값싸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풍란을 구매하여 나무나 돌에 이끼와 함께 붙여 집에서 재배하면 아름다운 꽃과 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값싸게 구하여 쉽게 기를 수 있는 풍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은 야생에서 멸종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1급으로 몰린 이유는 야생의 원종을 갖고 싶은 욕심에 찬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자생지에서 채취하기 때문입니다.

야생 풍란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고 있으나 여전히 불법 채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978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1993년과 1998년에 거제도에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진도군과 부산 해운대에서 시민단체 주도로 풍란 복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마저 불법 채취를 당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아무리 복원을 한다 해도 자생지에서 한 번 멸종되면 그 가치와 의미는 이미 상실되고 맙니다. 1962년 정부는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 미선나무 자생지를 천연기념물 제14호로 지정하였습니다.

이때부터 주민들이 미선나무를 대단한 것으로 여겨 너도나도 무단 채취했습니다. 자생지가 훼손되자 정부는 1969년에 천연기념물 목록에서 삭제하였습니다.

그 후 주민들은 잘못을 깨닫고 이곳에 다시 미선나무를 심어 복원했습니다. 그러나 천연기념물로서의 가치는 이미 훼손되어 다시는 천연기념물로 복원될 수 없었습니다.
   
자생지는 그 자체로서 중요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풍란의 자생지가 자꾸 훼손되어 멸종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시중에서 몇천 원이면 쉽게 살 수 있는 풍란이 야생에서는 멸종 위기라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청아한 향과 고고한 기품을 가진 풍란의 참 멋은 야생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이를 이해 못 하고 집에 심어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초동(樵童)의 무지한 불법 채취를 어이 막을까? 험준한 암벽과 긴 세월의 풍상을 견뎌낸 노목에 착생하는 풍란, 그 청아한 향과 참 멋이 이 땅에 계속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2018. 7월 진도군 관매도 해변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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