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칡오름(송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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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칡오름(송당)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9.12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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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303.9m 비고:49m 둘레:1,539m 면적:126,009㎡ 형태:말굽형

 칡오름(송당)

별칭: 갈악(葛岳)

위치: 구좌읍 송당리 산 155번지

표고: 303.9m  비고:49m  둘레:1,539m 면적:126,009㎡ 형태:말굽형  난이도:☆☆☆

 

 

칡넝쿨을 대신하여 억새가 빽빽하게 산 체를 덮고 있어 변화의 정도가 심한 화산체.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오름에 칡이 많아서 붙여졌으며 한자로는 갈악(葛岳)으로 표기를 한다. 서귀포시 상효동과 제주시 봉개동에도 동명의 오름이 있으며 송당의 칡오름은 명칭을 무색하게 한다. 산 체의 북서사면과 기슭의 일부에는 칡넝쿨들이 보이지만 실제 칡이 차지하는 부분은 적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어떠한 상황인지 알 수 없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기후나 환경의 변화가 식물의 생태에 관여를 했을 것 같다. 지금의 칡오름은 억새가 무성하고 큰 나무를 대신하여 일부 잡목들이 등성과 기슭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나 여름날의 등성은 억새가 대부분이며 성장이 이어지는 때문에 심하게 진입을 방해하고 이방인의 출입에 단단히 거부를 한다.

가을에 접어들어 퇴색이 진행될 때면 황금빛으로 물결을 이루게 되지만 낭만이나 운치로 표현하기에는 억지가 따를 것 같다. 차라리 칡오름보다는 무성한 억새 군락지에 연유하여 억새오름으로 부르고 싶을 정도이다. 가을바람을 타고 울어대는 으악새(억새) 물결을 따라 으악새 슬피 우는 오름이라고 하면 어떠하리.

송당 권역은 제주에서 오름의 왕국이라 부를 만큼 많은 오름들이 있다. 칡오름 주변만 하더라도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이 사방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거슨새미오름을 비롯하여 안돌. 밧돌오름과 체오름으로 이어지는 루트와 수산길로 이어가면 백약이와 좌보미, 동거문이 등이 있다. 목장 방향으로는 민오름을 비롯하여 돌리미와 비치미 등 붙여진 명칭마저 예쁜 오름들이 들어서 있다.

이러한 주변 때문에 칡오름은 오르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무시당하기 일쑤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했거늘 어찌 좋은 환경과 조건을 마다하고 으악새 힘차게 울어대는 칡오름을 만나려 하겠는가.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다가 송당목장 주변에 주차를 한 후 진입을 하면 된다.

이동성을 감안하더라도 칡오름 한 곳만을 탐방하기 위하여 찾는 것보다는 가능한 인근 오름들과 연계하는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 비자림로에서는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때문에 칡오름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수산길로 우회를 하면 오름의 형체가 뚜렷하게 잘 보인다. 목장 입구에 공간이 있지만 안전한 주차를 위해서 건너편의 거슨새미오름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칡오름 탐방기-

오름 탐방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일대를 여러번 찾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이 즐비한 때문이며 리턴 매치를 하면서 찾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건너편인 거슨새미오름 입구에 주차를 하고 오름 파트너 둘이 미팅을 한 후 출발을 했다. 입구에 들어선 후 좌측으로 출입 자제를 알리는 시설물이 있으나 그냥 들어가면 되었다. 여름의 아침은 강한 햇살을 비춰대며 반갑지 않은 인사를 건네왔다.

키가 큰 삼나무들이 마치 사열이라도 하듯 늘어선 채로 아군이 되어 햇볕을 지워주려 하지만 역시나 열린 공간은 그 영역이 못 되었다. 비교적 짧은 거리의 삼나무 숲길을 지나니 오름 기슭의 입구에 도착이 되었다. 수산길에서 바라보는 산 체는 부드럽고 비교적 운치가 있게 보이지만 이쪽은 어수선함이 먼저였다.

폐허가 된 건물이 입구를 차지하고 있고 진입로의 일부는 묘지들이 차지를 하고 있었다. 이 주변의 송당목장은 제주 축산업의 일번지라 할 만큼 넓은 초지와 산야로 이뤄져 있다. 세월이 흐르고 축산업이 쇠퇴하면서 일부는 개간이 되거나 다른 용도로 변한 곳도 있으나 과거의 흔적들은 쉽게 만날 수가 있다.

지금도 목장 주변에는 축사와 관리사 등이 폐허로 남아 있어 쓸쓸하고 허무한 모습으로 지난 세월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낮은 경사를 따라 오르는 동안은 묘지 옆을 지나게 되었는데 딱히 탐방로나 진입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비고(高)점을 향하여 진행이 편한 곳을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아직 정상까지는 거리가 좀 남았지만 건너편 방향의 거슨새미오름이 훤하게 보였다.

실상 거슨새미 남동향의 모습은 칡오름 기슭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그 자태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허리를 거슬러 오르는 동안은 그래도 잡목들 틈을 지나는 때문에 별 어려움은 없었으며, 길은 없지만 가파르지 않은 경사라 진행에도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길이 없으면 가지 말라! 고 했지만 가끔은 길이 없으면 뚫어라!는 식도 괜찮은 방법이다.

허리를 지나 어깨에 도착을 하니 수풀과 덤불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억새가 주인공이 되고 여러 잡풀들은 고정으로 찬조를 맡고 있는지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야말로 대략난감이었다.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는 여름철에 찾은 것도 문제이지만 이미 상황을 알고 온 이상 돌파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락사락... 사샤샥... 수풀을 헤치며 지나는 동안 어쩌다 일행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경우도 있었는데 그만큼 억새의 키가 컸음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왜! 누가... 억새오름을 칡오름이라 했느냐고 반문하고 싶었다........

 

어렵게 정상부에 도착을 하니 그래도 서 있을 만한 빈틈이 있어 주변을 살폈다. 거슨새미를 다시 바라보고 방향을 돌리니​ 북동쪽이 열렸고 동부권 오름의 거장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시거리가 좋았으면 일출봉을 포함하는 풍경이 펼쳐지겠지만 그것은 욕심이고 사치일 뿐이었다. 그래도 다랑쉬를 비롯하여 높은오름 등이 시선에 협조를 해주었다.

등성의 위쪽은 그나마 덜 한 편인지라 억새들 역시 위아래를 구분할 줄 아는 모양이었다. 억새 군락을 헤집으며 느린 진행을 했지만 모두에게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날씨도 현장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비고(高)점을 찾으려 했지만 부질없는 짓으로 여기고 대략 눈짐작으로 흔적을 담았는데 정상부를 차지한 소나무에게 그 영광을 돌린 것이다. 탐방로나 안내판은 고사하고 기준점조차 없는 칡오름으로서는 이방인의 출입 자체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하물며 탐방로를 기대하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동행한 서로는 똑같은 생각이었다. 백(back) 코스를 거부하는 이들인지라 건너편 산림지대를 통하여 하산을 시작했다. 지겨울 만큼 요란했던 억새왓을 대신하여 잡목들이 우거진 산 체의 허리를 따라가는 것은 그나마 편안함 그 자체였다. 칡오름의 상황을 아는지라 처음부터 아예 차림을 달리했는데, 스페치를 추가한 것은 젖은 수풀에 대응하기 위함이었고 오름행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스틱도 챙겼다.

스페치는 꼬물이와의 접선을 막기 위함이었고 스틱 역시 몽둥이를 대신하여 챙겼지만 다행히도 적군은 나타나지 않았다. 기슭을 빠져나오면 목장로가 이어졌고 송당목장 산업이 이뤄질 당시에 식재한 삼나무들은 ​하늘 높이를 모르는지 위로 치솟아 있었다. 불편한 탐방로를 내려온 다음이기에 걷는 기분은 상쾌함이 덧셈으로 변하였다.

우린 누구 하나 불평도 불만도 없이 서로에게 미소를 보냈다. 돌아가는 길에 수산로길로 진입 후 잠시나마 칡오름을 다시 보기 위하여 차를 멈췄다. 한마디로 양면성을 지닌 오름이라 여길 수밖에 없었는데 저렇게 온순하고 우아한 자태이건만 겉과 속이 왜 그렇게도 다를까. 가을이 되어 바람이 불 때면 슬픈 소리가 들릴까. 으악새 슬피 우는소리... 아니면 으악새 힘차게 울어대는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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