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돌무더기 사이에 숨어버린
돌무더기를 타고 내려오던 다람쥐가 인기척에 놀라 멈칫합니다.
사실 그 앞을 지나가던 사람도 놀란 나머지 사진 찍을 자세를 미처 취하지 못한 상황이었지요.
주춤거리던 사이 냉정을 되찾은 다람쥐가 살짝 멈춰서 사람을 바라보더군요.
이때다 싶었는데,
다람쥐의 동작이 더 빨랐습니다.
긴 꼬리를 한껏 치켜세우고는 잽싸게 돌 틈으로 숨어드는 것입니다.
돌 틈으로 숨어든 다람쥐는 다른 구멍으로 얼굴을 살짝 내보이고는 꽁꽁 숨어버렸지요.
그 앞을 한참동안 서있었지만 작고 날렵한 몸으로 요리조리 움직이는 다람쥐를 다시 보기란 어려웠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런데 멀지않은 곳에서 꿩 한 마리가 이 꼴을 지켜보고 있었더군요.
목표를 변경하여 이번에는 꿩을 쫓아보기로 했습니다.
역시나 사람이 새를 따라잡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낌새를 챈 꿩이 방향을 틀어 뛰듯이 걷기 시작합니다.
아니 날듯이 뜁니다.
사람이 뒤에서 빠른 걸음으로 쫓아가니 당연히 꿩의 걸음 또한 그에 비례해 빨라지기 마련입니다.
둘 사이의 거리는 점점 더 벌어지고 뒤처진 사람은 무색함과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멈춰서는 수밖에 없었지요.
근처 키 큰 나무의 꼭대기에서 줄기를 쪼던 큰오색딱다구리가 시끄럽다는 듯 힐끗 주변을 살피고는 날아가 버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