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쏟아 붓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방식 이해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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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 쏟아 붓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방식 이해난.."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25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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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12)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봉개동 매립장을 가보 지 않은 사람들은 아마 믿지 못할 것이다.

제주도가, 제주환경 인프라가 얼마나 열악한지를..

우리가 얼마나 무식한 곳에 살고 있는지를..

열악하다기보다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고, 더욱이 준비할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더욱 문제라는  점이다.

기자가 환경미화원을 하면서 참으로 조심스럽게 몰래 사진을 매일 찍어놓아서 다행이지..

아마 사진조차 없었다면 이 실태를 아무도 믿으려고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하나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못한 상태에서.. 늘어나는 인구에, 관광객 증가까지 합치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참으로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다.

어떤 이유가 됐건, 땅에 쏟아 붓는 음식물쓰레기 처리방식은 도무지 이해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지사는 제2공항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개발 우선주의를 부르짖고 있으니 제주도의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발상이라 걱정이 크다.

선진국 수준까지는 바랄 수도 없고 바라지도 않겠다.

적어도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최선을 다한 시설은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불만이 생겼다.

도지사는 뭘 하고,,시장은 뭘 하는지..

쑈를 할 게 아니라 현장에 가서 직접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라고 그들에게 도정을, 또는 행정을 맡긴 것이 아닌가..

음식물쓰레기 문제 하나만 봐도 제주도정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돈이 되는 개발 외에는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는 뜻과 무엇이 다른가..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18일, '어제는 공이가 나가더니  오늘은 펑크가 났다'

 

환경미화원 일을 하다보니 벌써 열흘이 넘고 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도 지역별 수거순서를 잘 몰라 헤매는 중이지만 일이 늦어지면 늦어지는 대로 차츰 적응은 해 가는 중이다.

어젯 밤 퇴근할 때 눈발이 날려 오늘 눈이 올까 조마조마 했는데..

그러나 이런 걱정은 아침이 되자  기우로 끝났다.

새벽길을 나서는데 따뜻한 기운마저 느껴졌기 때문이다.

눈은 수거차량에게는 거의 죽음이라고 한다.

매립장으로 올라갈 때는 불도저가 뒤에서 밀어줘야 할 정도라니 운반의 어려움을 알 것 같아 걱정이 참 많았다.

걱정과는 달리,

오전이 되자 날씨는 거의 봄 날씨 처럼 햇볕이 비치고 따뜻했다.

그리고, 음식믈쓰레기는 하루에 처리되는 양을 대강 계산헤 보니..

우리가 수거해야 할 대상이 거의 400여곳이 넘는다고 했다.

또 500여군데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하니 그 양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가 하루에 수거하는 양은 두 번에 걸쳐 하는 10여톤 남짓..

음식물쓰레기 처리 차량이 30대 정도 있다고 하니 대강만 잡아도 300여톤이 하루에 발생하는 것으로 기자는 추산하고 있다.

오늘은 더욱이, 우리가 매일 편하게 버리는 음식물처리장 기계가 고장이 나는 바람에 1차 처리 때는 퇴비공장으로 직접 날라 가야 했다.

 

그곳에 가 보니..그야말로 맨 땅에 음식물쓰레기가 산처럼 쌓여지고 있었다.

바닥에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온 폐수가 흥건히 젖어 걸어 다닐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

잠깐 들어갔다 나왔는데 양말이 다 젖을 정도로 안은 그야말로 더 엉망이었다.

음식물 썩는 냄새가 이곳은 참기 힘들 정도로  지독했다.

이런 악취가 진동하는 곳에서 차를 몰며 쉴새없이 음식물쓰레기를 옆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같은 음식물쓰레기 처리 현장을 직접 보니 놀라 자빠질 정도였다.

밖에서는 누군가 한 사람이 열심히 흘러나오는 폐수를 연신 호수를 이용해  물로 땅을 닦아내고 있었다.

이런 허접한 음식물쓰레기 처리방식이 제주도의 참모습이던가..

이렇게 후지고, 냄새나는, 정말  후진국보다 못한 곳이 봉개매립장이던가..

이 현장을 보며 기자는 제주도의 환경에 대한 무지와, 인프라가 전혀 안돼 있는, 수준낮은 음식물쓰레기 처리 현장을 직접 목격하면서 제주도는 앞으로 정말 큰일이다 하는 생각을 했다.

심각하다 못해 거의 무지에 가까운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그리고 그  실체적 현장..

그냥 땅에 쏟아 버려지고 처리되고 있는 음식물쓰레기들..

어떻게 이런 상태에서 환경을 말하고 자연과의 공존을 말할 수 있다는 것인가..

겉만 번지르르한, 시궁창보다 못한 매립장의 현실과 실태를 보면서 기자는 아연실색했다.

말로는 모두 환경을 걱정한다고는 하면서도..

현실은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은 인프라 전무의 상태였다.

이날 이곳을 보며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었지만, 환경미화원으로써 애써 인내해 가면서 겨우 수거된 음식물쓰레기를 이곳 땅에 버리고 나왔지만, 내일까지 한번은 더 이곳 퇴비공장에 와서 버려야 한다고 하니 참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일이 조금 일찍 끝나는가 기대했다.

길을 잘 아는 전 직원이 와서 길을 가르쳐 줘서 2시간 만에 그 복잡한 화북지역 수거를 잘 마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나머지 건입동 지역과 아파트단지를 다 돌아야 하는 일이 남아 있었다.

그러는 중에 민원 2개가 더 들어왔다.

다행히 우리가 돌았던 곳은 아니어서 계속 해 나가면 될 일이었다.

2차 수거를 마치고 매립장으로 올라가 세척장으로 가는 길에 이날은 그만 차에 펑크가 나버렸다.

연일 몇번씩이나 무겁게 매립장을 오르내리니 자동차도 많이 힘들었나 보다.

어제는 공이가 부러지고 말더니 오늘은 펑크로 이어졌다.

펑크가 나자 일단 수거통에 가득 차 있는 음식물쓰레기를 빨리 내려놓는 일이 우선 시급했다.

어렵사리 음식물쓰레기를 겨우 다 정리하고 난 시간이 오후 3시경..화븍공단에 있는 타이어공장으로 들어가 차를 맡겨놓고, 덕분에(?) 늦은 아점을 처음으로 아점저가 아닌 아점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순두부백반으로..

그리고 이날 업무를 마무리했다. 시간을 보니 오후 3시경..오늘은 11시간 30분 만에 모든 하루의 일을 마무리했으니 열흘 만의 신기록(?)이었다.

이날 사장은 "오늘 제주시청과 환경미화원 계약을 맺어야 한다"며 "저녁에는 모두 모이라"고 말했다.

"그래야 월급을 받을 수 있다"고..

저녁 6-7시 사이에 함께 일하는 환경미화원팀이 모두 다시 모이기로 했다.

저녁에 팀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개인적으로 한사람씩 돌아가며 근로계약서를 썼다.

수입은 2년간 기본급 180만원 등 총액은 250여만원 정도..

그리고 계약서 마지막 문구에는 '공무원으로 채용됐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었다.

난생 처음 공무원이 된 것일까(?)...

월급도 제주시에서 지급한다고 했다.

환경미화원..공무원.. '환경미화원으로 2년간 일한다'는 계약서였다.

이날 우리는 "자랑스런 제1기 환경미화원들의 얼굴이라도 역사에 남겨놓자"며 처음으로 모두 함께 단체사진을 찍었다.

2기, 3기 후임 환경미화원이 계속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속에..

하지만 "아..꿈이여" 였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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