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구역을 시청에서 하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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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구역을 시청에서 하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3.07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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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18)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공무원들이 탁상행정을 한다”는 말에 딱 어울리는 사례가 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통 앞에 만들어놓은 봉이다.

이 봉은 2개의 수거통 딱 중간에 하나가 세워져 있다.

수거통을 꺼내려면 음식물쓰레기가 가득찬 무거운 통을 꺼내야 하는데..이 봉이 항상 거추장스러웠다.

왜 이 복잡하고 일하기도 쉽지 않은 터에 하필이면 봉까지 만들어 정말 일하기가 더 어렵게 만들어 놓았느냐는 것이다.

무겁기만한 수거통을 꺼낸 후 이 봉을 비켜서 차까지 끌고 가기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지만..일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낸 탁상행정의 아주 좋은 사례다.

이런 봉은 화북지역에 특히 많았다.

이 봉은 환경미화원의 일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의 실질적인 한 예로 지적돼 개선돼야 한다.

 

어제(6일) 환경부가 환경미화원의 안전에 대한 새로운 작업지침을 전국적으로 내려 보냈다는 소식이 있었다.

환경부의 지침에는 그동안 본지가 지적해 온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위한 제반사항이 모두 포함돼 있어 내심 무척 뿌듯했다.

결국 이에 대한 문제의 인식은 환경미화원을 경험한 기자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문제로 함께 고민하고 풀어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본지가 연속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앞으로 환경미화원들이 사회에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로 인정받고 그들이 안전과 편익제고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26일 ‘막바지로 가는 민간위탁 포기 수순..’

오늘은 새로운 운전기사가 지원되는 날..

이날은 새벽 5시에 나오라고 해서 평소보다 조금 늦게 나가보니 모두들 이미 다 출근해 있었다.

사장은 “오늘 지원하는 기사는 우리 회사소속 직원이라 운전이건 일이건 믿고 맡겨도 된다”고 했다.

사장은 “오늘도 신제주에 지원을 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날 지원군으로 온 운전기사는 “10시까지는 일을 다 마치고 먼저 가야한다”고 해서 업무를 서둘기로 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먼저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왔는데..웬걸..?

일의 첫 시작부터 리프트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리프트를 올리고 내리고를 반복해 봐도 쓰레기가 통안으로 내려가지를 않았다.

이것저것 다 만져 봐도 어디가 고장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불을 켜고 아무리 둘러봐도 어두워서 잘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불을 일일이 비춰가며 자세히 살펴보니 리프트를 올리는 핀 하나가 안으로 들어가 아예 나오지를 않는 것이었다.

김진형이 리프트를 들어 내고 이를 펴보려고 했지만 아무리 해도 고칠 수가 없었다.

나는 급히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 SOS를 쳤다.

사장은 “지금 내 몸이 열 개라도 움직이기가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어쩌랴 우리보다는 사장이 이 문제는 잘 알 것 같아 빨리 와달라고 했다.

사장은 아직 신제주로 출발하지 않은 상태라 “알았다”고 하고는 금방 달려와 줬다.

외서 기계를 보고 핀을 뒤쪽에서 몇 번 움직이더니 조금씩 핀이 앞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기름을 칠하기를 여러 번 하던 끝에 속으로 들어갔던 핀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이 캄캄했었는데 고쳐져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다음 단계에서 또 터졌다.

음식물을 담는 쓰레기통이 음식물을 담는 자동차 수거통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 버린 것이다.

통을 건지려고 보니 아주 안쪽에 처박혀 버려서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꺼낼 수가 없었다.

넓고 아직은 빈 공간인 채인 통안으로 쓰레기통이 들어가 버렸으니 이런 난감한 일이 없었다.

결국 김진형이 차를 동산쪽으로 비스듬히 세우고 기계를 거꾸로 열어 그 안에서 통을 꺼내야 했다.

음식물쓰레기가 얼마 담겨져 있지 않은 상태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느 정도 음식물쓰레기가 뒤로 조금 쏟아지긴 했지만 통 수거에는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은 이상하게도 3번이나 통이 빨려드는 사고가 계속 됐다.

기계가 여전히 문제였던 것이다.

가만히 보니 통을 잡아주는 리프트의 한 부분이 자꾸 뒤로 밀려가서 생기는 일이었다.

이 부분의 자리를 제대로 잡았을 때 통을 올리면 괜찮아져 계속 그렇게 자리를 잡도록 기계를 움직여 주니 안정이 되었다.

열심히 일을 해야 하는 그 새벽에, 아까운 시간 30-40분을 그렇게 허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사고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이날 10시경 두 군데 정도 남겨놓은 상태에서 기사에게 “아침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자기는 가 봐야한다”고 해서 밥도 먹이지 못하고 그냥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김진형과 둘이 했으면 힘들고 어려운 일을 그 박경수라는 친구 때문에 5시간 만에 중요지역은 다 치울 수 있었던 것이다.

6개월 전 제주에 왔다는 그는 고향이 부평이고 사장과 엄마가 친구라 일을 함께 하게 됐다고 했다.

운전도 잘했지만 어떤 일도 다 잘 할 것 같은 친구였다.

박 씨와는 이날 짧은 만남이었지만 좋은 인상을 갖고 헤어질 수 있었다.

우리는 그를 보내고 “아침으로 라면을 먹기로” 했다.

아침식사로 라면과 김밥을 먹고 매립장으로 가서 1차 쓰레기를 비우고 다시 현장으로 왔다.

두 군데만 남았기에 어려울 일은 없었다.

천천히 여유 있게 일을 즐겼다.

같은 일도 매일 계속 반복하다보니 여유가 생기는 것도 같다.

해결해야 할 지역만 해결하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 이후에는 간간이 생기는 민원만 처리하면 된다.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1개의 민원만 발생했다.

그것도 식당주인이 쓰레기통을 늦게 갖다놓은 바람에 보지 못해 처리하지 못한 민원이었다.

 

 

이날 오후에는 시청직원과 사장이 또 다시 설전을 계속 하고 있었다.

단톡방 내용을 보니 그야 말로 가관이었다.

임00(시청) : 노형 00쟁반짜장 수거바랍니다.

사장 : 일요일 동쪽은 하고 연동 ab와 노형 ab는 시청에서 하세요. 길도 안내 않고 12시간씩 일을 하면 긴 안목으로 어렵슴다. 연동차량과 노형차량 직원들은 시청 기준 차고지에 놓고 연동 노형팀은 낼 일요일 쉬세요.

임00(시청) : 2차 경고니까 그렇게 아세요. 위탁구역을 시청에서 하라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사장 : 인수과정이고요, 안내자도 없어요. 구역은 광범위하고 민간위탁 12시간 이빠이 해야 하니 낼 일요일은 쉬어야 합니다.

임00(시청) : 안내자 배치해도 필요없다고 보낸 사람은 누구입니까.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사장 : 위탁업체는 군대처럼 졸병이 아닙니다. 협력자입니다.

임00(시청) : 위수탁협약서상 매일 수거토록 협약했으면 해야 되는 건데 안하겠다고 하니 배째라밖에 더 되겠습니까

사장 : 임 주사님께서는 사무실에서 문자나 카톡..저희들은 현장에서 일하며 카톡할려니 일이 안됩니다.

임00(시청) : 사장님이 전반적인 관리 및 민원처리를 해야 할 일을 직원처럼 하고 있으니 한심합니다

사장 : 말 조심 합시다. 현장을 알아야 지도자나 리더가 됩니다. 전쟁터에서 장수가 전면에 서서 싸워야 병사들이 기가 살아서 열심히 합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임00(시청) “ 어쨌든 위수탁 협약서 미준수로 2차경고 내릴 것이며 금일 자량 차고지 반입하십시오. 맡은 구역을 무책임하게 내팽개치는 장군은 죽어도 쌉니다.

사장 :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초기라 그래요. 장군은 안 죽슴다

임주사님 명대로 모두 나와서 봉개 건입 화북 삼양 삼화 구제주팀 3대 업무에 일요일 일하며 연동a 종합시장쪽 노형a 월령마을 일대 낼 일요일 일합니다.

임00(시청) : 이미 우리가 하기로 다 되었으니 사장님 했던 말씀대로 하세요. 연동 노형 전 구역차량 입고 하십시오

이게 이날 사장과 시청직원과의 대화내용이다.

사장이 아무리 죽어라 일을 해도 이와 같은 지적만 하는 시청을 상대로 싸움을 계속 할 수도 없다.

기자도 지금은 나설 수가 없는 일이라 안타까울 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민간위탁업체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협력자가 아니라 공무원들이 마음 놓고 지시를 내리는 공식노예나 다름없을 뿐이라는 사실을 절감하며 실망감이 클 수 밖에 없었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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