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맑고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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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맑고 차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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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2.10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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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맑고 차가운

               

맑고 차가운 1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고스란히 쌓였더군요.

연못 산책로에는 주말에 누군가가 세워둔 작은 눈사람이우두커니 서있습니다.

해가 시원스레 내비치지 않은 아침이었으나 연못가 하얀 산책로 위로 차가우면서도 맑은 공기가 흘러 다니며 주변을 깨우고 있었지요.

 

 

맑고 차가운 2

 

 

물 위에는 살얼음이 끼었습니다.

하지만 얇은 얼음 막을 누군가가 염치없이 깨뜨려 작은 구멍 위로 가녀린 수련 잎을 고개 내밀게 하였더군요.

 

 

맑고 차가운 3

 

 

가끔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숲에서 들려오긴 하였지만 사방은 사뭇 조용하였지요.

억새들조차 고개 숙이고 아직 움츠렸던 몸을 움직여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하였습니다.

 

 

맑고 차가운 4

 

 

억새 너머 밤사이 하얗게 변해버린 한라산 머리 위를 회색빛깔 구름들이 옅게 덮고 있지만 설핏 설핏 자그마한 구멍이 열리며 밝은 빛이 쏟아질 질 것도 같았습니다.

 

 

맑고 차가운 5

 

 

그렇게 깨질 듯 말 듯 아련해지던 풍경 사이에서 갑자기 ‘촤르르 차악’ 누군가가 물을 끼얹으며 정적을 깨뜨립니다.

억새 사이로 물 위에 떠있는 까만 새 두 마리가 보이더군요.

 

 

맑고 차가운 6

 

 

물닭과 큰부리까마귀가 차가운 연못 물 위에 떠있지 않겠습니까?

 

 

맑고 차가운 7

 

 

사실 소리를 내며 정적을 깨뜨린 것은 큰부리까마귀였습니다.

연못 가장자리 근처 바위 곁에서 목욕을 하던 것이었지요.

신나게 몸에 물을 적시며 날개를 퍼덕이던 새는 이내 눈 쌓인 바위 위로 껑충 뛰어올라 마치 부리를 날카롭게 다듬는 듯 이리저리 튀어나온 바위 겉을 비벼댑니다.

그리고는 힘차게 날아가 버렸지요.

 

 

맑고 차가운 8

 

 

그 요란 속에서도 물닭이 동요하지 않고 유유히 수초의 잎과 줄기를 물어뜯으며 물살을 가르는 광경은 의아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 후 오래지 않아 살얼음처럼 얕게 끼었던 먹구름이 사라지고 밝은 빛이 사정없이 쏟아지며 맑고 시원한 풍경이 펼쳐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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