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지긋한 열매
곰솔 군락 밑에 앙상한 관목들이 엉켜있고 그 밑에 마른 풀들이 빼곡히 바닥을 덮고 있네요.
바스락 말라버린 주름조개풀 사이마다 바늘처럼 생긴 곰솔 잎들이 콕콕 박혔습니다.
왕성했던 주름조개풀은 어느덧 열매들마저 모두 떨어뜨리고 끈적임마저 희미해진 듯합니다.
열매가 익으면 점액물질이 분비되어 동물, 신발, 양말 등에 붙어 산포되지요.
그런데 힘을 잃어가는 주름조개풀 사이에서 좀딱취가 불쑥 고개 내밀었습니다.
좀딱취는 열매 끝에 달린 깃처럼 생긴 관모를 한껏 펼쳤더군요.
그리고 새비나무 줄기에서 아직 떨어지지 않은 보라색 열매도 빛을 잃지 않고 매달려있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열매들은 퇴색되거나 쪼그라들어서 떨어져버린 상태거든요.
아직 빛을 잃지 않은 열매들 중에 단연 돋보이는 것은 산비탈에서 낮은 자세로 자라는 자금우의 새빨간 열매입니다.
열매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지긋하게도 매달려있으면서 생기까지 돕니다.
어쩌면 저 열매들 중 몇은 꽃이 필 때까지도 매달려있을지 모릅니다.
이렇듯 삭막한 겨울숲에서도 간간이 생기가 피어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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