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통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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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통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0.01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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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143.1m 비고: 43m 둘레: 2,748m 면적: 258114㎡ 형태: 말굽형

 통오름

별칭: 통악(桶岳)

위치: 성산읍 난산리 1,976번지

표고: 143.1m  비고: 43m  둘레: 2,748m 면적: 258114㎡ 형태: 말굽형  난이도: ☆ 

 

 

대여섯 개의 봉우리에 에워싸였으면서 북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 굼부리 화산체...

동부권 웃뜨리 권역의 신산 교차로에서 만나는 통오름은 대수롭지 않으면서도 운치가 있는 화산체이다. 구태여 계절을 논한다면 가을형 오름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민둥산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정상 사면은 상대적으로 햇볕을 많이 받게 된다. 이런 덕분에 가을이 열리면 다양한 야생화들이 서로 잘났노라고 뽐내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다.

듬성듬성 자라난 억새들은 살랑살랑 불어대는 바람에 리듬을 맞추며 야생화들의 반란을 시기한다. 그러하기에 통오름의 매력은 가을에 더 느낄 수가 있는 것이다.  오름의 명칭은 화구를 중심으로 하는 전반적인 형세가 물건을 담는 통과 비슷하다고 하여 통악(桶岳)이나 통오름으로 부르고 있다. 화구를 에워싼 형태는 낮지만 자세히 보면 둥근 봉우리 대여섯 개가 합작을 하고 있는 특별한 오름이기도 하다.

비고(高)는 불과 43m이면서 굼부리 안은 농경지로 개간이 된지 오래되었고 개인 묘지들도 자리하고 있다. 봉우리들에 에워싸인 내부는 원형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북서쪽으로 벌어진 완벽에 가까운 말굽형 화산체이다.  정상부를 따라서 한 바퀴를 돌아보는 산책로는 전투 모드로 진행을 해야 하나 큰 의미는 없다.

짧은 시간 내에 정상부에 오르면 양 방향으로 탐방로가 있으며 별도의 매트 등이 없는 자연의 길이다. 따라서 잔디와 얕은 수풀들 사이로 사람이 다닌 흔적을 따라서 둘러보면 된다. 건너편으로는 독자봉이 자리하고 있는데 마치 형제나 이웃처럼 다정하게 어우러져 있다. 그러면서도 얼핏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드나 실제의 외형과 분위기 등은 크게 차이가 난다. 

 

10월에 통오름을 오르는 일이 어디 오름 탐방으로서의 깊고 그윽한 맛을 찾아서 만이겠는가. 삐쭉삐쭉 고개를 내민 야생화들과의 눈싸움이 이뤄지고, 수줍은 듯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꽃을 바라보며 가을의 공간에서 자연의 신비를 마음껏 만끽하는 일도 포함을 하게 된다.  오름이기에 주변을 전망하고 맑고 시원한 바람을 맞는 것은 어디까지나 덤이 되는 셈이다.  

한편, 통오름은 제주올레에 포함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레꾼들에게 있어서 이 모든 것을 다 만끽하라고 당부하기에는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이고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올레길이 아닌 별도의 오름 탐방으로 알려져야 할 곳임에 틀림이 없다. 결국 통오름 역시 지나친 경쟁과 어리석은 욕심이 동반되어 만들어진 올레코스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절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사면이 바다인 제주에서 올레는 해안선 인근의 오름을 포함하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지, 웃드리 권역의 오름까지 포함을 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적어도 사계절 도보여행지로서의 장소가 되는지와 안전성 등을 고려한다면 빗나간 코스가 맞다.  찾는 이들에게 선뜻 자신의 허리와 어깨를 내주는 통오름으로서도 올레꾼들이 잠시 스쳐가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은 자신을 쓰다듬고 한동안 함께 해주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올레코스이기에 찾는 이들에게 만류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네비를 이용하여 찾아갈 경우 독자봉이나 신산 교차로로 검색을 하면 된다. 통오름 주변에 별도의 주차시설은 없다. 부득이 안전성을 고려한다면 약간 이동을 해서 맞은편의 독자봉 주차장 신세를 지면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진입로 옆에 약간의 공간이 있는데 이곳에 주차를 하면 된다.

 

  -통오름 탐방기- 

가을날의 통오름 초병은 억새의 몫이다. 불침번도 불신검문도 다 이들이 맡고 있다. 아마도 지금쯤은 좀 더 퇴색이 된 모습이겠지만 이들은 겨우내 기간에도 이 자리를 지킨다. 약간의 경사가 이어지지만 오래지 않은 시간 내에 정상 능선에 도착을 할 수 있다.

제주올레가 지나는 곳을 포함하는 중심에서 어느 방향이든 먼저 탐방을 할 수 있으나 오름의 둘레를 이어간다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 어차피 말굽형의 화구이기 때문에 양 방향 진행하다가 돌아오는 번거로움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전투 모드를 포함하는 전진 코스가 가능하지만 쉽지가 않으며 권하고 싶지도 않다. 

가을의 중심에서 통오름을 오르는 이유 중 하나는 야생화를 만나는 일을 포함하게 된다.  능선을 따라가면서 야생초를 채취했다. 야관문(비수리)으로 불리는 약초이며 절대 양심껏 약간만 슬쩍했다. 경방 초소가 있는데 산불예방 강조기간에는 관리인이 상주하지만 이 계절에는 문이 굳게 닫혀있다. 초소 옆에는 의자가 놓여 있었는데 오래되어서 낡은 때문인지 다리가 부러진 것도 보였다.

초소에서 바라보는 맞은편과 화구의 일부에는 묘들이 있는데 오름에서 만나는 흔한 일이지만 화구 자체가 농경지로 된 곳은 드문 일이다. 화구 안에는 놈삐(무우)가 빽빽하게 심어져 자라고 있었다.  정상부가 노출형으로 이뤄진 오름이라서 주변을 전망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가시거리를 포함하는 날씨가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무난하게 살펴볼 수가 있었다. 사스레피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었는데 아직은 이들이 내뿜는 독특한 향은 느낄 수가 없었다.

머지않아서 사스레피의 진한 냄새가 주변을 진동하겠지만 사람 몸에는 유익한 성분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반대(북)쪽 능선을 따라갔다. 제주올레 리본이 약한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온평 포구를 출발하는 3코스는 통오름을 거쳐서 두모악으로 향하게 짜여 있고, 이후 해안길을 추가하여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면이 바다인 섬을 둘러보며 걷는다는 점과 제주의 전형적인 올레를 의미하는 내용과는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거나 3코스는 초장기에 해안선이 아닌 웃뜨리 권역(중산간)을 점령(!) 하는 코스로 구성이 되었다가 두 코스로 나누게 되었다.  민둥산 형태의 통오름은 숲이 안기는 허전함을 대신하여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가을의 공간을 노래하고 찾는 이들을 위하여 향연을 벌이는 것은 이들의 몫이다.

다양한 천연색으로 꽃을 피우는 모습들은 아름다움 그 자체로 느껴졌다. 쥐손이풀과 이질풀과 눈 맞춤을 했고, 척박한 토양의 억새 틈에서 기생을 하는 야고는 보랏빛으로 수줍어하는 모습에 신비스러움을 포함했다. 어찌 이들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허리를 숙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곳에서 만나는 잔대는 그 종류 또한 다양했는데 섬잔대, 등잔대, 층층이잔대 등이 터전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실 잔대의 꽃을 제외한 줄기나 잎을 보면 실망스럽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척박한 토양이면서 튼튼하지 않은 줄기와 잎을 지닌 체 어여쁜 꽃을 피우는 이들을 보는 것은 신비함 그 자체이다. 한쪽에는 제철을 잊었는지 인동꼬장(인동초)이 노랗게 꽃을 피워 발길을 잡고 눈길을 끌었다. 하절기를 전후해서 들판을 물들여야 할 녀석들인데 10월을 붙든 채 나래를 펴고 있었다.  통오름의 맞은편에는 독자봉이 있다.

하지만 이 두 오름은 서로 인연이 안 닿는지 별로 친해 보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서로 잘났다고 우겨대며 서로 탐방하기 좋은 분위기라고 우쭐대고 있는데, 아직도 그 심판은 끝나지 않은 자존심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별도의 화산체인 이들은 어찌 서로 마주 보게 탄생이 되어서 연분도 쌓지 못하는 것일까.

오래전에 이 중심이 도로로 변하기 전에는 아마도 독자봉과도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갔을 것이다. 아니면 이웃으로서의 존중보다는 더러 경쟁과 뽐내기라도 했을까.   독자봉이 숲 안의 매력을 자랑질 하면 통오름은 조망권과 야생화들을 들먹이며 서로가 잘 났노라고 우겨대는 꼴이다. 통오름을 간 김에 독자봉도 오른다는 표현을 해서도 안 되며, 독자봉에 간 김에 통오름도 올랐다고 해서도 안 된다.

어느 누구든 잘못 건들며 심한 질투와 시기를 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가을 햇살이 부서지는 어느 날 통오름의 양지바른 곳을 찾아 무릎을 꿇으면 야생화가 눈인사를 보내온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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