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개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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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개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1.0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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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344.7m 비고:130m 둘레:2,069m 면적:338.028㎡ 형태:원추형


 개오름

별칭 : 구악(拘岳). 개악(蓋岳)

위치 : 표선면 성읍리 2974번지

표고 : 344.7m  비고:130m  둘레:2,069m 면적:338.028㎡ 형태:원추형  난이도:☆☆☆

 

 

 명칭의 전래는 어설프지만 깊고 그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정상에서의 전망이 좋은 오름.


 행여 오름의 명칭이 좀 더 세련되고 예뻤으면 더 많은 오르미들이 찾을 테고 유명세도 함께 할 텐데 다소 어설프다. 그러나 전망권만을 놓고 본다면 동부지역의 오름들 중에서 어느 곳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일대의 오름에 올라서 바라볼 때 비교적 눈에 잘 띄는 곳 역시 개오름이다.

그러기에 남의 집에서도 안방에서도 제 할 바를 다하는 오름이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저 잘났노라고 우쭐대지도 않으며 찬조나 조연의 출연이 아닌 주연으로서의 역할을 당당하게 하는 화산체인 셈이다. 일부 사람들에 의하여 개(犬)와 연관하여 우스꽝스럽게 풀이하거나 여기는 경우도 있는데 실제와는 다르기 때문에 이런 추측이나 인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犬)와 관련한 구전되는 내용도 있으나 이는 오름의 형상을 두고서 전래되는 것이 아니고 장소를 일컫는다. 어디까지나 오름의 외형상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 아니라 이 오름을 중심으로 한 전해지는 이야기일 따름이다. 오름 모양새가 개와 같다고 해서 구악(拘岳)이라고 했다는 설과 밥그릇의 뚜껑이나 양산 모향을 빗대어 개악(蓋岳)이라고 부른다는 내용도 전해지고 있다.
 

동부권에서 번영로를 따라 진행을 하다 대천동 사거리에서 성읍으로 가는 동안에 만나는 오름들 중에 우측(南)으로는 성불오름이 있으며 반대편으로는 비치미오름과 영주산을 사이에 두고 개오름이 위치한다.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 이 산 체를 바라볼 경우 원추형의 가파른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지만 실제 등정에 큰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는다.

 

산 체의 형태가 남북으로 다소 펑퍼짐하게 이어진 데다 중간 허리 부분을 지나면서 다시 봉우리가 나오기 때문에 보통의 오름을 오르는 과정으로 여기면 된다. 전 사면에 삼나무가 조림되었으며 그 외 소나무를 비롯한 잡목들이 자연림을 이루고 있다. 서사면에 얕게 패어있는 모습에서 침식이 진행된 굼부리처럼 보이나 실제 분화구를 지니지는 않았다.

 정상에 서면 그야말로 풍경 놀이 삼매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구좌 권역을 비롯하여 성읍과 가시리 권역의 내놓으라 하는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이 오름 군락들은 하나의 실루엣으로 이어지며 한 폭의 그림이 되어준다.

오름의 허리와 사면 등에는 소나무와 삼나무를 비롯한 잡목들과 수풀이 우거져 있으며 정상 아래의 북쪽 사면 사이의 침식이 된 자리에는 잡초와 덤불이 무성하다. 무엇보다 개오름 탐방의 백미는 정상부에서의 조망권이며 운동 모드로 오른다면 허리 능선에서 자신과의 싸움도 해 볼 일이다.


 예전에 수풀이나 덤불 등이 더러 전진을 방해했었지만 지금은 구성이 무난하게 되어 있다.  과거에는 접근성을 비롯하여 진입로와 탐방로의 거친 면이나 경사 등 때문에 더러 외면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름 허리의 경사가 심한 곳과 초입지에 친환경 매트를 깔았고 탐방로 주변을 어느 정도 정비를 한 상태이다.

비고(高)가 130m인 점을 감안한다면 오름 탐방으로서의 최적의 높이인 셈이다. 이러한 점은 겉보기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우선은 무시할 수 없는 곳이라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정상에 도착을 하고서 나타나는 반전이 말해주며 사방을 전망할 때 비로소 괜찮은 오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개오름 탐방기-

개오름과의 만남을 위하여 가장 편한 진입 방법은 성읍 2리 마을 안길로 들어가는 것이다. 도로의 끝 지점에 도착하면 넓은 목장이 있으며 이곳에서 좌측으로 이어가면 된다. 목장 안으로도 길이 있으며 그곳에서도 진입을 할 수 있으나 여러 정황으로 봐서 낭패가 된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서 차량으로 5-6분 정도 더 들어가는데 길이 한 곳이라서 헤맬 일은 없다. 소로는 더 이어지지만 시멘트 포장길의 끝 지점이면서 오름의 서사면에 도착을 하면 간이 주차장이 있다. 

오름 아래쪽으로는 말 등이 방목이 되는 목장이기도 하며 이곳이 진입로인 셈이다. 모양새가 그러하듯 워밍업을 할 여유는 없었다. 능선을 따라 조금 오르면 초입이 나왔는데 그나마 출발점에는 지그재그 형태의 탐방로가 이어지면서 한숨 고를 여유가 있었다. 그 거리나 시간은 잠깐이기 때문에 진입로로 들어가기 전에 미리 몸을 좀 푸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나무와 삼나무를 비롯한 여러 잡목들이 있는 중에 특히 편백나무 몇 그루도 만나게 되었다. 탐방객의 입장에서는 이들이 있기에 힘든 경사면을 지날 때 응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마치 사열이라도 하듯이 높게 늘어선 나무숲을 지나는 느낌은 한없이 좋으나 경사가 있기 때문에 결코 빠른 진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친환경 매트가 깔린 위로는 솔잎과 다른 낙엽들이 떨어져 있었는데 욕심 같아서는 매트가 없이 차라리 자연의 모습 그대로였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정도 오르다 보니 양방향 갈림길이 나왔고, 낙엽과 솔잎이 떨어진 바닥을 보면서 선 님들의 지나간 흔적이 안내의 전부였는데 매트가 없는 자연의 길이 이어지는 만큼 작은 소망이 이뤄진 기분이 들었다.

허리를 지날 무렵에 만나는 갈림길 중 우측은 곧바로 정상으로 향하는 길이며 좌측은 아래 봉우리를 거치고 화구를 지나서 주봉에 도착을 하게 되는 코스인데 오가는 동안 전진 코스를 택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좌측 방향을 선택한 후 얼마쯤 들어가다가 화구처럼 팬 능선 옆을 따라서 정상부로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주봉에 도착을 했는데 삼각점(국가기준점)이 정상 표식을 대신하고 있었다. 샛바람에 실린 자연풍의 소리가 제법 강하게 들리면서 바야흐로 시청각 교육시간이 시작이 되었다.

사방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오름 군락과 초원 그리고 목장들.... 어느 쪽과 먼저 눈 인사를 해줄까. 규칙도 법규도 없는 시청각 교육이지만 왠지 순서를 정하고 싶어졌다. 그리고는 가시거리가 안 좋은 방향부터 시작을 하였다. 서쪽 바로 옆으로는 비치미(오름)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너머로는 송당 민오름이 있는데 겨울로 접어든 지금 이들의 겉모습은 화려하지만은 않았다. 방향을 조금 돌리니 이번에는 백약이오름과 좌보미오름, 그 뒤로 동거문이오름도 합세를 하여 군단의 위력을 실감하게 하였다.

오름은 오르고 난 후 다른 곳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그 정감과 느낌이 더 살아난다. 그러기에 다른 곳에 올라서 바라보는 순간에는 더 그리워지고 다시 만나고 싶어지는 것이다. 정상부에는 바위틈 사이로 사스레피나무 몇 그루가 있었다. 제 계절을 맞으면 아마도 일대에는 이들이 뿜어내는 향이 그윽할 것 같았다. 오른 자들에게 퀴퀴한 향이나마 뿜어대면서 우리에게 유익한 성분을 맡게 할 것이다.

하산은 둘레의 전진 코스니까 반대편이 는데 올라오던 중에 만난 갈림길 중 한 방향이다. 내려가기에 앞서 개오름과의 작별 인사는 편백나무가 맡았는데 오를 때는 응원을 보내줬고 내릴 때 수고와 재회를 전하는 몫을 맡은 것이다. 

기슭을 내려오니 터줏대감들인 몽생이(제주마) 삼형제가 다가왔다. 작별 인사를 건네러 오는 줄 알았는데.... 거침없이 다가오기에 급기야 후다닥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쒸이! 나이도 어린 것들이..... 정정당당하게 1:1로 덤비든지..... 울타리 밖으로 나온 후 잠잠해질 즈음에 개오름과 몽생이들에게 눈인사와 정을 남기고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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