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화 공장에서 나온 퇴비, 친환경 퇴비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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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화 공장에서 나온 퇴비, 친환경 퇴비 맞나.."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26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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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13)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차를 타고 다니는 군상들의 모습은 참 여러가지다.

환경미화원 일을 하다 보면 골목골목 작은 골목길을 다니는 경우가 큰 도로보다 훨씬 많다.

그러다 보면 일반 자동차와 마주칠 경우도 많고.. 양보를 하지 않아 난감한 경우도 많았다.

일은 해야 하는데 상대차량이 기어이 우리가 나오는 쪽으로 가야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경우도 가끔 있었다.

어떤 차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통을 옮기는 걸 보면서도 빨리 처리하라고 클랙션까지 울려댔다.

어떤 차량은 우리는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골목길에서 자기는 좌회전을 해야 한다며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에는 바쁜 우리가 양보를 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아침에 오시면 커피를 꼭 마시고 가라“는 사람도 있고..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도 많고 고마운 사람들도 많은 곳 역시 사회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산다.

누구나 다 똑같을 수는 없는 곳이 사회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곳..사회..

하지만 오늘은 일하는 내내 일이 끝날 때까지 뒤에서 조용히 기다려주는 사람이 많았던 날이었다.

그런 사소한 일이 매우 감사할 때가 있다.

그러면 우리는 함께 복을 빌어주었다.

복 받을 사람이라고..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19일.. '2주만에 얻은 꿀맛 같은 휴식은 잠..'

 

하루 종일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면서 12시간 14시간 환경미화원 일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던 점은 이 직업이 참 고된 일이라는 사실이었다.

처음 일주일은 일하는 법 배우느라 정신없이 보냈고, 2주째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모두 함께 연구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같은 팀 동료이자 후배인 김진형이 "집에서 이사 준비를 해야 한다"며 결근한 날이었다.

사장과 운전기사 기자 등 3명이 건입동과 화북지역을 하루 종일 누비고 다녔지만 일하는 시간은 그닥,아니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일은 쉴새 없이 하고 있음에도 앞으로 처리해야 할 남아있는 일이 더 많았다.

당장 삼양 봉개 지역 담당 팀이 "일이 모두 끝났다"고 보고하자 사장은 이 팀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리는 다시 화북으로 들어가 일을 해야 하니 화북주공과 휴먼시아아파트 등 아파트 단지를 대신 처리하고 가라“는 전갈이었다.

다른 지역을 맡은 팀원들은 불만이 없을 수 없었겠지만, 사장으로서는 ”우리가 맡고 있는 지역이 너무 넓어 그렇게 하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아예 그 지역을 다른 팀에게 맡겨버려야 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팀의 입장에서는 아파트 단지 두 군데만 떨어져 나가도 2시간 이상 업무량을 줄일 수 있으니 좋은 일이었다.

 

그렇게 일부 다른 팀에게 넘기고 난후 일이 모두 끝난 시간은 오후 1시 30분경이었다.

오랜만에 아점을 먹을 수 있는, 업무가 너무나 빨리 끝난 날이라 믿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업무를 잘 나누면..

서로가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경우의 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오늘도 또 사고가 생겼다.

음식물 쓰레기를 계속 기계로 올려 수거통안으로 보내다 보면 같은 곳에 계속 쌓여 동산을 이루게 된다.

어떤 때는 음식물쓰레기가 밀려 나와 땅에 우수수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일을 계속 할 수가 없다.

그런 경우 환경미화원이 트럭 위로 올라가 삽으로 뒤로 밀면서 음식물쓰레기를  안으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보면 그런 일이 하루에도 몇 번 씩 생겼다.

누군가는 트럭 위로 올라가 공간을 골라줘야 하는 것이다.

이게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중간 중간 통 상태를 확인한 후 기계를 앞으로 뒤로 밀면서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음식물쓰레기를 다시 넣을 공간이 생긴다,

이렇게 앞으로 뒤로 몇 번 기계를 작동시키면 음식물쓰레기를 더 실을 수 있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도  이런 작업은 수시로 몇 번씩이나 계속 확인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

기자도 이제 환경미화원 업무에 익숙해 졌다고 생각해서 기계가 잘 자리를 잡았는지 확인도 안하고 계속 쓰레기를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음식물쓰레기가 밖으로 몇 번이나 떨어졌다.

위로 올라가보니..

이런 세상에..

쓰레기를 밀어주는 기계가 중간에 서 있어서 음식물쓰레기가 안으로 담겨지지 않고 중간에 걸려 계속 밖으로 튕겨나오는 것이었다.

쓰레기는 앞쪽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데 몇 번인가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공간에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걸 어떻게 정리하나..

 

갑자기 의욕이 떨어졌다.

그동안 참 행복하게 일했는데.. 오늘은 스스로에게 너무나 실망이 됐다.

이런 어이없는 실수를 하다니..

기자는 책임감을 느끼고 처음으로 위험한 차 위로 올라가 음식물쓰레기를 뒤쪽으로 보내는  삽질을 해야 했다.

어쩌랴 내가 만든 일인데..

하지만 아무리 앞쪽으로 밀어도 반대편 공간 안으로 떨어진 쓰레기는 다시 다른 쪽 공간으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기계를 못 쓸 수도 있기에 암담하고 참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장은 ”실수는 병 가지 상사라며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니냐“며 기자를 위로했다.

참 좋은 사장..

"의욕이 떨어진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용기를 주었다.

결국 매립장으로 올라가서 음식물쓰레기를 다 버리고 난 후 사장이 직접 차 위로 올라가더니 고압 호스로 잘못 들어간 음식물쓰레기를 일일이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떨어지지 말아야 할 곳에 떨어진 쓰레기는 다행스럽게도 사장이 직접 나서서 깔꿈하게 정리했다.

그 사건 이후 사장이나 기자나 중간 정돈을 하고 나면 꼭 올라가 기계가 정상자리에 있는 지 확인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하는 내내 몇번씩이나 계속 생겨 팀원 모두가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한참 음식물쓰레기를 정신없이 정리하는 중에, 전화벨이 울렸다.

이런 상태에서는 도무지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

모든 정리를 마치고 차에 올라가 내용을 보니 모르는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다.

전화를 해 보니.. 또 제주시청 직원이었다.

대뜸 ”화북지역은 왜 일을 하지 않느냐..“며 이를 확인하는 전화였다.

”지금 매립장이라 내려가서 할 예정“이라고 했더니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아마 또 뒷조사를 한 모양이었다.

아니면 그냥 일을 잘하나 못하나 무심히 해보는 전화였을 수도 있었지만...

기자는 이번 환경미화원 일을 하면서 공무원들에 대한 인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도무지 정상적인 사람들이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기 때문이다.

사장에게 들으니..

”엊그제 시청에 들어가 사람도 2배 이상 필요하고, 수거차도 주지 않아 우리 회사차를 쓰고 있으니 차도 주고 예산도 올려달라고 했더니...웃기는 소리 말라고 하면서 정말로 기분이 나쁘다며 요청서류를 책상에 탁 놓더라“는 얘기를 전해줬다.

제주시청 공무원들은 일 처리가 우선이 아닌, 무조건 시키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줄 아는 무자비한 집단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일을 처리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말을 잘 듣느냐 듣지 않느냐..“ 하는 단순한 이유로 일을 잘 하는지 못하는 지를 구분한다고 하니 얼마나 가증스러운 일인가.

더욱이 요즘은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기계가 또 고장이 나서 매립장으로 가는 2번 중  한번은 한번은 음식물 소멸화 공장에 가서 버리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음식물쓰레기 소멸화 공장이라는 곳이 참 가관이다.

보통 축사에서도 축분을 버리는 곳은 따로 둔다.

그리고 그곳에는 층이 지게 하여 축분을 옮겨가서 버리면 경사진 곳에 버리도록 돼 있는데..

제주시 봉개매립장 소멸화 공장은 그게 아니었다.

맨땅에 음식물쓰레기를 그냥 버리고 이를 옆으로 이동시키는 단순한 작업만을 하고 있었다.

음식물쓰레기가 널린 땅에는 운동화를 신고는 들어갈 수도 없을 정도로 질척거렸다.

나중에는 장화를 신고 들어가 보기도 했지만, 음식물쓰레기를 밟고 다니는 것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지독한 냄새와 음식물쓰레기가 그냥 땅에 널려있는 공간..

이 공간에는 수십마리의 까마귀가 함께 들어가 살고 있었다.

까마귀들은 음식물쓰레기더미 위에 앉아 먹을 거리를 찾는 것이다.

그래서 봉개매립장에는 안이고 밖이고 셀 수도 없이 많은 까마귀가 산다,

더욱이 이 음식물쓰레기 소멸화 공장에서 만들어진 퇴비는 친환경 퇴비라는 명목으로 염분을 없앤다며 파쇄한 나무와 섞여져서 도내 모든 곳의 토양에 뿌려지고 있다고 한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이 퇴비들은 땅에 뿌려져 지하수를 함께 썩게 만드는 중이라는 얘기다.

이 봉개지역에 사는 한 시민은 ”피부에 민감한 자신의 딸이 샤워를 하고 나서 몸이 가렵다고 해서 그 이후로는 먹는 물로는 쓰지 않고 있다“며 ”봉개매립장으로 인해 앞으로 제주도의 지하수는 절대로 먹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제주환경은 이처럼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이런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다.

아마 이런 정신일 것이다.

“나는 군림은 하되 봉사는 하지 않는다.”

“일은 시키는 것이지 직접 하는 게 아니다.”

“내 이익을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지만 내게 이익이 없다면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공무원은 예산을 잘 관리해야 하기에 내가 받는 돈은 괜찮지만 용역에게 주는 예산은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 그리고 일을 잘 하는지 끊임없이 체크하며 일을 시켜야 한다.”

“그들이 굶든 말든 그건 그들의 사정이고, 일을 받았으면 모두 그들이 알아서 모든 일을 확실히 처리하게 해야 한다.“

나는 이런 공무원이 제주시의 음식물쓰레기 행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도 않는다.

아마 그들이 죽을 때까지도 그런 정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번 환경미화원 일을 하면서 느낀 감상이다.

사장은 ”오늘 손님이 와서 내일은 하루 쉬어야겠다“고 했다.

”나도 내일은 쉬어야 한다“고 했다.

사장과 기자는 2주 만에 처음으로 쉬는 날을 찾았다.

아마 내일은 우리 팀원인 김진형과 그의 동료가 많이 힘들 것이다.

운전을 담당하고 있는 김진형과 동창인 고봉만 선생과 둘이 내일은 함께 일을 하겠지만 고 선생은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혼자서 하느냐“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렇게 점심을 셋이서 함께 하고 집에 들어오다가 사우나를 하니..몸이 노곤해지더니 잠이 쏟아진다.

빨리 집에서 쉬고 싶었다.

지난 2주 동안 하루도 쉬지 못했다.

하루가 또 이렇게 흘러간 것이다.

목욕을 하고 집에 들어와 침대에 누우니 그동안 밀린 잠에 떨어졌다.

이날은 눕자마자 6시간 동안이나 죽은 듯 잠들어버렸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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