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민들 민원이 많아 쑥을 태워 악취 없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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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들 민원이 많아 쑥을 태워 악취 없애요.."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3.05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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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16)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는 과정은 어떤 순서를 밟을까..

이번에 처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음식물쓰레기를 가득 채운 수거차량이 매립장으로 올라가면 일단 매립장 입구 계근대에서 무게를 단다.

계근대 직원이 가라고 손짓을 하면 가장 먼저 세척시설이 있는 왼쪽으로 난 고갯길을 무거운 차량을 끌고 올라간다.

차량은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들어있는 그 무게감 때문에, 낑낑 대며 고개를 겨우 올라가는 힘겨운 느낌이 들 정도로 느리다.

다 올라가면 세척시설이 있는 공간에 차를 일단 세우고 레버를 열어 수거통 안 아래쪽에 가득찬 음식물쓰레기 국물부터 먼저 버려야 한다,

 
 

이 국물을 버리는 시간이 거의 30분 이상 걸릴 정도로 나오는 양이 장난이 아니다.

한참을 기다려 콸콸 흘러나오던 국물이 자자들면 버리러 내려간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곳에서는 또 음식물쓰레기의 국물을 다 빼고 오도록 요구한다,

물기가 많으면 처리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국물을 모두 제거한 후에야 음식물쓰레기를 투입구로 버리도록 하는 것이다.

버린 후에는 다시 수거통 문을 잘 닫아 교정시키고 처음 올라갔던 동산길을 다시 올라가 깨끗하게 차량을 세척한다.

그리고 나서야 다시 2차 작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차량 세척 후에는 또 세척시설이 있는 곳의 주변 정리작업을 해야한다.

물로 세척하며 남겨진 이물질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잘 하고, 어떤 이는 그냥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그곳에는 늘 음식물쓰레기 잔재가 남게 된다.

우리 팀은 그런 사후관리를 더 잘하도록 노력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후 입구로 내려와 다시 입구 반대쪽 계근대 위에 선다.

유입과 유출계산, 그래야 얼마의 무게가 이날 들어왔는지 체크가 되는 것이다.

 

이번에 가서 보니, 매립장 안에서는 항상 드럼통 안에서 뭔가를 자꾸 태웠다.

우리는 처음 날씨가 추우니 나무를 활용해 실외 난로로 사용하는 줄 알았다.

어느 날, 날씨가 추울 때 나무를 마구 갖다 놓고 불을 훨훨 태웠더니..

한 직원이 나타나서 “이건 난로용이 아니라 악취를 없애기 위해 쑥을 태우는 기구”라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많아 쑥을 태워 악취를 없애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도무지, 쑥을 태우는 것으로 이 넓은 지역의 악취가 사라지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악취방지용 쑥이 이곳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23일, 신제주지역에서 수거 차량이 주유소벽을  박는 사고가 나다

 

늘 새벽 4시30이 되면 출발지인 사라봉공원 인근 주차장에 모두 모인다.

팀원 모두 늦는 법이 없다.

누구나 일어나기조차 똑같이 힘든 새벽..

일터로 나가는 마음이야 늘 무겁지만 그래도 맡고 있는 책임이 크기에 게으름을 필 여유조차 없다.

내가 늦으면 다른 사람이 더 고생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기 때문이다.

이심전심으로 팀원들은 늘 함께 힘을 내고 있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점은, 날씨가 좋아 낮이 되면 봄처럼 맑고 따뜻해서 새벽녘만 지나면 땀이 날 정도다.

오늘은 유독 뒤에서 빨리 차를 비키라고 빵빵 대는 차가 많았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자기들이 먹고 버린 쓰레기를 치워주는데도 고마워하기는커녕..자기 갈 길을 먼저 가겠다고 이기심을 부릴 때는 참 할 말이 없다.

그래도 한 식당으로 가서 쓰레기를 치우는데, 나이 드신 주인 아주머니가 커피라도 한잔 하라고 뽑아주시는데..그 모습이 얼마나 감사한지..

세상에는 좋은 사람 10%, 나쁜 사람 10%는 꼭 있는 것 같다.

나머지는 우리와 똑같이 살고 있을 평범한 사람들일 테고..

이런 이야기는, 이 일을 하는 동안 느껴지는 일들이기에 이해를 바랄 뿐이다.

우리 팀의 작업시간은 여전히 생각보다 더디고 많이 걸리고 있지만 차츰 속도가 붙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2시쯤에 업무를 모두 끝마쳤으니 9시간만에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이날도 문제는 신제주쪽 팀이었다.

일이 터진 것이다.

신제주 지역을 지원하고 있는 사장이 새벽에 우리에게 달려오더니..

“신제주 지역 운전을 맡았던 장년 운전자 분이 주유소 벽에 차를 박는 바람에 기계가 모두 망가져 수리비만 1천만원 이상 들게 됐다”고 하더니 “오늘 그 기사 마저도 나오지 않아 신제주를 운전할 운전자를 찾는다”며 긴급 지원을 요청하러 나온 것이었다.

우린 “일을 다 마치고 가서 지원한다”고는 했지만 나는 운전을 하지 못해 다른 팀원들에게 지원을 맡기고 일찍 회사로 들어와 버렸다.

사장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아마 그 어르신은 나이가 드셔서 몸이 조금 불편하신 듯 균형감각이 조금 모자란 듯 보였다”고 했다.

이날 사고도 일은 하고 싶은데 몸이 말을 잘 듣지 않아 생긴 일 같았다.

요즘 신제주 지역 음식물쓰레기 처리가 안정되지 않아 사장은 노심초사중이다.

후에 사장은 차량수리에. 주유소 담벼락 공사 요구에 계속 더 시달려야 했다.

 

 

 

(이 기사 계속 연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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