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파릇한 기운
직박구리 두 마리가 가막살나무에 앉아 주변을 살핍니다.
가막살나무에는 아직도 붉게 익은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새들의 먹을거리가 되어주고 있지요.
벚나무숲에서 오늘따라 유난히 눈에 뜨이는 나무도 가막살나무더군요.
가막살나무 너머 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앙상하기만 합니다.
그렇지만 얼고 녹기를 반복하던 찬 땅에서도 제주상사화는 꿋꿋하게 잎을 돋아내고 있었습니다.
서로 포개져 자라는 잎은 만져보지 않아도 뽀도독 소리가 날 것처럼 생기가 돕니다.
과연 이 시기에 제주상사화의 파릇함을 따라갈 존재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요.
아,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뿌리째 뭉텅 뽑혀버린 제주상사화가 보이는 것입니다.
갈색 비늘줄기들 중 가장자리 몇 개는 누군가가 갉아먹었더군요.
비늘줄기가 마치 양파처럼 생겼지요?
밤사이 땅을 하얗게 덮었던 서리도 어느새 녹았으니 제주상사화는 편한 모습으로 잎을 펼치며 파릇파릇한 기운을 뿜어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