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거친오름(송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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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거친오름(송당)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2.0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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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354.6m 비고:70m 둘레:1,777m 면적:197,468㎡ 형태:복합형

 

 거친오름(송당)

별칭 : 거친악(巨親岳). 황악(荒岳) 

위치 : 구좌읍 송당리 산 84-2번지 ~ 덕천리 산 1번지

표고 : 354.6m  비고:70m  둘레:1,777m 면적:197,468㎡  형태:복합형  난이도:☆☆☆

 

 

 제주목과 정의현을 왕래하는 동안 거쳐서 갔던 연유일 뿐 거친 면은 없는 화산체.


 오름의 모양새가 거칠다고 해서 명칭이 붙었지만 그것이 외형상 보는 느낌인지 산 체의 특성을 두고 정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한자로 거친악(巨親岳)이나 황악(荒岳) 으로 표기를 한다. 오름의 왕국이라 할 수 있는 구좌 권역에 위치하며 특히 거친오름 일대는 유독 오름들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산 체이며 북쪽이 크고 남쪽으로 이어지는 사이로 원형의 굼부리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 반면 남쪽은 원추형으로 이뤄져 있어 전체적으로 복합형 오름으로 구분을 하고 있다. 자연림 외에 북사면 일부에는 삼나무를 조림하여 숲을 이루고 있으며 기슭을 따라 여러 잡목들이 자라고 있다. 또한 기슭 한쪽에는 ‘쉬운못’이라 부르는 연못이 있어 일대에서 방목하는 우마들의 식수로 이용이 되고 있다.

 도로변에서 좀 떨어져 있는 때문에 접근성은 다소 어렵기는 하지만 산 체가 거칠다고 하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오름의 외형이나 사면과 등성을 살펴도 거친 면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서 다른 맥락의 유래를 그려볼 수가 있으며 명칭과 관련한 내용이 그럴듯하게 다가온다.

과거 제주목과 정의현(성읍) 쪽을 오가면서 이 오름 기슭을 거쳐 가야 했던 때문에 거친(거쳐 간) 오름이라는 설도 있다. 기슭에 있는 못은 쉬어가는 동안 만나는 못이거나 이곳에서 말들에게 물을 마시게 했던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즉, 마시기 쉬운(쉽다)이나 편리하다는 뜻이 아니고 쉬는 동안 말들이 마신 물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크고(몸체 體) 거칠게(거칠황 荒) 보인다는 의미로만 추측을 한다면 산세가 험하고 거칠다는 의미가 되겠으나, 실제 지금의 모습은 두 가지를 다 벗어난 오름으로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오름으로서의 거친 면도 없으며 쌍둥이 오름 사이로 말을 타고 지나갈 만한 부드러운 공간도 없는 상황이다. 주변에 제법 인기가 있으면서 오르미들이 많이 찾는 곳들이 있지만 유독 거친오름의 접근 지역은 아직도 탐방로의 정비가 덜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주변은 체오름이나 거슨새미 그리고 안돌, 밧돌 형제 등 걸쭉한 오름들이 텃세가 심한 탓에 얼굴을 내밀기가 부끄럽다. 결국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위의 몇 곳을 포함하는 탐방이 있을 경우에야 오르미들이 눈과 발 도장을 찍게 되는 곳인 셈이다.

 

-거친오름 탐방기-

찾아가는 방법은 송당 목장 길 맞은편을 통해 거슨새미 오름을 지나서 가거나 대천동 사거리 서쪽의 소로를 통해서 갈 수도 있다. 아무래도 어느 쪽 초입을 택하던지 주변 오름을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태여 추천을 한다면 가메옥을 가뿐하게 점령하고서 함께 하는 것이 편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행이 있을 경우는 송당 목장 맞은편 지점과 양방향 주차를 하는 방법이며  탐방의 묘미를 느끼는 전진 코스로서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오름 탐방의 시기에 있어서 딱히 어느 계절이 좋다고 표현한다는 것은 왠지 어울리지가 않는다. 봄에 찾을만한 곳이 있는가 하면 여름 동안에도 짙은 초록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이 있으며 가을은 더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제주에서의 자연 탐방은 기후와 여러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악천후를 제외하고는 겨울에도 만나 볼 곳들이 많이 있다. 봄기운을 업고서 바야흐로 움츠렸던 등성이들을 만나는데 있어서 기지개를 펴며 긴 겨울 동안의 안부를 전해야 한다.

수 백 개의 오름들 중에서 저평가나 비인기에 해당하는 오름들은 탐방로 정비가 미흡할 뿐만 아니라 전망이나 깊은 맛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들도 나름대로 특징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러움은 더 묻어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친오름을 두고 구태여 계절을 논하라면 기꺼이 늦가을이라 말하고 싶다. 퇴색이 된 가을 향연을 넘어 드넓은 초지가 펼쳐지는 주변과 인근 오름들을 전망하는 자체로도 너무 흥겹고 신바람이 나기 때문이다.

가메옥(오름)을 오르내린 후 거친오름으로 이동하는 자체가 평원의 억새 군락을 걷게 되므로 그야말로 흥겨운 걸음이 되었다. 드넓은 초지를 걸어가는 느낌은 초자연의 들판을 거니는 기분이 들었다. 추수를 거두들인 듯 허허한 들판이지만 억새 물결이 흔들어 대던 현장을 통하여 이동을 하는 때문에 얼마나 신명 나겠는가. 

오름 사면 아래쪽에 도착을 했는데 경계 지점에는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고 목장과 관련하여 철조망이 그 뒤를 에워싸고 있었다. 들어가는 방향에서는 가장자리의 서쪽이 초입이 되지만 못 찾을 경우는 어차피 전투 모드로 침입을 하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것도 싫으면 체오름을 거쳐서 진행하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무질서의 현장! 번거로움을 안은 채 기슭 아래에 도착을 하니 떨어진 솔잎과 다른 낙엽들이 뒤엉켜 뒹굴고 쌓여있었다. 어쩌면 자연이 공존하는 곳에서 질서는 무의미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흔한 타이어 매트조차 이들은 한사코 거부를 하면서 저들만의 자연 세상을 지속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한 자연의 능선을 오른다는 자체를 즐기면서 마침내 숲을 다 오르고 정상부의 능선에 도착을 했다. 잠시 동안 닫혔던 자연 속의 숲 지붕이 열리고 초겨울의 파란 하늘이 대신 위를 차지했다. 하늘도 내 편이고 살랑 바람도 내 편이요, 또한 푸름도 나만을 원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이곳에 오르면 비로소 거친오름의 정체가 나타나는데 북쪽 능선과 화구가 보이면서 지금 서 있는 능선은 원추형이고, 건너편은 원형의 굼부리로 이뤄진 복합형 화산체임이 확인되었다.

멀리 해안선도 희미하게나마 눈에 들어왔는데 아마도 구좌 농공단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 정도 될 것 같았다. 날씨가 좋으면 추자도나 청산도도 사정권 안에 들겠지만 초겨울의  날씨는 그런 배려까지 선물하지는 않았다. 체오름 등 일대의 오름과는 눈싸움과 진한 미소를 건네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이만큼의 위대한 날씨를 두고서 물러서는 것조차 아쉽기는 했지만 가메옥을 거친 상태이고 대단한 핑곗거리는 역시 차량이 문제였다. 어차피 이 때문에 백(back) 코스로 가야만 하는 슬픈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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