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이야기]고이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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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이야기]고이악
  • 홍병두 객원기자
  • 승인 2018.12.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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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고 : 2302m 비고:52m 둘레:1,153m 면적:90,743㎡ 형태:말굽형

 고이악 

별칭 : 고리오름. 고이오름. 고이악(高伊岳). 고리악(高利岳)

위치 : 남원읍 한남리 산16번지 

표고 : 2302m  비고:52m  둘레:1,153m 면적:90,743㎡  형태:말굽형  난이도:☆☆☆

 

고고(孤苦) 함에 젖어 있어 애처롭겠지만 자연미와 확 트인 전망이 있어 위로가 되는...

 

제주의 많은 오름들 중에서 동물을 빗대어 명칭이 정해진 곳들도 제법 많이 있는데 그중에  고양이와 관련이 된 오름이다. 고이악은 오름의 모양새가 등을 구부린 고양이를 닮았다는 설과 이 주변에 고양이들이 살았음에 연유하여 붙은 명칭이다.

고이는 고양이를 지칭하는 표현이며 이의 한자 대역으로는 뜻은 다르지만 고이악(高伊岳)이나 고리악(高利岳)이라 표기하고 있다. 한자의 뜻만 풀이를 한다면 고이(高伊)나 고리(古利) 또는 고리(高狸) 등으로 표기가 되면서 내용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면도 있다. 

고양이와 관련한 오름들 중에는 고냉이술과 괭이머루(괭이모르) 등이 있으며 비슷한 맥락의 유래를 안고 있다.  위미리 목장 안에 포함이 된 산 체이며 동서로 완만하고 평탄하게 뻗어 내리면서 굼부리는  북서쪽으로 벌어져 있다. 기슭과 등성을 따라 소나무와 삼나무가 식재되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정상부로 이어지는 등성은 곱게 자란 천연잔디와 고사리 등을 비롯하여 일부 잡풀들이 자생하고 있다.

이런 여건 때문에 전망이 용이하여 경방 초소가 있는데, 이는 그만큼 풍경 놀이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찾는 이들도 적은 데다 드넓은 목장에 홀로 자리한 산 체의 모습은 왠지 외롭고 쓸쓸한 처지로 느껴지는 만큼 차라리 고이(孤伊)악이라고 뜻을 달리하여 풀이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제주도에 산재한 수 백 개의 오름들은 저마다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비인기나 저평가로 취급되는 곳들도 있다. 이런 가늠을 하는 척도의 기준은 이동성과 접근성을 시작으로 비고(高)나 조망권 또는 무난한 탐방로 등이 좌우하고 있다. 다른 경우의 예로서 오름 자체만으로는 무난한 곳이지만 주변에 걸쭉한 오름이 있어서 비교 평가가 되어 외면당하는 곳도 있다.

고이오름 역시 이러한 여건과 사정을 감안할 때 선호도에서는 다소 뒤처지는 오름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나름대로 볼품을 갖췄고 전망이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기에 결코 나무랄 수 없는 곳임에 틀림이 없다. 찾는 이들이 적은 탓에 자연미와 탐방의 깊고 그윽한 맛은 오히려 더 풍기는 곳일지도 모른다. 산 체가 작거나 낮다고 해서 풍경도 작은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오름이라고나 할까.

오름의 전반적인 구성이나 특징 등을 살피기는 쉽지 않지만 정상부의 등성마루는 완만한 편이며 비교적 전망이 좋은 편이다.  숲을 이룬 보통의 오름에서는 삼나무나 해송이 주를 이루지만 고이악은 전반적으로 편백나무가 주를 이룬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오름 사면을 파헤친 모습들이 섞여서 다소 애처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행여 이들 편백나무마저 고이악을 돌봐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롭고 적막할까. 찾는 이들로서는 얼마나 삭막하게 느낄지 상상을 해볼 만도 하다.

세월은 자연을 가만두지 않는 때문일까. 문명의 이기가 더해지며 변화와 발전이 이뤄지는데 있어서는 오름 역시 옛 모습을 간직하는데 한계가 따른다. 그러기에 지금으로서는 고이악도 개명과 더불어 좀 더 달라진 인식을 요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의 고이악은 외롭거나 괴로움을(孤苦) 지닌 채 산중을 지키면서 차라리 이대로 지내기를 원하는 것은 아닐지. 

 

-고이악 탐방기-

남원읍 위미리 대성동 중산간도로(국도 16호선)에서 자배봉 서쪽 방향으로 난 목장 진입로를 따라가다 만날 수 있다.

고이악을 에워싼 주변이 다소 어지럽게 느껴지지만 일단 초입만 성공하면 큰 어려움 없이 정상에 갈 수 있다. 공동목장 안에 위치한 오름으로서 간간이 소떼들이 지나간 흔적이 있는데 정상으로 가는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

오르미들로서는 어차피 고이악 하나만을 두고서 탐방을 하는 어리석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동성을 감안해서라도 자배봉을 비롯하여 생길이오름과 이승악 등 제법 알려진 곳을 함께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목장으로 이어지는 소로는 근년에 공사가 이뤄져 시멘트 포장이 되었고 이 때문에 진입이나 주차 등이 용이하다. 적당한 곳을 찾아 주차를 하고 초입을 찾으려니 주변에서 일제히 음메~~~~헤를 외치며 흑염소들이 응대를 했다.

두려움이나 도망은 둘째하고 일제히 덤비려는 기세였는데 자신들의 영역에 왜 들이댔냐며 사라질 것을 요구했다.  담장을 넘어 수풀을 헤치고 길을 찾으려니 만만치가 않았다. 하절기를 맞은 왕가시나무와 찔레 등이 버티고 있는 데다 수풀이 무성하여 전진이 쉽지가 않았다. 희미하게 나타나는 공간은 고사리 체취를 위해 사람들이 다녔던 흔적일 뿐 탐방을 위한 정로는 아닌 것 같았다. 

고개를 쳐들고 고이오름 쪽으로 향하니 비로소 다른 방향을 택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었다. 사람들이 다닌 흔적이라기보다는 이곳을 주둔지로 삼고 있는 소 떼들이 만든 병참도로였다. 경계병과 공병대 구분이 없이 이들이 일용할 양식을 구하러 다니면서 건설을 한 것이다. 특히나 그 흔적을 따라서 빗물이 흘러내리면서 더 골이 깊게 파헤쳐진 상태였다.

어떻든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은 맞는 셈이었다. 정상부 등성에 도착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또한 거리나 시간 등의 별다른 구애도 따르지 않았다. 편백 숲을 지나는 동안에 하물며 지루함이나 식상함을 느낄 필요야 있겠는가. 정상부의 경방 초소 옆으로 별도의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허름한 시설물이기는 하지만 막상 이곳에 오르니 세상이 다 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평평한 등성으로 이어지는 정상부는 그래도 운치가 있고 볼품이 있는 편이었다. 사실 고이오름으로써는 오르미들조차 선망의 대상으로 여기거나 큰 관심을 두는 곳은 아니다.

  일대를 주시하는 전망이 좋아서 별도의 경방 초소가 있지만 그나마 이마저 없으면 등정한 자로서는 다소 어설프기도 할 것 같다. 아니면 편백나무 숲을 오르내리면서 운치를 느끼거나 행여 마주칠 마소 떼와 한판 승부를 벌이는 것이 전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름의 외형을 다 살필 수는 없었지만 화구 방향으로 이어지는 맞은편은 드넓은 숲이 펼쳐져 가슴까지 시원하게 만들어줬다. 말굽형의 화구를 지녔다지만 둘레를 다 돌아보기 전에는 그림을 그리기가 힘들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마파람에 잠시 온몸을 맡기는 것을 끝으로 전망대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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