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갯거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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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갯거리오름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1.1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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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235.5m 비고:69m 둘레:1,467m 면적:123,623㎡ 형태:말굽형


 갯거리오름

별칭 : 개꼬리오름. 갯걸오름. 고림동오름. 구미악(狗尾岳). 피문악(皮文岳)

위치 : 한림읍 명월리 15번지

표고 : 235.5m  비고:69m  둘레:1,467m 면적:123,623㎡   형태:말굽형  난이도:☆☆☆


 

 

망자들을 받아들인 데다 재선충병으로 인하여 산 체를 수호하던 소나무의 일부를 떠나보낸...

 오름의 형세를 두고서 개가 꼬리를 끌고 누워있는 모습을 하였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나 지금으로서는 이런 모습을 추상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개꼬리오름이나 갯걸오름 등으로도 부르지만 보통은 갯거리 자체를 많이 사용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한다면 산 체의 특성은 물론 외형의 모양새를 두고 유별나게도 낱낱이 파악을 한 후 명칭을 붙인 것으로 추측이 된다.

다만 여러 자료나 현지 주민들의 구전 내용을 참고할 때 개꼬리오름이라는 표현은 와전된 내용임을 알 수가 있다. 한자로는 개+꼬리를 뜻하는 구미(狗尾)악으로 표기하고 있는 것 역시 마찬가지가 된다. 고림동에 위치하여 이 동네 이름을 따서 고림동 오름이라고도 부리며 갯걸오름과 관련하여서는 한자로 피문악(皮文岳)으로 표기를 하나 잘 쓰이지는 않는다. 

갯거리의 북쪽으로는 서로 이웃처럼 이어지는 등성이 있는데 선소오름이라 부른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어 하나의 몸체가 두 개로 나눠진 것처럼 보이나 분리된 하나의 산   체로 취급하기도 한다. 오름의 명칭이 각각 다르게 붙어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등성마루 양단으로 서로 다른 화구를 지니고 있어서 두 개로 분리를 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

서부권의 중산간 지역에는 농경지나 마을을 끼고 자리한 오름들이 제법 많이 있다.  이들 중에는 갯거리오름과 선소오름도 포함이 되는데, 어쩌면 이 두 오름을 끼고서 마을이 형성되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이어지는 모습에서 그 옛날에는 하나의 등성이 이어지면서 길게 산 체가 뻗어졌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침식작용과 화산체의 변화가 이뤄졌고 도로가 생기면서 지금은 두 동간이 난 상태이다. 낮은 등성과 화구 사이로는 들판과 초지가 자리를 하고 있었지만 오래전에 이곳에 지방 군도까지 생겨났다. 이런 상황으로 변한 만큼 갯거리와 선소는 누가 더 잘나고 못나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으면서 서로의 그리움과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탐방의 깊고 그윽한 맛이 없는 자신들의 빈약한 환경을 슬퍼하면서 둘이서 뭉쳐보자는 합의가 이미 이뤄졌을 것이다. 오르미들로서도 한 곳에만 흔적을 남기지 말고 반드시 이들 두 곳을 함께 방문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등성에는 여러 묘기들이 빽빽하게 차지하고 있으며 기슭과 굼부리의 일부에도 보인다. 자신의 살을 내주어 망자들을 받아들인 갯거리로서는 도로가 생기면서 절단이 된 아픔과 더불어 몸통의 일부가 변화가 된 채 묵묵히 지내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명월이나 금악 방향에서 입구로 갈 수도 있으며 평화로를 경유할 경우는 선소오름을 먼저 만나게 된다.  

 

-갯거리오름 탐방기-

진입로 옆에 물통이 있으며 이곳은 과거 식수와 야채 씻기 등 주민들의 생활수로도 사용이 되었던 유서 깊은 곳이다. 이곳에서 물을 길어 날랐던 여인네와 물허벅 상이 세워져 있다. 초입은 오르는 곳을 따라갔지만 자연의 흙길이며 일대에 소나무 등이 있어 솔잎과 잡풀들이 바닥을 채운 것이 전부였다. 친환경 매트는 고사하고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깔리지 않은 곳이었다. 근년에 수난을 겼었던 재선충병이 이곳에도 번졌던 때문에 일부 소나무들이 잘려나갔고 이 작업을 위하여 부분적으로 산림은 파손이 되어 있었다.

또한 작업 차량이 드나들었던 때문에 오르는 동안 어수선한 오름 등성이를 만나게 되었다. 기슭을 차지한 소나무들은 하나같이 송악을 비롯하여 넝쿨과 덩굴들에게 감싸여 있었다. 공생이 아닌 기생을 하고 있는 이들 때문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을 것 같이 보였는데, 쓰나미처럼 휘감아 도는 송악들로 인하여 언젠가는 고사가 될 수도 있기에 안타깝기도 했다.  정상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어설픈 면도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등정을 하게 되었다.

갯거리에서의 전망은 남쪽 방향이 전부였다. 금오름을 비롯하여 일대의 오름 군락을 볼 수 있었고 일대의 농가와 민가의 일부도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 옆으로는 둘 도 없이 애틋한 사이인 선소오름이 눈에 들어왔다. 정상부에서는 묘가 너무 많아서 발을 옮기기 힘들 정도였는데 그나마 이곳의 묘들은 산담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어떻든 선조들의 많은 무덤들이 갯거리에 있었다. 남향이면서 트인 곳이고 극락(선소)과 명당을 운운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추측이 되었다. 

오름 아래(남서)의 한 쪽은 촐왓(억새 띠 군락지/촐 = 마소의 먹이. 왓 = 터. 공간. 지역)이었도, 이미 수확을 마친 상태이기에 허허함을 느꼈지만 가을이 익어가고 억새가 퇴색할 즈음이면 낭만이 펼쳐지는 곳이라 짐작이 되었다. 오르내리면서 다소 어지러운 등성을 빠져나온 때문에 촐왓을 거치는 것은 마치 뻥 뚫린 느낌을 받는 것과 같았다고나 할까. 산 체의 여러 부분을 빙 둘러 살핀 후 다시 초입인 물통 옆으로 돌아왔다.

과거에는 물통 남쪽에서도 솔베기물이 흐르고 더러 고였었는데 지금은 잡초만 무성하게 있었다. 짐작건대 중산간의 난개발 등으로 인하여 수로를 빼앗긴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름 탐방의 시기에 있어서 딱히 어느 계절이 좋다고 표현한다는 것은 왠지 어울리지가 않는다. 봄에 찾을만한 곳이 있는가 하면 여름 동안에도 짙은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 있으며 가을은 더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에서의 자연 탐방은 기후와 여러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악천후를 제외하고는 겨울에도 만나 볼 곳들이 많이 있다. 봄기운을 업고서 바야흐로 움츠렸던 등성이들을 만나는데 있어서 기지개를 펴며 긴 겨울 동안의 안부를 전해야 한다.

수 백 개의 오름들 중에서 저평가나 비인기에 해당하는 오름들은 탐방로 정비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전망이나 깊은 맛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도 나름대로 특징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움은 더 묻어나게 된다. 이는 바로 갯거르 오름을 두고 하고 싶은 표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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