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사람도 치우는 사람도,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은 똑 같다.."
상태바
"버리는 사람도 치우는 사람도,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은 똑 같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19 16:27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취재 8)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환경미화원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처음 목욕을 했다

일요일에는 매립장에서 모든 청소차량이 내부청소 등 차량에 대한 대청소를 실시한다.

우리 팀도 청소를 하려고 매립장 안 수도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니, 물을 사용하는 이곳은 이미 다른 차들로 만원이었다.

모든 차량이 하는 이 대청소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월요일에 깨끗한 모습으로 시민에게 나서기 위한 사전 준비였다.

일요일은 계속 되는 새벽출근으로 피곤하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든 일과가 12시 전에 끝이 났다.

하지만 우리 팀은 여유가 없었다.

어제 고장 난 차를 공장에 맡겨야 하고 또 한 대의 차는 리프트를 고정시켜주는 공이 나가 용접을 해야 해서 각각 맡길 공장을 찾아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기자는 운전을 담당하지 않아 "공장 가는 길에 민원부터 해결하라"고 같은 팀원에게 전달한 후 정말 오랜 만에, 아니 처음으로 일찍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일주일 만에 목욕탕에 들러 몸부터 깨끗이 씻었다.

음식물쓰레기는 냄새가 많을 것 같아도, 부패가 되기 전에 치워지고 있어 심각할 정도로 악취가 나지는 않는다.

다만 일을 하다가 음식물 국물 또는 찌꺼기가 튀어서 옷에 달라붙으면 음식물 썩은 냄새가 진동하기도 한다.

음식물쓰레기에 악취가 나지 않는다는 건, 그마저도 사실은 다행인 일이었다.

목욕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피곤이 쏟아져 대낮이었지만 그냥 잠에 빠져 들었다.

오후가 되자 모두 모여 회식을 하고 있다고 해서 회식장소로 가서 밥을 먹는데 다시 민원이 들어왔다.

공장으로 홀로 차를 타고 나갔던 후배 하나가 지금 현장에 가서 치우는 중이라고 연락이 왔다.

민원은 환경미화원 단톡방이 만들어져 있어 공유가 가능하다.

그래서 현장과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팀원이라도 민원은 함께 해결하곤 했다.

 

한 팀원이 말했다.

“월요일에는 음식물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내일은 더 힘들 거예요..”

이제 다시 월요일이다.

식당에 앉아는 있었지만 내일 새벽에 다시 나온다는 생각을 하니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나오는 쓰레기들..

하루도 치워지지 않으면 안 되는 음식물쓰레기들..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쓰레기 치우는 일..

환경미화원의 하루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밥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고 강행군을 해야 하는 고달픈 일이었다.

새벽이면 밤길이다.

차를 타고 가다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음식물쓰레기통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시민들은 “왜 안 치워 가느냐”고 소리를 지른다.

이같은 항의는 일을 서로 더욱 고달프게 만드는 일로 다가온다.

겨우 일을 마치고 집에 갔어도 민원이 생기면 다시 나와야 하는 환경미화원들..

민원은 지역을 책임지고 있는 그들의 해야할 일이기에 이 성가신 업무를 피하려 하지는 않는다.

다만 몸이 힘들 뿐이다.

내일 또 새벽에 나가야 하는데..

이처럼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은 하루종일 일을 마칠 때까지는 제대로 쉬지 조차 못하는 일이라, 시민들의 협조-음식물쓰레기통 보이는 곳에 놓아두기 등-가 정말 필요한 일로 여겨졌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14일 두번째 맞이한 월요일

 

음식물쓰레기는 사실 전날 우리가 열심히 살았던 흔적들이다.

새벽 4시면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은 시민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제주시의 마지막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뛰고 달린다.

음식물쓰레기통을 보면 그들 각각이 살았던 전날의 흔적이 보인다.

어떤 곳은 수거통이 가득 차 있다.

그러면 “어제 이 식당은 장사가 잘 되었구나..”

하고 안심이 되고..

어떤 곳은 이틀째 빈공간이다.

그러면 걱정이 된다.

“장사가 잘 되어야 할텐데..” 하고..

버린 사람도 이를 치우는 사람도 다 함께 새벽을 열고 빈 공간을 다시 채우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는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하루..

그리고 또 다른 시간과의 만남..

어떤 이에게는 땀과 눈물이..

어떤 이에게는 행복과 기대감이..

서로 다른 세상을 살고 있지만 버리는 사람도 치우는 사람도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은 다 똑 같다.

민원이 생겨서 식당에 가 보면 항상 음식물쓰레기통이 가득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식당은 어제처럼 오늘도 다시 잘 벌어야 하는데,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차버려 버릴 곳이 없다면 난감한 일이다.

그래서 그들의 민원은 곧, 행복을 준비하는 새로운 시간이 되기도 한다.

 

환경미화원들은 그런 이유에서 절대로 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환경미화원에 대해 감사라기보다는 그들의 노고에 고개가 숙여질 정도였다.

나는 오래 이 일을 했던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동안 여러분의 노고를 정말 모르고 살았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하곤 했다.

대통령보다도 도지사보다도..

사실 새벽을 달리는 그들이 더욱 더 훌륭하다.

돈벌이에 급급한 사람들 보다 그들의 직업이 더 숭고하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이날 14시간 15분을 일하고 회사 대표가 저녁을 먹자고 해서 모인 후 먹고 그동안의 경과를 말하다보니 이미 밤 9시가 넘고 있었다.

몇 시간 후면 다시 현장에 나가야 한다.

더 늦어질 것 같아 사장은 자리를 일찍 파하자고 했다.

기자도 또한  이날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일지를 썼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초란이아방 2019-02-19 19:48:05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한 취재가 가슴속 깊이 와닿습니다. 기자님의 프로정신에 경의를 보냅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