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소리
‘딱 따다 탁 따.....’
바닥이 아닌 나무 위에서 아주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아그배나무 줄기에 밀화부리들이 모여 있더군요.
밀화부리들이 열매를 따서 오물오물 껍질을 벗기고는 내용물을 먹는 소리였습니다.
바싹 마른 열매를 오물거리며 먹는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새들이 지나간 후 숲 바닥에는 주홍빛이 도는 열매 껍질들이 흩뿌려져 있지요.
근처 낙엽 수북한 곳에서는 변산바람꽃들이 무리지어 피어있고,
노루귀가 변산바람꽃에게 뒤쳐질 수 없다며 서둘러 낙엽 위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꽃은 변덕이 심한 초봄 날씨를 견디기 위해서인지 몸에 뽀송뽀송한 털을 두르고 있지요.
큰구슬붕이도 언제 저렇게 자랐는지 낙엽 위로 불쑥 솟아올라왔습니다.
볕이 포근하게 내리쬐는 숲 한구석에 가만히 앉아 나지막하게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봄기운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