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잠시 포근함 속에서
마른 몸을 서로 비벼대던 자귀나무 열매들이 고요해지고,
나무를 에워싸고 있는 억새 군락도 스르르 언 몸을 풀어헤칩니다.
오늘은 억새 군락 사이를 걸어봅니다.
포근한 햇살을 즐기는 억새들이 ‘탁 타닥 딱~’ 읊조리는 소리가 잔잔하게 마음속으로 스며들더군요.
깃을 세우는 억새 군락 사이에 있으면 겨울바람도 피해 가는지 참 포근하여 잠시 가을 풍경 안에 머물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문득 억새 군락 사이를 조용히 횡단하는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지요.
주인공은 꿩입니다.
느릿느릿 걷던 꿩은 자신을 쫓는 인기척을 느끼고는 이내 잰걸음으로 도망치다 크게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버립니다.
억새군락을 벗어나니 가시덤불과 관목들이 우거진 곳에서 자그마한 새들이 재잘재잘 무리지어 다니더군요.
그 중 되새 한 마리가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작은 새들이 어찌나 재빠르게 관목 사이를 날아다니는지 따라잡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지요.
갑자기 얼기설기 얽힌 덩굴줄기에 콩새가 날아와 앉더니만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 쌩하고 가버리더군요.
그 모습이 참 야무지기도 했습니다.
잠시 포근함 속에서 새를 쫓으며 겨울을 잊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