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냄새 나는 제주바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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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냄새 나는 제주바람이 좋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1.06.06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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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제주도민 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끌레지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르 끌레지오 씨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끌레지오가 제주도에 왔다.

제주도를 널리 알리는데 공헌한 공로로 오는 8일 명예제주도민이 되는 르 끌레지오를 6일 아침식사를 하는 시간에 잠시 만나 제주도와 제주환경 그리고 그가 느낀 세상사는 여러 이야기를 잠시 들어봤다.

르 끌레지오는 71세(1940년생)의 나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젊고 건강한 얼굴이었다.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들려 준 르 끌레지오와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명예제주도민이 되는 르 끌레지오 씨는 '바다냄새가 나는 제주의 바람이 좋다'고 말했다

-참 건강하게 보인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나는 소식을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고 많이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부모님께 좋은 건강을 물려받았고 그런 점에서 부모님께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모리셔스섬에 대해 소개해 달라.

“모리셔스섬은 18세기까지는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었다. 사람이 살지 않을 때는 야생동물도 많았고 나무도 많아 숲이 우거진 자연이 풍부한 곳이었는데 사람이 살기 시작한 후 200년이 지나자 자연이 많이 사라져 버렸다.

세계에서 이곳에만 사는 새가 ‘도도새’다. 유일하게 모리셔스섬에만 사는 도도새는 날지 못하는 새다. 이제 거의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나무들을 베어내서 수수농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연스런 야생식물들이 많이 사라졌고 이후 환경을 지켜야한다는 논의가 많아지면서 자연공원을 만드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자연은 많은 위협 속에 있다.

모리셔스섬의 날씨는 제주도보다 아래쪽에 있어서 많이 뜨겁고 따뜻한 경향이 있다. 열대종 나무가 많은데 이같은 나무는 제주도에서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제주도도 모리셔스섬과 마찬가지로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작가로 알고 있다. 자연은 왜 지켜야 하는가.

“자연은 나를 살아 있구나 하고 느끼게 해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내가 좋은 건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것이다. 그게 자연을 사랑하는 이유다”



-제주명예도민이 되는데 소감은..

“우선 제주도민이 되는 걸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은 특정한 곳에만 사랑을 두지 않는 경계선이 없는 마음이다. 제주도의 자연을 사랑하는 것과 같이 제주사랑도 국경없이 온 세상을 사랑하는 전인류적인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제주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다. 제주도에 대한 느낌은..

“제주도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바람과 함께 맡을 수 있는 바다냄새다. 모리셔스섬에서는 이런 향기가 나지 않는다. 이 섬에서는 수수냄새만 나기 때문에 제주도에서 부는 바람이 좋다. 제주도가 좋은 건 편안함을 가져다 주고, 어떤 특별함 보다도 전체적으로 안겨주는 편안함이 좋기 때문이다”


-왜 제주도를 소개하게 됐는지. 계기는..

“제주도가 섬이기 때문이다. 도시와 달리 섬은 차분하고 느린 생활이 존재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섬에 대한 관심이 많아 다른 섬을 방문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르 끌레지오 씨는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젊어보이는 건강비결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제주도의 개발정책에 대한 불만이 많다. 제주도의 환경정책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제주도를 지키고자 하는 환경운동가들의 의지와 그런 운동이 있다면 제주도의 자연이 보호되는데도 성공할 것이다. 바닷가쪽에 가 보면 안 좋은 부분이 눈에 보인다. 환경보호와 자연존중에 대한 의지를 갖는다면 제주환경도 잘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조언을 한다면 환경보호 예산을 더 만들어 환경보호운동에 쓰여지도록 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2년간 한국에서 초빙교수생활도 하셨는데..추억이 있다면..

“2년간 한국 학생들과 만나다보니 한국사람에 대해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리랑이라는 곡이 여섯가지 버전이 있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르 끌레지오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작가인가.

“190cm의 키를 가진 80kg의 살찌지 않은 편의 날씬한 사람이다. 좀 느린 면이 있다. 생각도 느리고 움직임도 느리다. 또 글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나는 자유로운 작가에 속한다. 어떤 나라나 어떤 사람에 의존해 살지 않고 글을 쓸 때는 몽상을 하고 꿈을 모두 꾼 다음에 많이 쓴다”



오는 8일 명예제주도민이 되는 르 끌레지오는 영국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프랑스 니스에서 대학을 마친 후 1963년 첫 작품 <조서>로 르노드 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훤칠한 키에 금발의 미남 청년인 그를 가리켜 당시 매스컴은 '연인 역을 맡는 배우'처럼 생겼다고 떠들어댔고, 그는 단숨에 세인의 이목을 한몸에 받는 작가로 급부상했다.


이후 클레지오는 <열병>과 <대홍수> <물질적 활홀>등 화제작을 연달아 발표한 후, 멕시코의 대학에서 불문학을 가르치면서 유럽인들이 지향하는 것과는 다른, 서구문명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존재 모델을 추구했다.


<매혹> <하늘빛 사람들> <황금 물고기> 등을 포함 '폴모랑 상'을 수상한 <사막>에 이르기까지 수십 편의 장, 단편을 발표해온 그는, 1994년 불어로 글을 쓰는 가장 위대한 현존 작가로 인정받기에 이른다.


1994년 리르지 선정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프랑스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으며 지난 2007~2008 이화여자대학교통역번역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장소=선흘리 소재 '샤라의 정원')


모리셔스섬은 ‘혁명’이란 제목으로 발표된 르 끌레지오의 40번째 소설속에 등장하는  곳으로 가장 자전적인 작가의 정신적 모태인 모리셔스 섬과 그 섬에 정착한 선조들의 이야기를 5대에 걸쳐 묘사한 작품속 지명이다.

한편 5일 제주에 온 르 끌레지오는 3일간 제주의 여러 곳을 다니며 자유시간을 보내고 있다.

5일 저녁식사와 6일 아침식사를 한 친환경 퓨전음식점인 ‘샤라의 정원’(조천읍 선흘리 소재)의 음식에 대해 “이곳에서 맛본 제주도의 친환경 음식을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제주도의 친환경음식에 대해 찬사를 표하기도 했다.

르 끌레지오는 9일에는 사라봉에서부터 올레길을 걸으며 제주도민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진행 및 통역보조=조선희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기획팀장,불어통역=오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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