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 Edit : 2019.3.19 화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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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기자의 환경미화원 일지
"음식물쓰레기도, 어떤 곳은 깨끗하게..어떤 곳은 더럽게.."(심층취재 19)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고현준 기자  |  kohj00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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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승인 2019.03.08  09: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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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을 하다보면,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함 앞에 늘 봉고 한 대가 서 있어서 일 하는데 매우 불편을 겪곤 했다.

어느날 새벽, 사장은 이 차량에 ”음식물쓰레기를 수거하기가 불편합니다. 차를 다른 곳에 이동해 주차해 달라“는 간곡한 내용을 적어 붙여놓은 적이 있다.

다음날 새벽에 이곳에 늘 서 있던 차량이 다른 곳에 옮겨져 일을 하는데 불편함이 사라진 적이 있다.

그리고 몇몇 아파트단지에는 음식물쓰레기 수거통을 청소하는 인력을 배치한 곳도 있었다.

이들 어르신들은 수거차량이 오기 전에 미리 대기해 있다가 우리가 일을 마치면 통을 꼭 씻어서 들여놓곤 했다.

어떤 아파트는 치우는 사람이 없어 쓰레기통이나 주변이 온통 더렵혀져 있었다.

시청에 ”청소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시청에서는 ”아파트단지는 아파트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이를 거절했다.

어떤 곳은 깨끗하게..어떤 곳은 더럽게..

음식물쓰레기이건, 다른 문제이건,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깨끗함을 유지하는 일은 누가 하건 상관이 없는 일이지만..

알아서 해야 한다고 맡겨 놓기만 하니 그곳은 늘 더럽기만 했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28일 월요일, ”신제주 지역을 포기하고 구제주쪽만.."

어제 일요일은 두 번째 맞는 휴일이었다.

일주일간 열심히 일하고 하루를 쉬는 맛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꿀맛같은 시간이다.

잠이 모자라 차에서 매립장을 오가는 동안 이동 중에 잠시 눈을 감는 토막잠도 좋지만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이날 하루의 휴식은 정말 졸기만한 여유로운 시간이다.

토요일 일을 마친 후 바로 목욕탕으로 가서 몸을 씻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일주일간 입었던 옷을 빨래했다.

이틀간은 말려야 월요일에 다시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에는 몇 번이나 점심 하자는 권유를 거절해야 했던 선배와 만나 회포를 풀었고 나름 꽉찬 휴일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루를 푹 쉬고 월요일이 되자 다시 시작이다.

음식물쓰레기와의 전쟁은 영원한 전투나 다름없다.

우리가 하루 먹어야 할 음식이 있듯이, 음식을 준비하거나 먹다 남은 음식 또한 매일매일 쌓인다.

어제도 가득, 오늘도 가득이다.

매일 이런 상황을 접하다보니 과연 이 쓰레기들을 앞으로 다 어떻게 처리하나 하는 걱정이 앞선다.

매립장은 한계에 달했고..쓰레기는 매일 배츨되고..인프라는 전혀 준비돼 있지 않고..

그저 보여 지는 곳만 보고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것일까..

실질적인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려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아마 제주도가 온통 썩어 곪아 터질 때까지는 아무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월요일인 오늘도 문제는 또 처음부터 발생했다.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곳으로 갔더니, 담당직원이 ”내일부터 우리가 갖고 오는 쓰레기는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루에 10대 차량 분량만 받게 돼 있는데 매일 12-13대의 차량이 들어온다“며 ”내일부터 반입금지“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했다.

우리는 즉시 사장에게 이 문제를 보고했다.

사장은 ”거기서 받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처리하느냐“며 ”시청과 타협하겠다“고 전했다.

 

그보다도, 오늘도 문제는 신제주쪽에서 계속 터지고 있었다.

민원..민원..민원..민원..

끊임없는 민원이 빗발치는 중이었다.

   
 

사장은 ”차량이 없어 치우기도 힘든데, 차량 하나는 고장이 나서 공장에 있고, 시청에서는 차량을 주지 않아 오늘도 밤늦게 까지 일해야 한다“며 모든 팀원들에 대해 "모두가 신제주 지원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사장은 ”지역별로 일이 끝나면 모두 신제주 곳곳을 다니며 음식물쓰레기를 보이는 대로 다 수거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원을 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 우리가 맡은 지역은 1개의 민원만 생겼으며 곧 민원해결이라는 카톡이 떴다.

우리 팀원은 3명이 함께 일했다.

기사와 미화담당인 2명.

친구사이인 이들 김진형과 고봉만은 마음이 잘 맞았다.

대형버스를 운전하던 고 선생은 특히 운전을 잘했다.

만약 김진형과 둘만 일을 계속 했다면 절대로 오전 중에 일을 마치는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

고 선생이 운전을 잘해 준 덕분에 요즘은 계속 오전 중에 일을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일을 하다보니..

수거통을 안쪽으로 끝까지 밀어내지 않아 쓰레기가 들어가면 안되는 곳에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

일요일에 일을 했던 직원이 이를 모르고 10번 이상 그쪽으로 쓰레기를 담아버린 모양이었다.

문을 열고 보니 쓰레기가 들어가면 안 되는 곳에 음식물쓰레기가 한 가득 담겨져 있었다.

예전에도 한번 이런 일이 있어서 사장이 직접 다 끄집어 냈었는데..

이곳에 쓰레기가 떨어지면 일일이 손으로 다 퍼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엄청난 양이 들어가 있어 도무지 손을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매립장으로 올라가 대청소를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뒤처리가 쉬운 일이 아니라 걱정은 됐지만 어쩌랴..

그리고 내일부터는 우리 차량이 갖고 오는 음식물쓰레기 반입을 못하겠다고 한다는데..

이 문제도 잘 해결이나 될 수 있을지..

   
 

 

하루하루가 긴장과, 쓸데없는 업무 외의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건강이 점점 나빠질 정도다.

모든 일이  명령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쓰레기섬으로 변하는 날이 멀지 않았다는...

참으로 무서운 일이 도사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신제주지역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아직도 문제가 많은 실정이다.

회사에 나와 일하는 중에 사장이 "저녁에 모두 모이라"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사장은 ”현재 맡고 있는 노형 연동지역 수거구역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전했다.

”신제주지역 민원발생이 끊이지 않아 시청에서는 빨리 포기를 하던지 잘 하던지 선택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사실 그동안 음식물쓰레기 수거는 환경미화원 노조에서 맡아 왔다고 한다.

”민간위탁을 하게 되면서 일자리를 잃게 된 전직 미화원들이 업무 인수인계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는 설도 있고..

”다시 그 일을 하고자 더욱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지만 확인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정황상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결국 회의에서는 ”신제주 지역을 포기하고 구제주쪽만 맡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문제는 이미 직원들과 맺은 계약서였다.

함께 일을 하기로 결정된 이상 업무를 계속 진행해야 하는데, 중간에 일을 그만 두게 되면 그동안 뽑아 놓은 사람들이 문제였다.

사장은 ”남는 인원은 구제주 쪽으로 돌려 4일이나 3일씩 나눠서 일을 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업무에 투입할 수도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도 했다.

”지금도 시청과의 변수는 남아있다“는 것이 사장의 이야기였는데..

그건 ”신제주지역 일부는 떼어주고 나머지를 맡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제안이 오면 해야한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었다.

이날 비로소 나는 정말 피곤을 느꼈다.

꼬박 3주간 정신없이 시작했던 환경미화원이라는 직업..

이 세상에 고상한 일은 없다.

이 세상에 우아한 일도 없다.

모두가 열심히 자기의 생활을 할 뿐이다.

다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그게 어떤 일이건 신성하고 고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은 수준이 높고 어떤 일은 수준이 낮은 일이라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모두가 똑같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며 그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기자는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동안 새벽에 만나는 모든 식당과 업체에서 그런 일의 숭고함을 느꼈다.

그들의 노력..그들의 분투..그들의 삶의 현장을 어느 누구도 폄훼하거나 폄하될 수 없다는 것.

우리는 모두가 다 고귀한 존재들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기자는 이날 처음으로 몸이 피곤했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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