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한라생태숲』 앙상한 줄기들이 즐비한 숲에서
야트막한 언덕 바위를 타고 물이 졸졸졸 흐르는군요.
바위에 낀 이끼들이 물을 머금어 파르스름하니 생기가 돕니다.
어제 새벽에 내린 비가 고여서 졸졸 흐르긴 하지만 정작 새로움을 준비하는 숲의 생명체들에게는 부족했던지 낙엽수들이 즐비하게 서있는 숲의 모습에선 얼핏 봄기운이 확 밀려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무 밑동을 감싸 안은 선태식물들의 싱그러운 모습은 새 소식을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였지요.
선태식물에 둘러싸인 바위와 그 곁에서 푸름을 자랑하는 산족제비고사리가 어우러져 푸른 기운을 내뿜습니다.
아, 부채괴불이끼도 오므렸던 잎을 펼쳤습니다.
부채괴불이끼는 주로 바위 겉이나 나무줄기에 붙어 자라는 상록성 양치식물입니다.
잎몸이 둥근 부채모양으로 갈라지고, 열편 끝에 포자낭군이 달리는데 포막이 종모양으로 끝이 벌어진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교목의 높은 줄기에 달라붙어 자라는 일엽초도 잔뜩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펼쳤더군요.
잎몸 윗부분에 두 줄로 붙은 동그란 포자낭군들이 도드라집니다.
습기를 머금은 숲으로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처음 인상과 다른 표정이 보이네요.
사람 마음이 이렇게 성급하고 얄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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