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거슨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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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거슨새미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2.0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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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380m 비고:125m 둘레:3,500m 면적:661,438㎡ 형태:말굽형


 거슨새미

별칭 : 새미오름. 샘오름. 천악(泉岳). 역수산(逆水山)

위치 : 구좌읍 송당리 산 145번지 

표고 : 380m  비고:125m  둘레:3,500m 면적:661,438㎡  형태:말굽형  난이도:☆☆☆

 

명칭에 따른 역수산(逆水山)의 특별한 표현과 더불어 자연적 입지와 전망도 좋은 화산체.

이 오름 서쪽 기슭 아래에 물이 솟아나는 샘이 있는 것과 관련하여 명칭이 붙었다. 거슨새미라는 용어 자체를 풀이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이는 거슨+새미를 합한 뜻이며, 거슨은 고어(古語)의 거스르다(거슬다)를 의미하는 관형어이다. 또한 새미는 제주에서 흔하게 쓰이는 샘(천.泉)을 말한다. 즉 이곳 샘물이 바다 쪽이 아닌 한라산 쪽으로 흐른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인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른 이름으로 새미오름이나 샘오름이라 하며 한자로는 천악(泉岳)이나 역수산(逆水山)으로 표기를 하고 있다.


 제주의 오름들 중 샘이 있는 곳은 대략 30곳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다의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으며, 이곳 오름의 명칭을 거슨새미라고 하였던 것을 감안하면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지혜가 엿보인다. 산이나 중산간 또는 해안을 포함하여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물은 보통 용천수라고 하는데 대부분은 연중 물이 흘러나오고 고이면서 흘려내려 보내게 된다. 이 오름의 샘 역시 그런 상황이며 과거에는 일부 식수로도 사용을 하였고 지금도 못을 이룬 곳을 이용하여 우마들의 식수 또는 농업용수로 사용을 하고 있다. 

산 체와 더불어 굼부리는 말굽형을 이루고 있으며 서쪽 한라산 방향과 더불어 북동쪽에도 낮게 벌어진 곳이 있다. 오름 사면은 소나무를 비롯하여 잡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으며 곳곳에 억새가 만발하게 자라고 있다. 정상에는 경방 초소가 있는데 이는 그만큼 주변을 전방하는데 용이한 환경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제주의 동부권 중 구좌읍 일대는 오름들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한라산 국립공원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오름들이 있다. 특히나 거슨새미에서 시작이 되는 오름 라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안돌과 밧돌을 시작으로 체오름과 거친오름, 가메옥 등이 대표적인 곳이며 방향을 달리하여 동북쪽으로 이동을 하면 동거문이와 문석이 등 내놓으라 하는 산 체들이 있다. 이 때문에 한두 곳 이상을 연계하는 오름 탐방지로서 최적의 입지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계절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오름 탐방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숲이 있는 오름을 찾는 것이 좋으며 한겨울 눈이 쌓인 오름을 선택할 때는 조망권을 고려해서 설경을 기대해야 한다. 늦가을 은빛 물결로 수놓아지는 억새의 향연을 찾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다. 이러한 오름들 중에서 억새와 조망권을 함께 갖추어 있으며 전진 코스로 둘러보기 좋은 곳이 거슨새미라 할 수 있다.

 

-거슨새미 탐방기-

찾아가는 방법은 대천동 사거리에서 송당리 비자림로변(1112번)으로 가다가 송당 중간 정도에서 송당 목장 입구가 나온다. 그 반대편 쪽 비포장 농로를 따라서 들어가다가 시멘트 길 사거리가 나오면 주차를 하고 초입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지나온 뒤(北)편으로 오름 초입이 있다. 사거리 오른쪽으로 가서 안돌오름과 마주한 곳을 통하여 갈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백(back) 코스가 아닌 전진 코스라서 편리하다. 행여 안돌과 밧돌오름을 함께 할 경우는 전자 쪽이 좋다. 

울긋불긋 천연색 단풍들이 떨어져서 없다고 가을과의 작별을 이야기하고 있다. 한라산에 첫눈이 내렸다고 겨울이 온 것처럼 부산 피운다. 집에서는 무게가 나가는 겨울옷을 챙기느라고 정신을 못 차린다. 하지만 아직은 계절의 뒤안길에서 마음껏 익은 가을을 느낄 수가 있는데... 숲길에도 오름에도... 가을의 정취를 뿜어대며 우리네를 유혹한다. 더한 바람과 추위가 몰려오기 전에 퇴색된 가을로의 나들이를 추가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오름과 숲길이 있지 않은가!  이럴 때 생각나는 곳이 거슨새미 일대이고 선택을 하면 다홍치마를 챙길 수 있기에 찾아 나섰다. 보다 효율적인 코스를 진행하기 위하여 안돌 입구 방향을 초입으로 했는데, 입구에는  목장과 관련하여 철조망이 있길래 가볍게 낮은 포복으로 통과를 하고서 들어갔다. 아침 햇살이 동쪽에서 비쳐오며 외로운 탐방의 시작을 알려줬다. 전 구간이 흙길 아니면 수풀과 잡초들로 되어 있으나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흔적이 있어서 길을 찾는 어려움은 없었다.

소나무와 삼나무 숲 사이로 좁게 난 길을 따라서 걷게 되는 이 코스는 여느 오름처럼 바로 능선을 오르는 게 아니라 구부러진 낮은 경사를 먼저 걷게 되므로 워밍업을 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에 비자나무 군락지가 보였는데 오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오름길의 양쪽으로 식재되어 있었다. 숨을 고르고 잠시 옆으로 눈을 돌리니 돌오름  형제가 보였다. 돌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오름명으로 안돌오름과 밧돌오름이지만 실상 많은 돌이 있는 화산체는 아니다. 

민둥산처럼 되어 있으면서 두 곳을 연계하여 탐방하기가 좋으며 높지 않지만 조망권이 무난한 곳이다. 정상을 향하여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능선 인근에는 별다른 나무가 없으며 그 공간은 억새들이 차지해 있었다. 허리 위 부분까지 자란 억새들이 남풍에 흔들리며 소리를 내었다. 이곳에서는 mp3를 필요로 하지 않았는데 이는 으악새 슬피 우는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 억새 물결은 노래와 춤을 함께 보여줬다. 강남스타일보다 더 매력이 있으며 혼자 바라보고 듣기에는 너무 아쉽고 억울하리 만큼 분위기가 있었다.

 

억새들의 향연을 뒤로하고 소나무와 잡목들이 우거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오르다 이윽고 정상에 도착을 했다. 산불감시용 초소가 있고 이곳의 관리를 위해 수고하시는 관리자님이 계셨다. 가까이로 다가와서 수고했다고 맞아 줬고, 혼자 왔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어느 정도 주변 상황을 아는 편이지만 몇 개의 오름을 향하며 설명을 해주기에 내심 고맙게 경청을 했다. 이곳에 올라오는 탐방객들에게는 가끔 안내를 해주는 모양이다. 자연을 지키는 불침번으로서 때로는 무료함을 달랠 수도 있겠고 보람도 느끼게 될 것이다.

  한발 디디고 한번 조망을 하고 이어서 낮은 경사를 따라가는 기분이 참 좋을 수밖에 없었다.  건너편을 이용하여 전진형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는데 올라올 때처럼 중간 능선에는 억새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허리를 넘게 자라난 억새들이 바람에 흩날리며 길을 가리지만 헤치며 가는 기분이 마냥 상쾌했다. 거의 내리막에 도착할 즈음에 샘터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이 나왔는데, 어차피 오름의 유래가 그러하듯 만나고 가기로 했다. 

오름의 명칭이 된 입지와 환경은 쉽게 이해가 되었는데 역시나 바다 방향이 아닌 한라산 방향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일부는 시멘트를 사용하여 둘레를 만들었고 샘의 발원지에서 연결이 된 쇠 파이프를 따라 아래쪽에는 물탱크가 있었다. 옛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를 발휘하여 구성한 모습에서 실로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 부분적으로 녹이 슨 모습에서는 세월의 흐름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다시 돌아 나와서 기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초입에서부터 능선을 따라서 정상과 하산 길을 물끄러미 그려봤다. 늘 그러했듯이...  그것은 올라간 사람에게만 부여되는 특권이며 찾은 사람만이 누리는 권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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