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방법이 없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런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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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방법이 없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런 상황이.."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27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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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14)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환경미화원이 된 후 2주간, 쉬는 날도 없이 새벽부터 저녁까지 땀 흘린 덕에..보름만에  모처럼 일요일 하루는 쉬기로 한 날...

목욕을 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바로 뻗었지만, 아무리 자도 모자라 것 처럼 잠은 쏟아지기만 했다.

낮에 많이 잤는데도 밤이 되자 또 졸렸다.

내일은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으로 안심을 한 탓인지 잠이 또 꿀맛이었다.

휴식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마음껏 땀 흘리고 난후 쉬는 꿀 맛 같은 이런 시간...

정말 오랜만에 이날 하루 마음껏 휴식을 즐겼다.

정말 처음 느껴보는 아름다운 휴식이었다.

모처럼 쉬는 일요일..휴식을 취하는 중에 오전 11시가 되자 사장이 같이 점심을 하자고 전화를 했다.

나 대신 일요일 특근을 마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날 사장은 우리 팀에 새로 합류한 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줬다.

”환겸미화원 모집 광고를 보고 온 사람인데.. 자신은 4년 전에 이혼을 하고..이미 파산선고를 받았으며 여기에 취직이 안 되면 죽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을 했다“는 사람이었다.

”만약 이곳에 취직이 안 되면 아예 죽어버릴 각오“를 사장에게 말한 모양이었다.

사장도 언젠가 본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업을 하다가 쫄딱 망해서 처갓집에서 이혼하라는 요구까지 받고 아예 죽어버리겠다고 한라산 중턱에 올라가 소주 3병을 마시고 줄에 목을 빼달았는데,,“

”자신은 줄을 잘 맬 줄 몰라 목을 매긴 맸는데 잠에서 깨 보니 땅에 떨어져 누워 있었다“는 것이었다,

아마 사장은 그런 어려운 시절의 본인을 되새겨 본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사람에게 ”실은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며 ”열심히 일을 하라고 격려해 줬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취직을 한 후 그는 ”아주 열심히 남들보다 일을 더 잘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그런 저런 사연이 이들 몇몇 환경미화원들의 인생 속에는 녹아있을 것이었다.

사실 가진 돈이 넉넉하다면 누가 이렇게 힘든 일을 하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기자가 직접 경험해보니 알 것 같았다.

그들에게는 금전에 관한 한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는, 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런 상황이 어떤 이에게는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을 갖게 했는지도 모른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21일, 드디어 태동하기 시작한 신제주 음식물쓰레기 민원 대란..

 

완벽한 휴식을 가진 다음날..

오늘은 전문기사가 결근하고 김진형이 운전하는 날이라 긴장했다.

김진형은 여전히 운전이 서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요즘은 월,수,금 화,목,토로 나뉘어진 지역을 구분할 수가 없어 여전히 초보를 면치 못하며 늘 시간에 쫓기는 날이 계속 되고 있다.

요일별로 가야할 날짜만 잘 지키면 일하는 시간을 더욱 줄일 수 있으련만..

오늘은 시청에서 차량 6대를 인수받기로 한 날이다.

사장은 운전기사와 미화담당들을 새벽 5시30분까지 출근하도록 했다.

다만 우리 팀만은 그동안 운행했던 차량으로 계속 업무를 보라고 했다.

이날 처음에는 우리 둘만 일을 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초보이면서 신참인 우리 둘이 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라고 했더니 ”다른 사람을 한 사람 하루만 우리를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이날은 건입동 지역은 2시간 동안에 마무리했고, 화북지역은 5시간 동안 몸을 움직여 7시간 만에 모든 음식물쓰레기 수거를 다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도 매립장 기계고장으로 음식물쓰레기 소멸화시설로 들어가 작업을 해야 하는 고된 일이 남아있었다.

 

음식물쓰레기가 땅에 가득한 쌓인 곳에서 까마귀가 앉거나 날아다니고 있는 곳에 들어가 장화를 신고 작업을 하는 일은 정말 고역이었다.

정말 이런 고역이 없었다.

더욱이 음식물쓰레기 수거차가 이 안으로 들어가는 일도 쉽지가 않았다.

음식물쓰레기가 쌓인 곳을 피해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수거차가 자리를 잡은 뒤에는 기계를 움직여 음식물쓰레기를 모두 내려야 한다.

내린 후에는 다시 정상적인 곳에서 하는 것처럼 깨끗이 이를 닦아내고 청소해야 한다.

대강 처리하고 밖으로 나오려는데 이곳을 지키는 직원이 다시 들어가란다.

”이물질이 그대로 차에 묻어있다“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차에 묻은 음식물쓰레기를 모두 탈탈 털고 나왔다.

그런 다음에는 다시 수도꼭지가 하나 밖에 없는 세척시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수거차량을 깨끗이 청소하고 나와야 한다.

 

이런 일까지 모두 마치고 나오니 오후 2시가30분경이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빠른 움직임..

일처리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점심을 함께 하려고 사장에게 전화했더니 사장은 ”구좌읍에서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다른 팀원과 만나 갈비탕으로 점심을 하면서 오랜만에 편안한 휴식을 가졌지만..

신제주지역을 맡고 있는 팀은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맡은 지역을 처음 일을 할 때 14시간 이상 밥도 못 먹고 일을 하던 때와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동안은 전직 환경미화원들을 따라다니며 일을 했기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오늘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은 신참들은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날 밤이 될 때까지도 신제주 지역을 맡은 팀원들은 여전히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먼저 겪은 일이기도 하기에 그 어려움이 어떤 상황인지 느낄 수 있다.

이 때가, 아니 이 날이 앞으로의 모든 일을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한 그 태동의 전조였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우리 지역에도 2곳에 민원이 생겼다.

제주시청 직원이 전화를 해서 ”담당지역 민원을 빨리 해결하라“는 요구였다.

기자는 이미 회사로 들어와 있었기에 나갈 수가 없었다.

김진형에게 전화를 했더니 ”혼자라도 가서 해결하겠다"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조금 있다 보니 민원을 해결했다는 카톡방 문자가 떴다.

내일부터는 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

다행히 오후에는 우리 지역을 맡았던 전직 직원이 전화를 해서 "문자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을 자세히 써서 보내주겠다"며 화북공단 코스를 보내주었다.

이 문자 하나가 초보자인 우리에게는 엄청난 도움이 되는 팁이었다.

운전을 하는 김진형에게 문자내용을 보내주고 "잘 터득해 보라"고 전했다.

기자는 오늘, 오후이긴 하지만 회사에는 출근을 할 수 있었듯이, 내일부터는 계속 오후에라도 회사에 출근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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