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사고, 적게 쓰고, 적게 버리는 시민의식과 절약운동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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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사고, 적게 쓰고, 적게 버리는 시민의식과 절약운동을.."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2.28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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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15)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기자가 환경미화원 경험을 시작한 기간은 겨울 중에서도 가장 추운 1월의 한 가운데인 한겨울 추위와 싸워야 하는 계절이었다.

기자는 일을 시작하게 되면 당연히 겨울 작업복과 작업화 그리고 겨울용 작업장갑 등이 환경미화원들에게 지급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환경미화원들에게 지급되는 것은  한 가지도 없었다.

사장에게 "작업화라도 하나씩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시청에서 돈이 나오지 않아 지금은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추운 겨울날 새벽에 일을 하면서도 기자는 일반 장갑을 끼고 집에서 4-5겹이나 껴 입고 나온 겨울 옷 등으로 겨우 버틸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새벽이라 밖으로 한번 나갔다 오면 손이 시려워 거의 손이 얼 것처럼 차가웠다.

그나마 자동차가 계속 운행하면 안이 따뜻해져 본네트에 손을 올려 잠시 언 손을 녹일 수 있지만 일을 계속 해야 해서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질 수도 없었다.

이처럼 기자가 환경미화원 일을 하는 동안 느낀 것은 음식물쓰레기 문제 하나만 봐도 제주환경은 지금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더욱이 음식물쓰레기 수거처리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그저 민원이나 처리해 주는 수단으로써  절대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식당 등 시민의식부터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음식물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최대한 버리는 양을 줄이는 노력, 그리고 버리기보다 어떻게든 재활용하는 방법을 찾는..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다 보면 빵이건 고기건 물고기건 통째로 버리는 경우가 많이 보였다.

시민들의 쇼핑의 습관부터 잘못된 것이다.

적게 사고 적게 쓰고 그리고 적게 버리는 시민의식과 절약운동이 필요하고 시급한 과제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22일, "봐 주려니 안되겠네..당장 사장을 호출하겠어.."

 

환경미화원 일을 시작한지 보름이 훌쩍 넘고 있지만 도무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어제부터 ”오후에는 꼭 출근하기로..“ 다짐한 날이지만..

이날 여전히 긴장된 마음으로 하루의 출발지인 사라봉 주차장으로 향했다.

새벽 4시 30분..

1월의 겨울 새벽은 여명조차 보이지 않는 깜깜한 한 밤중이다.

이때부터 우리는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을 시작한다.

오늘은 어제 전직 직원이 보내준 코스 그대로 가 보기로 했다.

화목토, 월수금으로 수거날짜가 정해졌는데도 계속 모든 지역에서 수거를 하다 보니 시간낭비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가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 많아져 이날도 일찍 일을 끝내는 줄 알았다.

하지만 문제는 아침부터 생기기 시작했다.

엊그제 고장이 나버린 음식물쓰레기를 받는 도입부가 오늘부터 가동은 되는데 수거차량은 오전 10시부터 받는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아까웠던 우리는 자원화시설 등 다른 곳에라도 버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무심히 매립장으로 향했다.

더욱이 오전 일찍 수거를 시작한 탓에 수거통 안에는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들어있어 더 이상 수거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전 6시 30분쯤 매립장으로 들어 서니 ”오늘부터는 자원화시설이 아니라 기존에 버리던 곳으로 가서 버리라“고 했다.

막상 우리가 늘 가던 곳에 가 보니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음식물쓰레기는 아예 버릴 수가 없도록 차단돼 있었다.

우왕자왕 하는 중에 한 남자-우리는 그의 정체를 모른다-가 나타나더니..

”10시부터 받는다는 내용을 듣지 못했느냐“고 우리에게 물었다.

우리는 ”듣긴 했는데 매립장 입구에서 이쪽으로 가라고 해서 온 것“이라고 했더니..

대뜸 ”봐 줄려고 했더니 안되겠다“며 황당하게도 ”당장 사장을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사장은 어제 오늘 신제주 쪽에서 엄청 바쁜 상황인데 사장을 이곳으로 호출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우리는 ”알았다“며 ”그냥 10시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우리 팀은 문이 열릴 때까지 투입구가 있는 입구에서 무려 3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그 와중에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이 나타나더니 ”우리가 타고 다니는 차는 2월 이후 인정할 수 없다“며 ”어제 인수해간 차량을 이용하라“고 또 다른 지시사항을 우리 팀에게 내렸다.

 

10시에 문을 열기로 했던 투입구는 결국 오전 9시30분이 되자 열렸고 우리는 1차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2차 수거에 나설 수가 있었다.

오늘은 화요일이니 화목토 구간을 가야하지만 어제 전직 직원이 알려준 그대로 다녀보기로 했다.

다 돌고나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이 내용이 오늘 가는 코스냐“고 물었더니 ”월수금과 일요일에 다니는  코스“라고 알려줬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제 돌아야 할 지역을 오늘 돈 셈이라는 얘기였다.

그렇다고 어찌할 것인가.

일단 점심부터 먹고 나서 만약 민원이 들어오면 그때 처리하기로 작전을 짰다.

식사를 하는 중에 신제주로 투입돼 헬퍼로 나섰던 우리 팀 한명이 ”어디에 있느냐“고 전화가 왔다.

”점심을 먹는 중“이라고 했더니 자기도 오겠다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 이때부터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어제 돌아야 할 곳은 돌지 않고 내일 돌아야 할 곳을 오늘 돌았으니 생긴 일이었다.

순서가 뒤바뀌어서 생긴 일이라 방법이 없었다.

민원은 개학한 초등학교 2군데, 중국집 1군데, 개인수거함 1군데 갈비집 1군데 등 4-5개의 민원이 한꺼번에 생긴 것이다.

회사로 일찍 돌아가려던 계획은 당장 틀어졌다.

오전에는 영어마을 학생들을 취재한다고 지난주 가기로 했었지만 갈 수가 없었고 또 너무 바쁜 관계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담당직원이 바삐 일하는 중에 전화를 해 왔다.

기자는 사정 얘기를 하고 이해를 구하려고 했는데..

그 직원은 ”기자가 와서 취재한다고 학교에 모두 보고했는데 오시지 않으면 어떡하느냐“고 울상을 지었다.

맞는 말이었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나는 알았다고 하고 김태홍 부국장에게 ”나 대신 취재하라“고 전하고 학교 담당 전화번호를 전했다.

방법이 없는 일이었다.

신문사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당분간 나는 환경미화원으로 충실을 다해야 했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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