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몽펠리에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 개인전 《시공 횡단》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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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몽펠리에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 개인전 《시공 횡단》 개최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8.10.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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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몽펠리에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LA PANACÉE – MoCo)
▲ 양혜규(b.1971)《시공 횡단》 전시 전경,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 몽펠리에, 프랑스, 2018사진: Marc Domage,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양혜규는 10월 12일부터 약 3개월간 프랑스 남부의 문화도시 몽펠리에에 소재한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LA PANACÉE – MoCo)에서 개인전 《시공 횡단》을 선보인다.

라 파나세의 관장이자, 본 전시의 기획자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riaud)는 프랑스 출신의 미술평론가로 팔레 드 도쿄 초대 공동 디렉터 및 에콜 데 보자르 학장을 역임했으며 국내에서도 저서 『관계의 미학(Esthétique relationnelle)』(1998)으로 잘 알려진 큐레이터이다.

지난 2014년 타이베이 비엔날레의 총 감독을 역임하며 양혜규와 인연을 맺었고, 2015년 삼성미술관 리움 개인전 전시 도록에 작가론을 기고하기도 했다.
 
전시명이 암시하듯 이번 전시 《시공 횡단》은 각기 다른 장소와 시간대에서 유래하는 이질적인 요소들을 한데 엮은 혼성의 공간에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독일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 마누엘 래더(Manuel Raeder)와 협업한 벽지 작업 <배양과 소진>(2018)을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의 전시실 전체 벽에 설치하여 공간적 인식을 대대적으로 변형한다. 이 벽지 작업은 옥시타니아(Occitania) 문화 및 교육과 하이테크를 중심으로 융성하는 현 지역 산업에 대한 일차적 조사를 시작점으로 하되, 서구에 살아남은 이교도적(반기독교적) 문화 및 민속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의 발로라 할 수 있다.

▲ 양혜규(b.1971)《시공 횡단》 전시 전경,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 몽펠리에, 프랑스, 2018사진: Marc Domage,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양파, 마늘, 고추부터 의료 로봇, 그래픽적으로 변형된 녹지, 방울, 불꽃과 구름에 이르기까지, 예측불허의 방식으로 배열 및 병치된 다양한 모티프들은 시간을 유동적으로 간주하는 작가의 관심을 반영한다.

또한 기립하거나 매달리거나 끌리는 등의 다양한 형태의 존재감으로 흡사 불특정 생명체와 같은 조각 작업들은 벽지 작업 <배양과 소진>이 구축한 환경에서 인간 현존의 유기적 대체물 역할을 담당한다.
 
《시공 횡단》은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의 3개 전시실을 점유한다. 양혜규는 첫 번째 전시실에서 조각 신작 <중간 유형 – 대롱대롱 덥수룩 포옹>(2018)과 <중간 유형 – 끌리는 덥수룩 포옹>(2018), <소리 나는 컴컴 환풍 이층 원동기 – 덥수룩 발>(2018) 3점을 선보인다.

어두컴컴한 플라스틱 털을 온몸에 덮은 조각 3 점의 앙상블은 수많은 마늘과 양파 이미지로 구성된 밝은 배경의 벽지 작업과 대비되며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두 번째 전시실에서는 양혜규의 매듭 공예(macramé) 조각 연작과 <소리 나는 달> 연작이 조합된다.

표면을 놋쇠와 니켈로 도금한 방울로 뒤덮은 <소리 나는 반달> 연작 3 점의 촉수 같은 방울 사슬은 바닥까지 길게 늘어진다. 달의 기울기를 연상시키듯, 금색과 은색 방울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구획되어 문양을 이룬다.

단아하고 정적인 <소리 나는 반달>은 손으로 비틀어 돌리면 방울 소리와 함께 방울 촉수가 춤추듯 돌아가 그 생기를 드러낸다. 바로 옆에는 양혜규의 매듭 공예로 제작된 <마디진 주문>(2016) 연작 3점이 전시된다. 방울, 말린 열대 과일이나 모로코에서 온 빈티지 장식 등 다양한 장식적 오브제로 치장된 이 연작의 핵심은 매듭이라는 공예의 노동집약적 양상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전시실에서는 <중간 유형 – 달리는 갸름 두 색 부채춤>(2016)과 <중간 유형 – 옥시타니아 떠돌이>(2018) 2점이 설치된다. 다양한 문화적 지형에 걸쳐 흔히 볼 수 있는 이교 혹은 민속 의식 절차를 연상시키는 <중간 유형> 연작은 각 조각의 재료와 배열을 통해 각기 다른 역학과 참조점을 떠올릴 수 있다.
 
3 개의 공간으로 구획된 전시장에는 각각 스피커의 묶음이 열매처럼 천장에 매달려 있다. 스피커로 재생되는 두 가지 음향 작업 중 하나는 공개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아낸 약 12종의 새소리 모음이며, 다른 하나는 올해 4월에 성사된 2018 제1차 남북정상회담의 중계 영상에서 추출한 동일한 종의 새소리이다.

이 녹음은 남한과 북한의 지도자가 그 누구도 대동하지 않고 도보다리 끝에 함께 앉아 단둘이 나누었던 그 시간의 기록으로 비무장지대(DMZ)의 무성한 자연환경에서 기록된 약 30분 분량의 새소리이다. 당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기자들이 먼발치에서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소리는 카메라 셔터 소리, 스스로의 발소리, 그리고 비무장지대 곳곳을 가로지르는 새들의 지저귐뿐이었다.

양혜규는 이 두 가지의 녹음 파일을 함께 재생하면서 사실 자체와 이에 대한 해석, 때로는 숨겨진 서사에 대한 비밀스러운 본질을 지적한다. 인간 사회와 무관한 듯한 새소리조차도 구체적 시간성과 장소가 더해지면서 예상치 못한 서사를 내포한다.
 
동시에 음향이나 향신료 냄새와 같은 비물질적 요소, 그리고 텍스트라는 비시각적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장과 평행한 긴 복도에 설치된 <융합과 분산의 연대기 – 뒤라스와 윤>(2018)은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 1914-1996)와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연대기를 주관적으로 함께 편집한 연대기다.

▲ 양혜규(b.1971)《시공 횡단》 전시 전경,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 몽펠리에, 프랑스, 2018사진: Marc Domage,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벽을 따라 늘어선 긴 패널 위에 서술된 연대기는 1910년을 기점으로 2018년에 끝난다. 이 공동의 연대기를 구성하는 두 주인공 간에 역사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큰 공통점은 없어 보인다.

다만 무료하게 제시된 두 인물의 연대기에서 식민주의, 냉전시대 그리고 일련의 사회적 변혁과 정치적 갈등을 겪어 온 창조적 생의 극적이고 매혹적인 측면과 더불어, 고통스러운 소외와 몰이해 또한 내포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몽펠리에 라 파나세 현대예술센터는 양혜규의 미학 뒤에 숨은 작가적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영화 상영과 강연, 윤이상(1917-1995) 작품 연주회, 그리고 12월 19일(수)에는 양혜규 작가의 강연을 통해 그의 관심사를 관객과 공유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며 당일 전시와 동일한 제목의 출판물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시공 횡단》은 전시를 기록할 뿐 아니라, 이제까지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양혜규의 벽지 및 벽화 작업을 면밀하게 기록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작업하는 양혜규(b.1971)는 미국 워커 아트 센터(2009), 아스펜 미술관(2011), 독일 하우스 데어 쿤스트 뮌헨(2012),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근현대미술관(2013), 노르웨이 베르겐 쿤스트할(2013), 한국 삼성미술관 리움(2015), 중국 울렌스 현대미술센터(2015), 프랑스 퐁피두센터(2016)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또한 광주비엔날레(2010), 제13회 카셀 도큐멘타(2012), 타이베이 비엔날레(2014), 제12회 샤르자 비엔날레(2015), 시드니 비엔날레(2018), 리버풀 비엔날레(2018년 10월 28일까지 관람 가능) 등 대형 국제전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

2009년에는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됐으며, 2018년에는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을 한국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이 밖에도 양혜규는 최근 독일 쾰른의 루트비히 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 《도착 예정 시간(ETA) 1994 – 2018》을 성공리에 마쳤으며, 이탈리아에서의 첫 개인전 《훌라 시리즈 #02 양혜규: 외줄타기와 그것의 말 없는 그림자》를 올 11월 4일까지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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