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을 고치려거든 마음을 고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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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고치려거든 마음을 고쳐라
  • 고재섭
  • 승인 2011.06.15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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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섭(디톡스연구원장)



대학원에 다닐 때였다. 친구 어머님의 장지에 다녀온 후 허리를 다쳐 꼼짝을 못한 적이 있었다. 모래를 넣은 국화 화분을 들고, 상여를 놓칠세라 쉬지 않고 산을 넘었더니 허리에 무리가 간 모양이었다.

 

이틀을 몸져 드러누워 있다가 그 다음날 겨우 기동을 했는데 한 며칠은 괜찮은가 싶더니 한쪽 다리가 저리고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허리의 부상이 좌골 신경통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물리 치료를 받고 약을 먹기도 하였지만 좀처럼 낫지를 않았다. 다리 뒤쪽이 당기는 듯이 아파 3분을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길을 가다가도 아무데서나 드러눕고 싶을 정도로 통증이 심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문득 하루 24시간 매순간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늘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항상 그런 게 아니었다. 책을 읽거나 관심있는 어떤 일에 집중해 있을 땐 다리 아픈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그래, 아픈 것을 의식하지 말자. 몸이 아프다고 하여 인상을 쓰고 기분까지 나빠해야 할 이유는 없는 거야. 몸이 아픈 것이야 내가 어쩔 수 없지만 내 기분은 내가 바꿀 수 있어".

 

그리고 통증을 몸에 국한시키고 의식은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정말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석달이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듯이 완전히 통증이 사라지고 말았다.



몸이 아플 때 우리의 심적인 상태를 돌이켜보는 것은 커다란 도움을 준다. 어떤 젊은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어서 늘 콧물과 두통 때문에 괴로워하였다. 음식을 먹어도 맛을 모르고 머리는 자근거리는데다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는 대학을 중퇴하였으며, 직업을 가질 생각도 하지 않았다. 모든 일이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하였고 그는 그게 비염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고통을 잊고 있는 때는 없는지. 그러자 그도 그런 순간이 있다고 하였다.

 

난 그에게 질병과 자신을 분리해내어야 한다고 알려 주었다. "나는 비염환자"라는 식으로 자리매김을 해서는 병을 이길 수가 없다고. 그러나 그는 여전히 비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자신의 부족함을 병에 돌릴 수 있으므로 그는 병을 계속 갖고 있는 편이 나았던 것이다.



병은 참으로 맞닥뜨리기 싫은 존재지만, 일단 병이 찾아오면 병이 던져주는 메시지가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는 것이 좋다. 병은 우리가 잘못된 생활 습관에 젖어 있음을 알려주기도 하고 분노와 증오, 자기 혐오 등의 부정적인 정서 상태를 갖고 있음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어떤 이들에게는 종교적인 의미를 갖기도 한다. 한 무신론자였던 젊은 여성은 백혈병의 엄청난 고통과 싸우면서 하느님께 대한 자신의 완고한 마음을 버리고 신앙을 갖게 되었는데 그 순간부터 죽음보다 더했던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고 고백하였다.

 

"하느님께서 나를 부르시려고 병을 주셨구나 하고 깨닫는 순간, 고통이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린 것이에요."라고.



먹기 싫은 음식을 먹으면 목구멍에 걸리고, 억울한 일을 당하면 몸져 눕듯 우리의 몸은 우리의 정서나 마음가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병을 고치려거든 먼저 마음을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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