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한대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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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한대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0.1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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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921.4m 비고:36m 둘레:1,526m 면적:132,263㎡ 형태:원추형

 한대오름

별칭: 한대악(漢大岳). (漢垈岳)

위치: 애월읍 어음리 산 25번지/봉성리 산 1번지

표고: 921.4m  비고:36m  둘레:1,526m 면적:132,263㎡ 형태:원추형  난이도:☆☆☆ 

 

 
   

높고 큰 규모의 산 체이면서 산상의 굼부리와 2개의 봉우리를 지닌 특별한 오름... 

한대오름오로서의 한대(漢大. 漢垈)는 깊은 산중의 비탈진 곳 정도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명시는 없다. 지금의 모습으로 견주어 본다면 넓은 터와 공간이나 좋은 장소를 지칭하는 것도 포함도 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덩치가 크고 넓다는 뜻을 포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곳과 다소 떨어진 해안이나 보다 아래쪽 중산간 지역에서 바라볼 때 워낙 덩치가 크고 높게 보인 때문에 “한대”의 표현을 한 것으로 짐작할 수가 있다. 실상 한대오름은 크기에 비하여 비고(高)가 낮은 때문에 등성 외에 정상의 전부를 보기가 힘이 들 정도이다. 원추형이기는 하나 어느 방향에서 보던지 오름의 형세 전부를 훑어보기란 쉽지가 않다는 뜻이다.

어쩌면 스스로 깊고 그윽한 모습의 전부를 노출하기를 꺼려 하는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넓게 퍼져 있으면서 산상에는 2개의 봉우리가 낮게 이어져 있다. 동쪽과 서쪽 기슭 아래로는 산상의 굼부리가 있고 일부에는 습지대가 형성되고 있는 반면에, 이 화산체의 구분은 원추형으로 분류를 하고 있어 특별함을 엿볼 수가 있다. 

수백 개의 오름이 산재한 제주에서 가볼 만한 오름 20선 정도를 고를 때 빠뜨리면 너무 서운해할 한대오름임은 틀림이 없다. 표고는 약 921m이며 비고(高)는 36m로 낮지만 원형의 굼부리가 있고 덩치가 큰 산 체이다. 따라서 9부 능선을 따라 한대오름을 찾아간다는 것은 경사를 오르는 탐방이 전부가 아닌 셈이다. 

이 오름을 만나는 방법은 여러 루트가 있다. 지금의 산록도로(1117)가 생기기 이전에는 1100도로변을 이용하거나 거믄들먹(오름) 등을 연계하였다. 이후 산록도로를 이용하는 탐방이 가장 많이 이용이 되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무난한 편이다. 네비를 이용할 경우는 바리메오름을 찾으면 된다. 산록도로변 웅지리조트 입구 맞은편으로 함박재농장 표석이 있으며 이곳 소로를 따라가면 바리메 입구가 나온다. 

바리메 입구를 지나고 좀 더 진행을 하다 보면 삼거리가 나오며 이곳에서 좌회전(직진은 영암사. 함박재농장 팻말)을 하고, 1km 남짓 가다 보면 다시 삼거리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이동을 해서 가다가 노루오름 입구를 거쳐 마지막 차량 진입 장소가 한대오름 초입이다.

 

-한대오름 탐방기- 

어느 오름이나 매력이 있고 특징이 있겠지만 가을은 곤란과 고민을 부추긴다. 그러나 수많은 오름들 중에 계절을 중요시하고 찾아야 할 오름들을 분리하고 선택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딱히 가을형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고 사계절형이라고 보기에는 모호하지만 한대오름은 그 선두권에 있다. 천연색의 화려한 단풍이 인도를 해주고 전망은 자연의 멋을 제대로 안겨주며 분화구는 극치의 멋에 일조를 하기 때문이다.

오가면서 만나는 억새 군락은 덤으로 여기기에는 너무 벅찬 데다 야생화까지 합세를 하며 크고 작은 탄성을 지르게 한다. 숲길 따라 이어지는 도보여행을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가을 오름 탐방에서 이보다 더한 조건이 어디 있겠는가. 이러한 환경의 중심에 있는 한대오름이 한라산국립공원 통제구역에서 제외되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가을에 만나는 한대오름으로 가는 길과 오름 주변에서는 깊고 그윽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숲길을 따라 천연색의 단풍을 보고 걷노라면 어느새 자연 속의 주인공이 되기에 차라리 혼자서 고독의 길을 택하고 싶어진다. 가끔 만나는 돌길도 밉지만은 않으며 어쩌다 떨어진 낙엽 위를 지날 때는 행여 밟힐까 봐 조심스러워진다. 모두가 자연이고 그 자연 속으로 가는 스스로는 가을속의 주인공이 되기에 너무 충분하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오름행에 있어서 선택의 폭도 넓어지게 마련이다. 억새와 야생화가 들판을 메우고 오름 기슭을 차지한 억새가 우쭐대지만 오르미들에게는 더 이상을 바라는 욕심이 생겨난다.

단색으로 퇴색의 길을 가는 억새의 향연보다는 천연색 단풍을 그리워하게 됨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일까. 한대오름을 만나는데 있어서 이동성과 접근성이 다소 불편한 점도 있다. 그나마 차량으로 초입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인데 시작과 마무리 지점이 같다. 특히나 한대오름만을 만나거나 노루오름을 연계할 수 있는 초입이기도 하다. 입구에 안내표지가 있으며 주차는 이곳보다 좀 더 떨어진 곳에 하는 바람직하다. 특히나 주말 등에는 혼잡의 우려가 있으므로 사전에 적당한 곳을 이용해야 좋다.

어차피 워밍업을 운운하기에 좀 떨어져서 출발을 해도 길이 좋은 때문이다. 시작부터가 숲길이 시작되었다. 그러기에 망설일 필요도 게으름 피울 겨를도 없었다. 사방이 숲으로 에워싸여 있기 때문에 걷는 자체가 숲길이고 자연 속이다. 큰 경사 없이 돌길과 흙길을 따라 전진을 하게 되는 동안 줄곧 평지에 가까운 길이고, 흙길과 더불어 빌레왓(돌길)도 만나지만 불편이나 투정을 부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눈으로는 숲의 세상을 만나고 가능한 거친 심호흡을 몰아쉬며 이들이 내뿜는 배려에 아낌없이 동참을 해주면 되었다.

그런 때문인지 혼자 찾은 게 오히려 더 좋다는 생각도 들었고, 더욱이 낮 시간에 홀로 왔으니 오가는 사람들도 없어 한적했다. 사박사박.... 뚜벅뚜벅..... 떨어진 도토리 몇 개를 주웠다. 조용한 숲길을 걷는 것을 애써 강조하면서도 여유를 부린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조릿대왓 옆에 야생 버섯이 보이길래 기꺼이 허리를 굽혀줬다. 아직 단풍은 초록을 머금은 채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머지않아 천연색으로 물들을 모습을 그려보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파란 하늘에 가느다랗게 드리운 하얀 구름은 단풍나무의 단색과 조화를 이뤄주며 분위기에 한몫을 했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주나무와 참나무 몇 그루가 다른 차림새로 맞아주며 단풍을 대신 느끼게 해줬다. 초입 주변을 지나서 어느 정도 들어오면 계속해서 환경이 바뀌고 있었는데, 치열한 경쟁의 시기를 맞이한 듯 다양한 수종들이 옷 갈아입기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자연을 향한 기대와 욕심은 끝이 없다. 행여 예실곱 날 정도만 더 있다 왔으면 천연색의 모습을 좀 더 볼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나를 대신하여 한없이 감탄을 보내줄 다른 이들을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해안가에서 볼 수 있는 빌레왓과 작지왓을 만나기도 했다.

행여 숲이 울창하지 않았으면 위대한 착각이라도 할 정도였다. 기우뚱 거리거나 돌부리의 불편함도 더러 있지만 그보다는 자연의 길이기에 흡족한 진행을 하는 것이 맞았다. 그러다가도 어느새 수풀이 차지한 소로에 접어들게 되면서 진로의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슈크렁(수크렁)도 성장의 진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조릿대와 다른 수풀이 빽빽하게 자리한 옆을 차지하여 우쭐거리길래 셔터를 눌러줬다. 시들고 나면 그뿐. 지금이라도 실컷 바라봐야 하는 것은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데에도 한몫을 하는 때문이었다.

이윽고 교차점 삼거리에 도착을 했다. 이 지점에서 좌측은 1100도로변에서 돌오름 임도를 따라 접근을 하게 되는 방향이며, 한대오름은 우측으로 이어가면 되는데 오름 능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익은 가을도 아니 건만 아직은 푸른색이 더 많았지만 그래도 변화를 실감하게 해준 건 야생화들의 몫이었다. 용담을 시작으로 한라부추와 미역취 등이 마중을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편백 숲으로 들어선 후 이내 조릿대 군락을 지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 있지만 조릿대의 성장은 진행에 심할 정도로 불편을 느끼게 했다.

 

기슭의 정상부로 향하는 곳까지 연이어 조릿대가 장악을 하고 있었다. 정상부를 만나기 위하여 올랐더니 소나무와 일부 잡목들이 눈에 띄지만 그보다는 조릿대의 횡포가 우선이었다. 공교롭게도 한대오름의 명당이라 할 수 있는 전망 터는 묘가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두 곳의 전망 터가 다 그렇게 구성이 되었다. 썩 좋은 날씨는 아니지만 그래도 눈으로 보는 과정에서는 만족한 편이었다.실루엣으로 이어지는 오름 군락들..... 청정의 맑은 공기가 시원하게 불어왔다. 약하게 바람이 불어왔다. 가을이 불어오고 자연이 불어왔다.

낮게 드리운 구름층은 차라리 운치를 더하는데 한몫을 했다.  다시 두 번째 전망 터로 오니 더한 그림이 펼쳐졌다. 크고 작은 오름들이 눈앞에 시원하게 나타났다. 아무리 잘났어도 한대오름에 오르면 모두가 내려다보게 되는 오름들이다. 불어오는 계절풍에 온몸이 녹아드는 것을 느끼며 풍경 놀이를 하자니 비로소 성취감을 느끼게 되었다. 한대오름의 묏자리는 누가 봐도 명당임을 한눈에 알 수가 있다. 묘지기이면서 한대오름지기 역할을 하는 소나무는 찾는 이들의 필수적인 포토존이 된다.

송악산과 산방산이 선명하게 보였고 날씨가 좀 더 좋으면 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눈 맞춤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방향을 돌리고 거리를 좁히니 새별오름과 이달봉 형제가 보였고 북도라진(오름)과 괴오름 등도 비교적 가까이로 보였다. 해안을 전망하다가 있는 힘을 다하여 줌을 당기니 비양도가 잡혔다. 상황이 그러하고 환경이 그런 만큼 한동안 털썩 주저앉은 채 전망 놀이를 했다. 혼자의  혼자에 의한 혼자를 위한 힐링의 과정들. 자연은 그런 과정을 다 받아주고 베풀 줄 알고 있다.

산 체의 허리를 따라 내려오다가 편백나무숲을 지나게 되었는데 어느 방향을 우선으로 할지라도 리턴은 반대편을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래지 않은 시간이고 길지 않은 거리이지만 기슭을 빠져나오니 억새 동산이 반겨줬다. 가을의 중심에 선 억새들은 키 높이를 함께 하자는 듯 우쭐거리는가 하면 진로 방해를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백(back) 코스로 나가야 하지만 그래도 오는 동안의 분위기를 잘 알고 있던 만큼 아쉬움을 떨구기에는 너무 충분한 상황이었다. 역시나 한대오름은 그 이름값을 하는 화산체임이 틀림없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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