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주 4.3사건! 젊은 세대들의 역할을 위한 장(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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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제주 4.3사건! 젊은 세대들의 역할을 위한 장(場)이 필요하다
  • 현광남
  • 승인 2018.10.2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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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광남 서귀포시 장보화지원과
 

얼마 전 뇌졸중을 앓고 계신 아버지를 모시고, 4.3 평화공원 행불자 묘역에 참석했다가, 아버지로부터 ‘내 어머니는 애기 낳고, 할머니집에 갔다가 총맞고 돌아가셨다’라는 말을 들었다. 지금까지 아버지와 여러 차례 4.3평화공원에 찾아갔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의 동생에 대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여러번 물어봤지만 온전한 대답은 듣지 못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뇌졸중을 앓고, 기억능력이 감퇴하게 된 이제야 그 사실을 처음 듣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4.3평화공원 분향소 안 나의 할아버지 위패 옆에 있던 “‘❍❍❍’의 자‘라는 분이 대략적이나마 어떤 분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만, 자식인 나에게조차 한평생 말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한맺힌 아픔을 생각하니 가슴이 쓰려왔다.

4.3사건이 발생한지 70년이 지났고,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를 한지도 10여년이 지나가는 시점이지만, 나의 아버지를 비롯해 많은 피해자분들이 그 때의 일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런데 그 보다 더 가슴 아픈 건 4.3진상 규명, 유족과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등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은데, 4.3사건 피해자와 생존자는 점점 줄어들고, 그 분들의 기억 또한 희미해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4.3사건의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젊은 세대들이 4.3사건에 대해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씀이 있다. 역사는 되풀이 되며, 젊은 세대에게 그런 아픔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제주의 역사의 아픔을 해결하기 전에 잊어가고 있다.

제주 4.3사건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젊은 세대들이 이해할 수 있는 4.3교육이 활성화되지 않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4.3을 직접 겪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 단순히 역사적 소명을 갖고, 제주 사람이기 때문에 4.3사건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안일한 생각이다.

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의 추진과 함께 젊은 세대들이 4.3사건에 대해 동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다니고 있는 관광지의 많은 부분이 4.3사건과 관련되어 있음을 그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공직자인 나로서 하나의 제안을 하고자 한다. 공직자가 가져야 8대 의무가 있다. 거기에 제주 공무원으로 가져야 할 한 가지 의무를 더 추가하고 싶다. 제주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할 기본 제주 4.3사건에 대해 이해와 현장 탐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4.3의 전개 과정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였으면 한다.

특히, 그 시작점은 앞으로 공직사회를 이끌어나갈 2030의 젊은 세대들이였으면 한다. 그들이 4.3사건을 공부하고, 이해하고 있을 때 더 앞으로 그들이 펼쳐나갈 많은 정책에 제주 4.3사건의 정신을 포함할 수 있을 것이며, 그것이 제주의 역사를 잊지 않는 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제주 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의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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