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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이의 오름이야기제주도의 모든 오름(가나다순)
[오름이야기]하늬보기표고: 592.3m 비고:42m 둘레:505m 면적:17,895㎡ 형태:원추형
홍병두 객원기자  |  jejulovetou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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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8.10.11  01: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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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늬보기

별칭: 하늬복이. 하네보기. 하늬복오름

위치: 안덕면 상천리 산 89번지

표고: 592.3m  비고:42m  둘레:505m 면적:17,895㎡ 형태:원추형  난이도:☆☆☆

 

   
 

바람의 섬 제주를 상징하는 명칭을 받고 신령스러운 영아리를 에워싼 화산체...

수백 개의 오름마다 명칭이 있지만 하늬복이와 마복이는 특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연중 계절풍이 끊이지 않는 제주의 기후적 영향과 관련하여 이 두 오름을 두고서 바람의 이름으로 정한 것을 보면 야릇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늬바람이 서풍이고 마파람은 남풍인 점을 감안할 때 위치적으로 두 오름을 거치는 바람은 그럴싸하게 느껴진다.

하늬복이는 신령스러운 오름이라 하는 영아리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쪽에는 마보기(마복이) 오름이 있다. 서풍을 하늬바람이라 하는 만큼 영아리의 서쪽에 위치한 화산체임을 부각시킨 것으로 추측이 된다. 한편, 영아리의 남쪽으로는 마보기(오름)이 있는데 이 역시 남풍과 관련하여 명칭을 붙였으니 바람의 섬인 제주의 특성을 연계한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를 엿볼 수가 있다. 이러한 입지이고 보면 하늬와 마복이는 함께 만나야 하는 것이 맞는 겪이다. 

거리상으로는 가까운 편인데, 두 오름을 잇는 탐방로가 잘 정비된 편은 아니지만 삼나무가 울창한 수림을 지나는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좋다. 자연의 깊은 맛과 고이 간직한 숲의 세상을 헤집고 진행하는 과정 자체만으로도 탐방의 묘미를 느끼게 된다. 잘 숙성이 된 묵은지와 발효 기간이 적당한 동치미 국물을 함께 마시는 맛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냥 신령스러운 곳이라 하지 않았을 테고 쉽게 바람의 섬을 상징하는 명칭을 붙이지는 않았으리라.

과거에는 어떠한 환경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무들이 자라나 울창한 숲을 이룬 지금으로서는 바람맞이를 생각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바람을 대신하는 역할은 이곳을 터전으로 자생하는 나무들의 몫이 되었다. 전 사면은 소나무를 비롯하여 삼나무 외에 잡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채 숲을 이루고 있다. 바닥 층 역시 덤불과 수풀들이 차지를 하고 있으며 정해진 탐방로가 없는 대신 숲의 깊고 그윽한 멋을 느낄 수가 있다.

다만 이러한 환경 때문에 이렇다 할 전망이 없는 것이 아쉬움이 있으나 자연은 언제나 반전의 준비를 해 놓는다. 하늬 외에 하네로도 부르며 복이나 보기로 표기를 한다. 따라서 명칭은 하니복이나 하늬보기 중 하나로 기억을 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하늬복이 한곳만을 찾아보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실수이다.

신령스러운 영아리를 감싸고 있는 네 오름(하늬복이. 마보기. 이돈이. 어오름) 중 선택하여 연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이다. 영아리 탐방로가 잘 갖춰진 것을 고려한다면 이곳을 거쳐 행기소를 지난 다음에 만나는 방법이 최고이기는 하나 양 방향 주차의 필요성이 따른다. 산록도로변에서 광평 사거리를 지나다 다빈치 뮤지엄 근처의 목장 입구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는 마보기를 필수적으로 만나게 된다.

또한 핀크스 골프클럽 맞은편을 이용할 수도 있으며 곧바로 마보기에 오른 후 하늬보기 산 체를 바라본 후 진입하는 것도 무난하다.

   
 

-하늬보기 탐방기- 

영아리를 만난 후 곧바로 인근의 습지로 내려간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는데, 이어서 하늬복이를 만나러 간 것도 같은 상황이었다. 이미 양 방향 주차 후 진행을 한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었다. 영아리 정상에서 실컷 기(氣)를 받고 습지에 도착을 했는데 일찍이 일부 사람들에 의하여 행기소라고도 했던 곳인데 지금도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예상과 달리 물이 제법 고여 있었다. 겨울의 중심인 만큼 이보다 더한 모습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흡족한 모습이었다. 

영아리로부터 이어지는 습지는 이렇다 할 탐방로가 없는데 이는 그만큼 자연미가 살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절기를 전후한 시기라면 오히려 진입에 번거로움이 따르겠지만 겨울이라 무난하게 접근할 수가 있었다. 이어서 숲을 헤치면서 하늬복이로 이동을 했는데 방향 감각과 gps의 등고선을 참고하며 전진을 한 후 마침내 정상부에 도착을 했다. 원추형의 산 체라고는 하지만 이미 많은 침식이 이뤄졌고 사방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채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안내판은 둘째하고 정상 표식이라고는 다녀간 오르미들이 매달아 놓은 흔적이 전부였다. 이미 상황을 아는 만큼 더한 욕심도 바램도 지니지 않았으며 어느 누구도 투덜거림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자연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자체로 반전의 힘이지 않겠는가. 그나마 겨우내의 모습이라 덤불의 횡포도 사라졌다. 키가 큰 나무를 사이에 두고 덤불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공생도 공존도 아니건만 자연의 터전은 이들에게 자유의 영역과 구분 없는 경계를 부여하고 있었다.

짐작건대 과거에는 다른 환경이었을 거다. 나무들이 자라나 빽빽하고 울창한 숲을 이룬 지금으로서는 하늬바람을 맞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다. 하늬지기가 되어 정상을 수호하는 삼나무 아래로는 돌담이 있었다. 일부는 내려앉았지만 산담처럼 빙 둘러진 모습은 마치 천리를 해 간 묏자리처럼 보였다. 숲을 이룬 채 사방을 가린 상태였는데, 이미 잎사귀를 떠나보낸 오래된 나무들 틈으로 전망을 했지만 역시나 허사였다.

   
 

가지가 굵고 커다란 나무가 있으면 기필코 올라가서 한 컷이라도 하려 했지만 바램일 뿐이었다. 6부 능선 자락이라지만 하늬바람은 숲의 방어막을 뚫지 못했고 비껴갔다. 그러기에 하늬복이에서 겨울에 불어오는 바람의 고통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산 체의 기슭을 따라 이동하는 동안은 참으로 아름다운 진행이 이어졌다. 아니, 그보다는 자연미가 넘쳐나는 곳이었다는 게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려는 하늬의 바램은 탐방로마저 허락을 하지 않았다.

그런 환경이 좋고 깊은 맛이 풍기기에 차라리 느리게 전진을 했다. 뿌드득 뿌드득..... 사르륵 사르륵..... 떨어진 삼나무의 작은 가지와 잎을 밟을 때마다 정적의 숲 안을 불규칙 리듬으로 숲을 깨우게 되고 말았다. 삼나무 숲을 빠져나오니 비로소 세상이 보였는데, 맨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억새의 향연이었다.

퇴색의 시기가 훨씬 지났지만 아직도 으악새들의 모습은 의기양양하게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쳐드니 멀지 않은 곳에 마복이의 산 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긴 여정을 이어온 우리를 기다리는 모습에 기꺼이 마파람으로 맞아줄 기세였다. 

바람의 섬인 제주를 표현하는데 오름 명칭도 필요했었을까. 하늬바람과 마파람을 묘사한 이름들이 새삼 흥미 있게 느껴졌다. 마복이를 두고서 한자로 남복악(南福岳)으로 표기를 하는 것을 보면 더 의미가 있다. 남풍에 실려 오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고 따뜻하고 넉넉한 복을 함께 싣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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