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큰개오리
상태바
[오름이야기]큰개오리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09.17 08: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743m 비고: 118m 둘레: 3,504m 면적: 640,913㎡ 형태: 복합형

 큰개오리

별칭: 개월오름. 견월악(犬月岳)

위치: 제주시 봉개동 산 78-1. 용강동 산 14-1번지

표고: 743m  비고: 118m  둘레: 3,504m 면적: 640,913㎡ 형태: 복합형  난이도: ☆☆☆

 

 

다섯 봉우리들 중에 맏형이지만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인 후 출입이 제한되는 화산체...

개오리함은 제주 방언으로 가오리를 말하는데 오름의 모양이 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며, 3개의 화산체가 나란히 이어지면서 큰, 셋, 족은개오리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이 세 오름이 개가 달을 보고 짖는 형상이라고 하여 견월악(犬月岳)이라고 하는데 각각 다른 맥락의 명칭이다.

만약 견월악 정상이 태곳적 자연미를 간직하고 있고 출입이 자유로운 곳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5.16도로변 주위에서 전망이 가장 좋으며 입지만으로도 산책과 탐방의 가치가 좋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오름이다.

오래 전의 정상부 모습을 본 적은 없지만 추측하건대 잡목들이 우거지고 더러 잡풀들이 무성하여 자연미를 갖추고 있었을 거다. 정상에 오른 후 주변을 살피면 오손도손 모여서 지내는 견월악 식구들은 물론이고 먼 곳까지의 풍경 놀이를 하는데 최적이었을 것이다. 어디 개오리 식구들만 볼 수 있겠는가.

 

해안까지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을 통하여 오른 자로서의 쾌감과 성취감에 젖는 것도 어렵지 않았으리라. 일찍이 kbs 송신소가 들어선 이후 지금은 정상부를 중심으로 각 방송사와 이동통신 기지국들이 차지를 하고 있다. 자신의 정상부를 문명의 이기에 헌납하고 나서 그 가치와 보람을 느끼고 있을까.

변화와 발전의 공간으로 선택이 된 이상 이제는 지킴이 역할을 시설물 관리자들에 맡기고 오로지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고 있을 뿐이다. 5.16도로변에서 정상부까지는 차량이 진입할 수 있게 시멘트 도로가 만들어졌으나 공공시설물 등이 들어선 이후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

구태여 차량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10여 분이면 정상부에 도착이 되련만 현실은 가로막이 있어 이루기가 힘들다. 관계자가 아닌 이상은 탐방은 물론이고 접근마저도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그리움이 부를 땐 제한을 뒤엎는 슬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풍경 놀이와 자연 예찬을 하기에 너무나 좋은 환경이지만 애석하게도 접근이 어려운 데다  막상 찾는다 해도 전망은 더 어려워졌다.

그나마 산세를 훔쳐보는 것은 마방목지 주변을 통하여 허리 능선을 따라 올려보게 되지만 운치를 운운할 정도는 아니다. 더욱이 등성 곳곳에 세워진 기지국과 송신탑이 우쭐대는 상황이라 오래도록 두 눈을 맡길 수가 없다. 하기야 견월악에서 조금만 이동을 하면 탐방의 맛이 나는 오름들이 있는데 구태여 연연할 필요야 있겠는가.

다만 견월악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그림이 너무 좋다는 게 아쉬움을 느끼게 할 뿐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자료에 나타나는 삼 형제 외에 두 봉우리가 더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듯 개오름은 삼 형제가 아니고 다섯 개의 봉우리로 이뤄졌으며 각각의 독립형 화산체가 맞는다면 지금이라도 재정리를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큰, 샛, 족은 외에 말젯 더하기 알오름으로 구분을 하거나 별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들 중 맏형인 큰개오리는 118m의 비고(高)로서 원형과 말굽형이 섞인 복합형 화산체이다. 아마도 산 체의 특성을 이렇게 구분을 하는 것 역시 다섯 개의 정의가 확실하지 않은 때문임을 포함하는 것 같다.  

 

 

-큰개오리 탐방기-

현장에 주차를 하는 자체가 문제가 있어서 마방목지로 이동을 한 후 걸어서 도착을 했다. 입구에는 5.16도로와 비자림로를 지나는 버스 정류소가 있다. kbs뿐만 아니라 각 방송사의 송신 시설을 비롯하여 kt 등의 기지국도 개오리의 신세를 지고 있다. 눈이 쌓인 진입로에는 관리자가 타고 간 차량의 흔적이 뚜렷하게 나 있었다. 시멘트로 포장이 되었지만 경사가 있는 데다 눈이 있어서 ​더러 불편함도 따랐다.

비탈을 오른 후 다시 이어지는 경사면에 들어서니 정상부가 보였다.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송신소나 기지국이 들어서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전에 출입 허가를 받기는 했지만 구태여 현장의 누구 하나라도 만나는 것을 피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런 만큼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가지 않고 주변을 살피면서 현장 관리자와의 상면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정상 가까이 도착을 하고 돌아섰는데 역시나 풍경이 좋았다.

불칸디 ~ 쌀손장오리 ~ 태역장오리 ~ 성진이 등으로 이어지는 오름 군락들이 펼쳐졌다. 국공지역이라 출입 제한 구역이지만 이 모습들 바라보기에는 견월악이 최고인 것 같았다. 방향을 돌리니 마방목지가 보였고 멀리로 어승생악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조랑말들이 떠난 초지는 엊그제 내린 눈이 소복하게 쌓였고 아직은 누구도 진입을 안 한 때문인지 곱게 보였다.

얼마 후 마방목지는 주말을 맞아 눈썰매를 타기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누군가 다녀간 흔적을 매달았는데 그 나무가 있는 지점이 딱히 정상부라 할 수는 없지만 마땅히 선택할 만한 곳이 없었던 때문이라고 여겼다. 시설물 중 하나인 철탑 사다리가 있는데 북향의 풍경 놀이를 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조심스럽게 올라가서 확인을 하니 거친오름을 시작으로 일대의 오름들이 실루엣처럼 펼쳐졌고, 해안을 포함하여 북쪽을 중심으로 하는 좌우측의 전망이 훤하게 열렸다. 허가는 받았지만 시설물들이 많고 출입이 제한된 곳인 만큼 조급한 마음도 들고 해서 오래  머물지는 않고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갔다. 계절이 바뀌면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어디까지나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고 있는 곳인 만큼 어려움이 따르리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