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거문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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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거문덕이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1.2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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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401.5m 비고:52m 둘레:882m 면적:57,156㎡ 형태:말굽형

 거문덕이

별칭 : 거믄덕이. 검은데기. 검은덕오름. 금덕오름. 금덕악(今德岳). 흑덕악(黑德岳)

위치 : 애월읍 소길리 산 118번지 

표고 : 401.5m  비고:52m  둘레:882m 면적:57,156㎡ 형태:말굽형  난이도:☆☆☆

 

 

마을을 수호하던 화산체 주변은 문명의 이기 속에 소란과 매연이 피어나면서...

애월읍의 웃드르(중산간) 권역을 대표하는 유수암리의 옛 지명인 금덕리를 대표하는 오름으로 현재는 행정구역상 소길리에 포함이 된다. 이 마을의 이름이 금덕리라서 금덕오름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명칭과 관련한 내용은 여러 견해가 나오고 있다. 또한 오래전에는 이 오름을 거문덕오름이라고 불렀다고 전해지고 있다. 한자로 금덕악 외에 흑덕악(黑德岳)으로도 표기를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오름 자체가 검게 보인다고 하여 명칭이 정해졌다.  

지금은 숲을 이룬 상태라서 검은색을 만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오름 명칭의 유래가 그러하듯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면 될 것 같다. 한편 동명(同名)의 검은(거문)을 지칭하는 타 오름들의 일부가 그러하듯이 거문의 의미를 두고서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간다. 검은(黑)의 뜻 말고도 고조선 시대부터 쓰였다고 전해지는 검(검, 감, 곰, 굼)에서 유래가 되었다는 설도 있으나 명확하지는 않다. 

세월이 흐른 지금으로서는 소길리를 지키는 하나의 수호신이면서 검은빛을 푸른빛으로 승화시킨 자연의 힘이 존재하는 곳이다. 경방 초소가 말해주듯이 오름의 북쪽 일대를 관찰할 수 있어서 소길리 외에도 해안 방향으로의 전망이 좋기 때문에 명당임은 틀림이 없다. 현재 거문덕이가 위치한 주변으로는 몇 개의 시멘트(레미콘) 공장이 들어서 있으며 개간과 개척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변화와 발전이 거듭되면서 검은덕이로서는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지만 그래도 오름과 숲으로서의 조건을 다 갖춘 채 버티고 있다. 

특히나 산 체를 덮고 있는 소나무를 비롯한 여러 잡목들은 안타깝기도 하지만 대견스럽게 느껴진다. 묵은지처럼 숙성이 되었고 재래식 된장처럼 발효가 잘 되었으련만 오름 주변을 차지한 공장과 쓰레기 더미 때문인지 정은 많이 안 간다. 탐방이라기보다는 산책형 정도로 찾으면 되고 이동성 등을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주변의 오름을 연계하는 것이 좋다. 표고가 401.5m이나 비고(高)는 52m에 불과한 원추형의 화산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등성이 완만하며 북서향의 말굽형 오름이다.

 

  -검은덕이 탐방기-

찾아가는 방법은 제주시를 출발할 경우 평화로에서 관광대를 지나다 (구)제주 아일랜드 옆으로 진행을 하면 된다. 이동성이나 접근성 외에도 많은 체력을 요구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근처의 극락오름 등을 함께 연계하는 것이 좋다. 물론 마을 아래 방향에서 갈 경우 다른 진입로도 있으나 이곳 소로를 지나다가 소길리 방향으로 가면 된다.  우회전 후 시멘트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별도의 제제가 없으며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동흥 레미콘/세창 레미콘 간판이 보이는 방향으로 들어온 후 안쪽 끝에 탐방로 표식이 보인다. 딱히 이곳만이 초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보편적으로 산책길의 흔적이 있어서 무난하다. 다만 백(back) 코스를 싫어할 경우 하산을 다른 방향으로 하면 된다.  주차 후 진입로 방향을 따라 이동을 했다. 주변의 시멘트 공장에서 들리는 굉음과 뿌연 연기와 먼지 등 때문에 거문덕이로서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입에 들어섰는데 친환경 매트는 둘째하고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없는 자연 그대로의 길이었다. 키가 큰 숙대낭(삼나무) 아래로 잡풀들이 보였지만 그보다는 뚜렷하게 산책로의 흔적이 보였다.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정상부에 도착을 하니 경방 초소가 기다리고 있었다.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평평하게 구성이 된 정상부인데, 유일하게 이곳만 숲이 우거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망 터로서도 좋은 장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촌과 해안선까지 이어지는 전망 때문에 경방 초소를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내봉과 수산봉을 비롯하여 전원 풍경과 농지 등을 훑어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전망의 정도가 약한 것을 위로하려는지 능선을 타고 샛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다. 수평선을 거쳐 오는 동안 이미 후각의 미를 잃어버렸을 법도 하지만 쫍지롱한 냄새를 실어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살랑거리며 숲을 지나온 바람이기에 거칠지도 않으며 따갑지도 않은 전형적인 봄바람이었다.  천천히 그리고 느리게 바람이 불어왔다.  봄이 슬며시 불어왔다. 

 

선 채로 그곳에서 잠시 서성거렸지만 오래도록 붙들 만큼의 운치를 느낄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오름 옆으로 공장들이 있어서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지만 이를 방해한 것이다. 시멘트 공장이 하나만이 아니라서 그런지 소리 또한 요란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서부권의 시야마저 가리며 이제 그만 내려갈 것을 종용하는 듯했다. 거문덕이로서는 혹독한 시련을 받고 있지만 이 모든 주변의 환경을 받아들이면서 잘 버티고 있는 셈이었다. 

올라온 방향 옆으로 사람이 드나든 흔적이 보여 이곳을 하산 지점으로 선택을 했다. 설령 길이 없더라도 숲을 헤치면서 갈 생각으로 진입을 했다. 철저하게 백(back) 코스를 싫어하는 데다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서였는데 추측대로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었다.

봄의 절정에서 잡풀들이 바닥을 차지하여 성장을 이어가지만 이곳을 찾은 사람들에게 더러 길을 내어준 상태였다. 오름 아래로 내려오니 둘레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다. 주차를 한 장소로 이동하는 거리가 있지만 되돌아가는 경우가 아니라서 지루함은 없었다. 행여 이렇게 숲으로 길이 이어진다면 참 좋은 산책 코스라는 기대를 안고 마무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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