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생태숲』 가지마다 방울방울
양지바른 숲 가장자리, 제주조릿대 사이에서 어린 곰솔이 몸을 비틀며 자라는데 그 곁에서 왕성하게 가느다란 줄기를 뻗어낸 식물이 있습니다.
길게 휘어진 줄기에는 무섭게 생긴 가시들이 줄을 지어있고 그 사이사이 빗방울들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그리고 가시 곁에서 조그마한 무엇인가가 고개를 삐죽 내밀었지요.
잔가지에만 뾰족 튀어나왔나 싶었는데 굵은 가지에서도 튀어나왔습니다.
어느덧 겨울눈들이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런가하면 벌써 모양이 잡힌 작은 잎들이 펼쳐지기도 했네요.
봄이지요?
하기야 오늘이 경칩이라는데 저렇게 잎들이 돋아날 만도 합니다.
게다가 숲 바닥에서는 벌써 작은 꽃들이 피어난 것을요.
참, 줄기에 가시가 무시무시하게 돋친 저 식물의 이름은 ‘찔레꽃’입니다.
5월이면 무성해진 잎 사이에서 하얀 꽃이 피어나지요.
열매는 10월경 빨갛게 익게 됩니다.
숲 안으로 들어서보면 가지마다 연두색 방울들을 매달고 있는 나무가 보입니다.
빗방울 색이 유독 저 나무에서만 연두색을 띠는 것일까요?
가까이서 보면 물방울들이 아니라 잎눈이 펼쳐진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왕쥐똥나무도 어린잎을 막 펼치고 있네요.
왕쥐똥나무는 6월에 하얀 꽃을 피우고, 10월경이면 까맣게 익은 열매를 매달고 있습니다.
나뭇가지마다 방울방울 맺혔던 겨울눈들이 빠르게 펼쳐지려 합니다.
아, 비 그친 틈을 타서 소연못에서는 북방산개구리들이 합창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