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못하겠다면 금일 해지하러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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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못하겠다면 금일 해지하러 오십시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3.05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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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17)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추운 겨울에 일을 시작한 탓에 매일 새벽마다 추위에 떨긴 했지만..

기자가 일하는 동안 비나 눈이나 한번도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한번은 수거통을 동산에서 아래쪽으로 옮기다가 앞으로 넘어져 이빨이 부러질 뻔 하기도 했고, 손가락을 다치기도 했다.

손가락은 시간이 지나니 조금 나은 것 같은데..앞니는 아직도 얼얼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아마 당분간 갈비를 크게 뜯지는 못할 것 같다.

추운 겨울이었지만, 화북동의 한 주택가 텃밭에 송공송골 봉오리를 맺었던 매화나무가 어느날 햇볕이 뜨겁게 비치자 꽃을 하나 피웠다.

일을 하는 와중에도 그 하얀 매화꽃이 너무 반가웠다.

드디어 계절은 겨울을 지나 봄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월25일 매립장에 올라 하늘을 보니, 패러글라이딩 2대가 굉음을 내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 아래는 음식물쓰레기 폐수가 넘치는데..

누구는 날고, 누구는 기고...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25일,   매화나무가 햇볕이 뜨겁게 비치자 꽃을 하나 피웠다.

 

매일 새벽 4시30분이면 한자리에 모이는 사람들..

지역마다 팀을 이뤄 다니기 때문에 몇몇의 얼굴은 벌써 며칠째 보지 못했다.

신제주 연동과 노형동 지역 민원이 많이 발생해 모두 그쪽으로 지원을 나가는 바람에 요즘엔 만날 시간도 없을 정도다.

아마 1월 말까지는 이런 어려운 과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첫날부터 1주일여 우리는 14시간 12시간 밥도 한끼 못먹고 죽자사자 일했던 적이 있어 최근 신제주 지역 상황이 이해될 것 같다.

노조로 이뤄진 당초 환경미화원들이 자기들의 일자리를 남에게 빼앗기게 된 탓인지 별로 협조가 안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처음부터 인수인계를 잘 해줘야 할 운전기사가 제대로 인계인수를 해주지 않았고 갑자기 결근을 해버려 내용을 알 수 없는 우리 팀이 무척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신제주지역에서는 오늘도 하루종일 민원이 게속 쏟아지고 있었다.

민원이란 다른 게 아니다.

음식물쓰레기통이 가득찼으니 빨리 수거해달라는 것인데..

식당주인들은 시청에 욕을 해대며 빨리 치우라고 큰소리를 치고..시청직원들은 수거팀을 닦달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다.

며칠전부터 비롯된 이같은 사태는 처음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닥칠 어려움이지만..

인수인계를 제대로 해 주지도 않고 관리는 위탁업체에 모두 맡겨 처리하도록 함으로써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곳의 음식물쓰레기까지 모두 다 치우라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수백여개의 음식물수거통을 다 처리하려면 모든 골목마다 다 다니면서 일일이 다 확인하고 치워야 한다는 것인데..

그처럼 일을 하라고 한다면, 그건 누가 맡아 한다 해도 처리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아마 24시간 그 일에 매달린다 해도 해결은 되지 않아 어려울 것이고, 일하는 사람들만 지치게 만드는 일임에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직원들은 끊임없이 위탁업체를 속된 말로 갈구기만 했다.

구제주쪽 우리 팀은 여전히 차근차근 일을 처리해 가며 지역을 하나하나 익히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오전 11시 쯤 일이 끝나 기자는 일찍 회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단톡방에서는 신제주쪽 민원이 빗발치고 있었고..우리가 맡은 지역에서도 몇 개의 민원이 올라와 있었다.

환경미화원은 우리가 그렇게도 하기 싫어한다는 3D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기자는 일을 시작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일들에 벌써 힘들어지고 지쳐가고 있다.

마땅히 일이 싫은 게 아니라, 공무원이나 시민들이 주는 그런 환경미화원을 무시하는 그런 분위기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서로 배려하고 인정해주고 수고한다는 격려가 필요한데 ..격려보다는 직업에 대한 비하가 느껴질 때면 힘이 많이 빠졌다.

기자도, 우리 팀 어느 누구도 이 일을 오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기에 그런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들이 새벽마다 움직여주지 않으면 세상은 쓰레기 천지가 될 것이다.

알든 모르든 환경미화원이라는 이름의 그들이 우리가 사는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사실또한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도 오늘 오전에는 삼화지구의 한 식당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수고하신다"며 박카스 3병을 주셨다.

그런 일은 작은 배려이지만 수고가 많은 시간에는 정말 고마운 일로 다가온다.

그리고..

 

며칠전 2-3일 반짝 봄이 온 듯 하더니..

며칠전 길가 텃밭에 심어둔 매화나무에 봉오리가 송송 맺혀있나 했더니 벌써 매화가 핀 모습이 포착됐다.

벌써 봄이 오나 보다..

 

오늘도 시청에서는 민원사항에 대해 막무가내식 지시와 공갈을 계속 했다.

 

다음은 단톡방에 올라온 내용이다.

그대로 옮긴다.

 

정든 마을3단지 여유분통까지 다 꽉 참..수거바랍니다.

 

음식물 반입공지..

4시 이후에는 소멸화시설로 가시기 바랍니다.

 

꼭 수거해 주세요

매일 저녁에 가져간다고 연락오심

 

00국수 오늘 반드시 수거해 주세요.

 

사장 : 부탁의 글

00국수 앞에 지역을 명시해 주세요. 노형인지 서귀포인지요, 연동에 비슷한 집 있음

(시청) : 노형동입니다

 

사장 : 네..신주소가 익숙지 않아서요, 노형동 00국수 처리요망. 오늘 중..

시정 :노형동 00막회 여긴 며칠간 수거가 안 되었다고 합니다. 수거날짜 민원인과 협의 부탁드립니다.

 

고00(시청) : 노형동 00한족발 수거 부탁드립니다

임00(시청) : 사장님 주말도 위탁업체에서 정상수거할 것입니다. 분명히 말했습니다.

 

홍00(시청) : 국수.. 언제 수거를 올 건지 연락을 주셔야 영업준비를 하신답니다

사장 : 1일 12시간씩 합니다. 토요일 우리가 하고 일요일은 주말팀 시청직원이 해서 일요일은 쉬어야 합니다.

임00(시청) : 관두세요. 장난합니까

 

사장 : 제주시 동부지역은 연수가 끝나서 하구요, 연동 노형은 인수작업.. 지속적 쓰기 위해선 일요일 쉬고 시청팀이 하면 좋아요.

임00(시청) : 관두세요.

 

홍00(시청) : 서귀포00이식당 오늘도 수거가 안되나요?

내일 아침 초과분 비닐봉지에 배출하니 같이 꼭 수거바랍니다.

 

임00(시청) : 일요일 못하겠다면 금일 해지하러 오십시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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