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당신들처럼 처자식이 있는 가정을 꾸리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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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당신들처럼 처자식이 있는 가정을 꾸리고 살아갑니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19.03.11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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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20)기자가 직접 민간 환경미화원으로 취직해 일해 보니..
 

 

음식물쓰레기 환경미화원으로 일을 시작한 지 3주째가 되자 몸이 많이 지쳤다.

마지막으로 일을 했던 1월30일은 몸과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고생한 보람도 없이 일은 빼앗겼고, 이제 곧 설날이 다가오는데 다른 직원들은 또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컸다.

환경미화원은 생각보다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고 봉급을 월등하게 많이 받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다들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기에 그 추운 새벽에 일을 하러 나오는 것이다.

기자가 아는 한 그들에게는 편법이 없었고, 잠시의 쉬는 여유도 없었다.

오직 빨리 일을 마치고 집에 가자는 것이 제일의 목표였다.

나는 환경미화원을 존경하기로 마음 먹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우리가 사는 이 사회를 위해 남모르는 노력을 하는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1월30일 제주국제부두를 마지막으로 찾은 날..

새벽 하늘에서는.. 빨갛게 태양이 뜨고 있었다.

사진을 찍고 보니,,하와이의 그 태양보다도 더 아름다운 아침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 기사는 기자가 직접 취직을 해서 체험한 민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 일지다.

매일 새벽 4시30분부터 시작되는 이 일을 하는 동안 기자는 단순노동이었지만 제주도의 심각한 환경문제의 현실을 직시했다.

특히 원희룡 제주도정이 현실을 모르는 저급한 도정 운영방식도 새롭게 알게 됐다.

현장을 모르고 책상머리에서만 지시를 내리는 공무원(제주시청 생활환경과)들의 실태를 보면서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도 했다.

이 모두가 제주도정을 이끌고 있는 원희룡 지사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 대한 내용은 알고는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점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런 식으로 제주도정을 운영한다면 제주환경의 앞날은 암울하고 발전가능성도 없고 해결방안도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점이다.

본지는 기자의 민간 환경미화원 경험을 토대로 이같은 제주환경 문제의 현실을 지적하면서, 원희룡 제주도정의 환골탈태하는 변혁을 촉구한다는 차원에서 연재를 계속 한다.

 

 

2019년 1월29일 화요일, ‘분뇨수거 차량도 해결하지 못하고..’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들어간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였다.

결국 새벽에 출근해 보니.. 분뇨를 처리하는 00환경 분뇨차량을 불러 처리하기로 했다고 한다.

뒤에 잘못 들어간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서였지만 분뇨를 처리하는 담당기사는 ”음식물쓰레기라 분뇨차량으로는 처리가 어렵다“고 했다.

”분뇨수거차량은 물을 빨아들이는 기계라 음식물찌꺼기는 처리를 못한다“는 얘기였다.

더욱이 ”분뇨를 처리하는 곳에서도 이 음식물쓰레기를 받아주지 않아 어렵다“는 말이었다.

결국 새벽 일찍 우리를 도와주러 왔던 기사는 그냥 돌아갔다.

김진형은 ”준설차를 빌려 처리하는 수 밖에 없겠다“고 했다.

아는 후배에게 전화를 하더니.. 금,토,일 중 하루 중에 처리할 수 밖에 시간이 없다고 하여 우리는 그냥 그 상태로 업무에 나서기로 했다.

오늘도 신제주 지역에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이 왔지만 우리 팀은 갈 수가 없었다.

이미 몸은 지쳐, 더 이상 버틸 힘이 우리에게도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점심을 먹고 나는 회사로 돌아왔고 ..

3명 모두 지원을 나가지 않기로 했다.

지역도 모르고..모두가 지쳐있기 때문이었다.

 

 

2019년 1월30일 수요일, ‘운명의 날이 드디어 도래하다’

 

내일 제주에는 많은 비와 중산간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가 나왔다.

다음 날(31일) 눈이 오면 우리 팀은 작업을 할 수가 없게 된다.

눈이 쌓이면 모든 수거차량이 동산을 올라갈 수 없어 다른 차가 뒤에서 밀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 긴장했다.

우리 팀은 ”아예 오늘 모든 수거지역을 남김없이 다 돌아 모든 수거함을 미리 다 정리하자“고 결정했다.

두 번 정도 왕복하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정성을 쏟아 모든 수거를 모두 끝낸 시간이 오후 4시경..

우린 그때야 편안하게 늦은 점심을 먹었다.

두 번 매립장으로 올라가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내일은, 만약 민원이 생기면 눈이 없는 오후부터 움직이기로 했다.

비를 맞으며 이 일을 할 수는 없었고, 눈이 온다면 초보라 더욱 위험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전 준비를 다 마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민원이 생겨봐야 2-3군데..

그런 곳은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곳이다.

그런 식당에서는 매일 쓰레기를 치워주지 않으면 계속 일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툭 하면 민원을 올리지만 미리 정리를 했기에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오랜 만에 내일은 편한 하루를 보낼 것이지만..

 
 

문제는 저녁에 터졌다.

사장이 긴급회의를 소집하더니..

”시청에서 처음에는 신제주 지역만을 포기하라고 하더니 지금은 하려면 두곳 다 하고 못하면 둘다 하지 말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정성을 쏟았던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 판이었다.

시청직원과 사장의 메시지 주고받은 내용을 읽어보니..

사장은 시청직원의 말을 잘못 해석하고 있었다.

사장은 ”지치고 피곤하고..일은 많고 인수받지 않은 지역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는 중에 마치 ”일이 너무 힘들어 하지 못 하겠다“는 투의 말로 답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장에게 이에 대해 물으니.. ”그건 우리의 입장을 하소연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내용은 그게 아니었다.

일을 못하겠다는 것으로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답변을 계속 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더 큰 문제는..

시청에서 ”돈을 주지 못 하겠다“고 한 부분이었다.

매시지내용을 보니..

”청구하면 그동안 일한데 대한 돈은 주겠다“는 내용인데 사장은 ”돈을 주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결국 담당직원에게 ”확인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내일 모레가 설날인데..그동안 죽도록 고생했던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기에..

”사장 개인돈이라도 주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사장은 ”그렇게는 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겨우 연결된 담당직원과 통화를 해 보니..

”돈 지급부분에 대한 공문을 받지 못했다“며 ”내일 아침 일찍 팩스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공문을 전달해야 할 직원이 담당직원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공문을 맡겨버려서 생긴 일이었다.

우리는 이날 회의 중에 몇 번이나 고성이 오가는 논쟁을 했다.

문제는 직원월급 때문이기도 하지만..”정식 광고를 통해 뽑은 직원들은 어떡할거냐..“가 큰 문제였다.

”더욱이 죽도록 고생한 보람도 없이 월급도 안주고 만약 일까지 빼앗겼다는 얘기를 들으면 난리가 날거다.“

”내일 일찍 시청에 가서 돈부터 꼭 받아 와라.“

”돈을 줄때까지 시청에 앉아서 꼭 받아오라“고 전했다.

 

 

기자는 지난-3주가 조금 넘은 기간이었지만 인생 최고의 경험을 해봤다.

어쩌면 정말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다.

힘든 일을 직접 해 보면서 ”이것도 사회를 위한 봉사다..“ 생각하니 새삼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우리는 당초 두 달이나 세달 정도 일을 해보려고 했지만 한달도 안 돼 일을 모두 빼앗기고 말았다.

민간위탁으로 업무를 넘겼지만 일부지역은 제대로 인수인계가 되지 않는 부분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사장 말에 따르면 ”당초 맡은 지역과 맡아야 하는 지역이 너무 광범위해 졌다“고 했다.

야금야금 처리해야 할 지역이 너무 넓어져 버려 제대로 처리를 할 수가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시청에서는 ”무조건 맡은 지역의 일을 처리하라고만 했다“고 한다.

처리가 늦으면 당연히 민원이 발생한다.

시청직원들은 민원인이 자기들에게 민원을 올리는 그 자체를 무척 싫어하는 것 같았다.

민원은 생기면 처리하면 되는 것이지만..

민원이 자꾸 발생하니..당초 일을 했던 노조에 이 일을 다시 맡긴다는 것이 그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노조가 싫어(?) 민간위탁을 했지만 민원이 많이 발생하자 다시 노조의 손에 일을 다시 맡긴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사장이 지적하자 시청직원이 했다는 말이 걸작이다.

 

시청 : 우리는 민원인에게 잔소리 듣는 게 가장 싫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들어보지도 못한 욕을 들었어요.

 

사장 : 노조로 가면 노조의 일은 반으로 주는데 예산낭비가 되는 거 아닙니까..

 

시청 : 우리 돈 들어가는 게 아니니 상관없지요.

우린 욕 안 먹고 편한 게 좋습니다. 그동안 수고했어요.

 

기자는 계약까지 마친 사항을 다시 원위치 시킨 제주시청의 무책임한 이같은 일처리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다음은 이날 해지통보를 받은 날 환경미화원인 우리 팀원중 한 직원이 단톡방에 올린 글이다.

기자는 이 글을 읽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시청 담당자분께 노형B 기사 김성근 입니다. 오늘부로 업무중단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시청 담당자분께

 

노형B 기사 김성근 입니다.

오늘부로 업무중단이라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네요..

 

혹시 업무량에 대해서 냉정하게 판단해보셨나요?

감히 짧은 소견이지만 기존 수거지역

한 구역을 설정은 그동안 해왔던 자료로 토대로

오랫동안 근무하셨던 분들이

근무(수거및 차량정비)

하기에 최적의 상태로 짜여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게 짜놓은 틀에 일부구역을

위탁업체라고 해서 더 떠 넘기고, 작업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용역회사 직원의 외침은

일이 숙달되지 않아서 라고 하기에는 납득하기가 힘드네요

 

일의 숙달은 시간이 지나면 충분히 해소되리라

확신합니다. 그러나 기존 수거구역뿐 아니라

추가지역 까지 수거하는것에 대해서는 업무과중으로

사고와 직결되고 그 결과는 작업당사자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잘 아실 것 입니다.

 

보통사람들은

세상에 어떤 일이든 책임감 없이 하지 않습니다.

우리도 당신들처럼 처자식이 있는 가정을 꾸리고 살아갑니다.

 

고달프고 힘들어서 짜증과 투정도 있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최소한 다음 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고 업무중단 통보를 해야 하지 않나요.

 

아무리 별 볼일 없는 용역이지만 하루아침에 베어 버린다는것은 갑질 아닌가요?

오늘도 헌 신짝 처럼 버려진 또 하나의 굴곡진

삶이 누구를 탓하고 싶진 않지만

앞으로 진행되는 업무들은 좀더 많은 생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시고 결정 해주셨으면 합니다.

 

소중한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불편한 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가정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시청직원의 답변이 이렇게 올라왔다.

 

제주시청 생활환경과 자원순환팀장 고00입니다.

 

음식물쓰레기 수거 민간위탁 업무를 이렇게 마무리하게 되어 정말 아쉽고 저희들도 고민이 많습니다. 지난 2주 동안 00환경 직원분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른 쓰레기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음식물쓰레기는 적기에 수거가 되지 않으면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불편한지 몸소 느낄 수 있는 기간이었습니다.

당초 2주간의 인수인계 기간을 00환경 사장님의 인수인계기간 연장 요청이 있어 저희들도 저희 직원 노조에 협조를 구해가며 일을 추진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거시간 지연 미수거로 인한 민원은 2주동안 저희 팀 사무실 직원 7명 모두 전화만 받고 욕만 먹다 하루를 보내게 했고 본연의 업무를 밤11시까지 야근해가며 처리하는 등 나름의 고충이 많았습니다.

보통 일주일이 지나면 민원이 줄어들기 시작해야 하는데 민원이 겹치고 겹쳐 급기야 사무실 직원이 저녁에 나가 수거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그래서 00환경 사장님께 민원처리 대책 마련을 요청하던 중이었습니다 ㅡ 인수인계기간이라 대략적으로 조정한 구역으로 물량 또한 과한 구역이 있지만 이는 민간위탁 총 구역에서 내부적으로 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사장님께 말씀 드렸구요..

그러던 중 어제 00환경 사장님께서 사업포기 의사를 공문으로 제출하여 저희들도 이것을 받아들인 사항입니다. 이 부분은 오해 없으셨으면 합니다. 00환경 측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서 월화 중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하셨습니다

해지 통보를 이제야 아시게 되서 많이 황당하시겠지만 00환경측과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이 사업을 잘 이끌어가지 못한 점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고생하신 직원 분들 건강하시고 더 좋은 인연으로 다시 뵙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사 계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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