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가새기오름
상태바
[오름이야기]가새기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0.30 0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115m 비고: 20m 둘레: 490m 면적: 17,198㎡ 형태: 원추형

 가새기오름


 별칭: 개새끼 오름. 가사봉(加沙峰. 佳紗峰)
 위치: 제주시 오라동 산 2,845번지
 표고: 115m  비고: 20m  둘레: 490m 면적: 17,198㎡ 형태: 원추형  난이도: ☆

 

 

  개새끼 오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고 부르지만 오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나 일부 지역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는 산 체이다. 면적이나 높이도 그러하지만 오름으로서의 가치가 좀 떨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 해당이 된다. 허접한 산 체이면서 오름으로써의 가치는 떨어지는 데다 도심을 차지하고 있는 때문인지 찾는 이들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오름 답지 못한 나지막한 곳이라서 외면당한 이름은 결코 아니다. 이 오름의 남쪽에 잘 알려진 민오름이 있는데 풍수지리설에 의하여 흘러나오는 내용 중에 민오름을 개(犬)라 하였고 지금의 산 체를 강아지(개새끼) 형국이라 하였던 것이 명칭이 되었다.  한자는 부득이 대역을 했으리라 추측이 되는데 가사봉(加沙峰. 佳紗峰)으로 표기하고 있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두 산 체를 어미 개와 새끼 개로 표현을 했으니 참 그럴듯하다. 어미를 그리워하는 강아지와 새끼를 보살피지 못하는 어미의 심정을 헤아려보라는 뜻일까. 두 산 체의 사이로는 과거 신제주가 건설되기 이전에 농경지나 산림으로 이뤄진 곳이었다. 지금은 고층 건물들이 들어섰고 도로가 만들어지는 등 변화가 이뤄지면서 둘 사이는 더 멀어진 느낌이다. 

한자로 가사봉이라고 표기를 하는데 이는 ‘가사끼’나 ‘가새기’의 옛말의 변이로 풀이를 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이해를 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 개새끼라는 용어 자체가 속어이면서 욕설로 사용되고 있어서 두 번 부르기에는 곤란해진다. 이런 연유로 보통은 가새기오름, 가사오름, 가삭봉 등 여러 별칭으로 부르고 있는 것이다.

개새끼 오름의 북서쪽 능선 자락은 예로부터 명당으로 꼽혀 온 곳이라 한다. 주위에는 여러 개의 묘가 있으며 기슭과 등성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가세기오름 탐방기-

동네 뒷산이나 봉우리 정도라 표현을 해도 좋을 것 같다. 불과 20m의 비고를 지녔기에 높이를 거론하기에는 부끄럽고 그렇다고 대단한 면적도 아니다. 하지만 꽤나 빽빽하게 수림이 우거져 있어서 도심의 먼지나 공기를 정화시키는 데에는 한몫을 한다고 본다. 주변에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여름철 모기나 풀벌레들이 귀찮은 존재가 되기는 하겠지만 원래의 자연 지역이라 투덜거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름 전체가 해송이 빽빽하게 들어찬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다. 높이가 낮고 규모가 작아 눈에 잘 띄지 않아서 외면당하지만 옛 문헌을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산림지대이다. 지난 1999년에 이곳의 그린벨트가 해제되면서 건물이 들어서고 개발과 발전이 거듭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곳도 가치를 인정받고서 보존과 정비가 이뤄지리라고 본다. 어미 개 민오름을 그리워하는 개새끼 오름은 오늘도 정돈과 다듬질을 바라며 도심의 먼지를 제거해주고 있다.

 아쉽게도 산책로 정비가 안 되어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애써 찾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입구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꿩들이 날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순간적인 일이라 담지는 못했지만 어쩌다 한 마리가 아니고 여기저기서 날아갔다.

발자국 소리가 그들에게는 침입자로 들렸을 것이다. 도심 인근이기는 하지만 숲과 산림의 형태를 지녔기에 아직까지 꿩들도 이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오름 주변은 주택이나 연립 등도 있으며 규모가 꽤 넓은 밀감밭이 있다. 이날도 마지막 밀감 따기 작업을 하는 쥔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아직 달려 있는 밀감들이 있어서 오해를 받거나 큰 실례가 될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오름을 찾아간다고 하니까 '여긴 사람 다니는 오름이 아닌데'라고 하셨다.

 

 기슭에 들어서니 소나무를 중심으로 다양한 잡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별다른 산책로가 없어서 나름 조심히 진입을 했다. 겨우내 기간에도 푸름을 간직한 채 대부분의 식물들은 잘 자라나고 있는 모습에 환경이 살아있음을 알 수 있었다.

키가 큰 나무에는 어김없이 넝쿨이나 덩굴이 공생을 하고 있다. 쓰러진 나무와 양치류 식물들이 바닥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더러 질서가 무너진 느낌도 들었다. 큰 소나무가 베어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보니 솔수염하늘소의 만행으로 인한 재선충병이 문제인 것 같았다.

 들머리도 말머리도 없이 숲과 오름을 뒤적거리다가 나왔는데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허접한 산 체이지만 마을이 들어선 지금으로서는 그나마 자연의 공간으로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희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