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거린오름(동광)
상태바
[오름이야기]거린오름(동광)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1.20 07: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표고 : 298.2m 비고:68m 둘레:2,204m 면적:247,021㎡ 형태:말굽형

 거린오름(동광)

별칭 : 요악(了岳). 아악(丫岳). 걸인악(傑人岳). 거린악(巨麟岳). 거인악(巨人岳)

위치 : 안덕면 동광리 산 94번지

표고 : 298.2m  비고:68m  둘레:2,204m  면적:247,021㎡  형태:말굽형  난이도:☆☆☆

 

 

 거린의 의미가 거리어져(가리다. 거리어진. 거리다. 갈리다 등의 제주 방언)의 표현임을 감안한다면, 굼부리를 사이에 두고서 이웃하는 북오름과 나눠진 때문이거나 거린오름 자체가 갈라진 의미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된다. 한자로 표기를 한 내용들이 대부분 그러하지만 오름의 명칭을 두고서 이해를 하는데 다소 복잡하거나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든 오름이 산 체를 지녔지만 대부분은 보는 위치에 따라서 다른 모양새로 구분이 된다. 거린오름 역시 방향을 달리해서 볼 경우에 뚜렷하게 다른 형세임을 확인할 수가 있다. 두 개의 봉우리 사이로 말굽형의 굼부리가 길게 이어지면서 두 개의 산 체로 나눠진 것을 확인할 수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오름의 명칭을 거린이라 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 두 산 체가 하나의 오름이었었는데 지금은 각각 다르게 구분을 하였고 오름의 명칭도 다르다. 오래전에 주변 마을 사람들이 편의상 구분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굼부리를 기준으로 남쪽은 거린오름이라 하였고 북쪽은 북오름이라고 부르고 있다. 일찍이 마을 공동목장으로 이용이 되었으며 지금도 사유지를 포함하는 일부는 방목지로 사용되고 있다.

곱게 자란 천연 잔디와 높지 않은 경사면 등 목장으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특히나 한라산을 비롯한 전망의 입지가 워낙 좋은 데다 등성이 완만하고 편안하게 이어지면서 초입을 지난 후부터는 산책형으로 즐길 수가 있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제주의 오름들 중에 거린오름을 이야기 할 경우 보통은 한남리 소재의 거린악(큰, 족은)을 떠오르게 한다. 한남리 거린오름은 사실상 입산 자체가 통제가 된 곳이지만 산 체의 특징이나 탐방의 묘미가 더 살아나는 곳이다.

그런 반면에 동광리의 거린오름은 더불어 함께하는 북오름이 있다는 장점과 힘든 탐방이 아니면서 전망이 좋은 곳이라 전반적으로 무난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주변에 워낙 걸쭉한 오름들이 많아서 외면을 당하기 일쑤다. 그나마 북오름과의 연계를 아는 이들에게 있어서는 탐방의 맛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북오름 보다는 전반적으로 약간 낮으나 산 체의 규모나 전망의 효과로서는 좀 더 방대하다. 

 

-거린오름 탐방기-

거린오름을 만나는 방법은 동광 옛길을 따라서 오를 수도 있으며 남쪽 도로변을 통하여 오름 사면으로 갈 수도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북오름 진입로를 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주하는 북오름을 외면하고 그냥 지나치는 어리석은 실수는 하지 말라는 조언이기도 하다. 또한 보다 더 효율적인 오름 탐방을 위해서라도 북오름을 거치는 것이 좋다. 북오름에서 사방을 전망하는데 인색함을 느끼는 대신에 자연스러운 맛을 느낀 후 전망은 거린오름에 맡기면 된다. 진입로의 구성 역시 북오름을 오른 후 돌아 나오는 길에 거린오름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북오름 정상과 둘레길을 따라서 돌아보다다가 초입으로 오기 전에 우측으로 좁은 길이 있었다. 출입을 금하는 구조물은 아니고 목장 때문에 생겨난 철조망이 있으며 펄쩍 뛰기에는 좀 높아 보여서 어쩔 수 없이 허리를 굽혀 낮은 자세로 통과를 했다. 능선을 지나면서 돌아보니 조금 전 만나고 온 북오름의 정상부가 보였다. 눈높이와의 차이를 좁히면서 고개를 쳐드니 하늘과 구름도 좀 더 가깝게 느껴졌다.

강하지는 않지만 바람에 실린 겨울 음이온이 온 몸을 향해 밀려왔다. 그러기에 오르는 이들로서는 일부러라도 거친 심호흡을 내쉬며 능선을 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는 잠시 멈추고 뒤를 돌아봤는데, 오르미들에게 있어서 속도의 조절은 참 좋은 핑곗거리가 아니겠는가. 전망을 살피는 척... 흔적을 담는 척... 좌측부터 원물오름을 시작으로 족은대비악을 지나 우측에 여진머리와 골른오름(대병악. 소병악)이 반갑게 보였다.

겨울 오름 탐방에서 만나는 한라산의 눈 덮인 모습은 어디까지나 영롱함과 위엄이 실리겠지만 이날의 신은 여기까지만 허락을 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햇살의 방해 속에서도 굴메오름과 다래오름(월라봉)이 편견을 뒤로하는 성의에 보답을 해줬다. 그러기에 볼 수 있는 사방의 모든 것에 눈길을 줘야 함은 당연한 일이었다.

 

보이는 것들로부터의 시기와 질투를 떨쳐버릴 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의 몸놀림을 번갈아 뒤척이는 방법밖에 더 있겠는가. 햇살이 남쪽으로 향하는 시점인지라 최남단 마라도를 비롯하여 가파도나 형제섬 등도 눈길을 피할 수 없는 곳이지만 게으름뱅이의 오후 산책에서 더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정상으로 오르는 오름 사면에는 산담을 포함하는 묘들도 있었고, 오름의 남서쪽 기슭에는 마을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구태여 정상까지 오르지 않더라도 풍경 놀이를 하는 데는 너무 넉넉한 편이었는데 새삼 거린오름이 이렇게 좋은 곳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름의 특성 중 하나는 낮게 팬 곳 사이를 가로질러 등선이 나눠진 점이다.

거린오름이라는 명칭의 유래가 굼부리를 두고서 이웃 북오름과 나눠진 것이 연유가 되었듯이, 지금의 모습처럼 양쪽으로 떨어진 것도 이에 한몫을 했다. 건너편 이웃인 북오름 정상부가 보이면서 하나가 둘이 된 것을 생각하면 더러 애처로움도 느끼게 되었다. 떨어져 있으면서 각기 다른 명칭이 붙었으니 이들도 서러움을 느끼기에 너무 충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 능선을 내려오다가 특별한 가족들을 만났는데 비교적 작은 크기의 소나무인데 솔방울이 매달린 모습은 대단하게 보였다.

북오름과 거린오름이 이웃하며 지내듯이 이들도 마주한 채 서로를 의지하는 모습이었다. 철수네 가족과 미미네 가족인데 구태여 비교를 한다면 미미네 가족이 좀 더 화려해 보였고 식구도 더 많았다. 탐방을 마치고 나오는 지점은 초입과 마찬가지로서 어쩔 수 없는 백(back) 코스가 되었다. 반대로 생각한다면 북오름을 둘러본 후 만나게 되는 갈림길인 셈이다. 북오름으로서는 거린오름이 있기에 소외감을 떨칠 수가 있으며, 거린오름 또한 북오름을 마주하기에 외면의 정도가 적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애써 방정식을 맞추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