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기준과 잣대에 맞추도록 하는 협력과 협치..한 수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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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 기준과 잣대에 맞추도록 하는 협력과 협치..한 수 아래
  • 박대문(우리꽃 자생지 탐사 사진가) |
  • 승인 2019.04.11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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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문의 야생초이야기]도움을 기다리는 세심한 배려가 일품, 앉은부채

도움을 기다리는 세심한 배려가 일품, 앉은부채

앉은부채 (천남성과) Symplocarpus renifolius

 

이른 봄,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얼어붙은 땅 위로 흙의 색깔과 비슷한 자갈색 포엽을 밀어 올리는 봄의 전령사 앉은부채의 꽃 모습입니다. 차가운 겨울 날씨를 넘기고자 모든 식물이 잎을 떨구고 따뜻한 봄 날씨를 기다리는 때에 앉은부채는 무엇이 그리도 급해 그새를 못 참고 일찍이 꽃대를 올려 추위에 떨어야만 할까? 벌, 나비도 나오지 않은 차가운 이른 봄에.

날씨가 차가워지면 세상의 온갖 것이 움츠러듭니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은 물론이요 움직일 수 없는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추위란 견디기 힘든 자연현상입니다. 동물은 추위를 피하여 이동하거나 땅속으로 들어가는 등 나름 조처를 하지만 식물은 꼼짝없이 서 있는 채로 견뎌야만 합니다.

그러나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이라 할지라도 그냥 그대로 추위를 맞이하지는 않습니다.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해야만 다음 해에 다시 생을 이어가고 대 이음을 지속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물이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스트레스는 저온과 건조입니다. 사계절이 있는 온대지역의 일반 식물은 자라면서, 계절의 변화에 따른 추위와 가뭄은 어찌할 수 없이 반복해서 겪어야만 하는 시련입니다.

겨울이 되면 상록수는 생체활동을 멈추고, 낙엽수는 잎이 지며, 풀은 줄기가 사라지고 뿌리만 남거나 씨를 남겨 다음 해를 기약하는 것이 식물의 한살이입니다. 식물의 한살이에 추위는 엄청난 시련입니다. 그러함에도 이른 봄, 차가운 날씨에 일찍 꽃을 피우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봄의 전령이라고 부르는 식물들입니다.


추위를 피해 잎과 줄기가 지고 뿌리만 남아 겨울을 보내면서 왜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서둘러 꽃을 피우는 것일까? 이른바 ‘봄의 전령사’라고 부르는 변산바람꽃, 너도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앉은부채, 현호색 등 야생초는 주로 계곡이나 북사면, 숲이 우거진 습기가 많은 곳에 자라는 식물입니다.

이들은 계곡 주변의 숲속 그늘이나 반그늘을 좋아합니다. 또한 대부분 키가 작아 땅바닥에 붙어 있으며 꽃은 작거나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무나 풀이 무성히 자라서 햇볕을 가리기 전에 서둘러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야만 합니다.

다른 풀이 무성해지고 많은 꽃이 피어나면 그 속에 묻혀버리기에 벌, 나비들이 찾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햇볕이 가려져 생존이 어렵고 꽃가루받이를 하지 못해 종을 이어갈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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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이른 봄, 숲속 그늘에서 홀로 꽃대를 올린 앉은부채

 

앉은부채는 산지의 응달, 습기 있는 곳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입니다. 이른 봄,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데, 꽃은 양성화이고 그 모양이 매우 특이합니다. 불상(佛像)의 광배(光背)를 닮은 다갈색 불염포(佛焰苞)에 싸여 육수화서(肉穗花序)를 이룹니다.

불염포는 둥근 달걀 모양의 항아리 같으며 육질이고 한쪽으로 열리며 갈색을 띤 자주색 반점이 있습니다. 이름의 유래는 꽃차례가 가부좌 틀고 있는 불두(佛頭)를 닮았고, 불염포는 그 후광 같아 보여서 ‘앉은부처’라고 불리던 것이 ‘앉은부채’로 변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벌, 나비가 나오지 않는 철이어서 악취로 파리 등 곤충을 불러들여 꽃가루받이합니다. 영명(英名) skunk cabbage에서 보듯이 앉은부채는 고기 썩는 냄새가 나는데 국내의 종은 냄새가 심하지는 않습니다. 뿌리의 유독성이 강한 식물로 한방에서는 줄기와 잎을 구토제, 진정제, 이뇨제로 씁니다.

앉은부채 꽃은 불염포(佛焰苞)라고 하는 자주색 반점의 꽃싸개 안에 마치 수류탄과 같은 모양의 꽃차례를 이루고 있습니다. 땅에 바짝 붙어 있는 육질의 불염포 안에 꽃이 있어 꽃은 밖에 드러나지 않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4개의 꽃잎은 밀집하여 거북이의 등처럼 보이고 4개의 수술에 황색의 꽃밥이 있습니다.

벌, 나비가 없는 이른 봄이라서 고기 썩는 냄새로 파리를 유인한다고 하는데 냄새도 별로 없는 국내 종은 어떻게 파리나 개미를 유인하여 꽃가루받이할 수 있을까?


땡볕 더위에 지친 나그네의 쉼터는 시원한 그늘 밑이고, 찬바람 몰아치는 차가운 날씨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따뜻한 곳이 가장 바라는 좋은 쉼터가 아니겠습니까? 앉은부채는 눈이 채 녹기도 전에 자기의 체온으로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을 피웁니다.

육질의 불염포 안에서는 꽃대에 저장한 녹말을 분해해 산소호흡을 하는데 이때 열이 발생하고 불염포가 외부 찬바람을 차단하니 방 안에 난로를 피워둔 것처럼 꽃이 있는 불염포 안의 온도가 바깥 기온보다는 낮게는 3℃ 높게는 14℃나 더 따뜻하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 결과 아무리 대기 온도가 영하로 낮아져도 꽃 안은 따뜻하니 추위에 떨고 있는 파리, 거미, 개미에게는 얼마나 쾌적하고 안락한 쉼터가 되겠습니까? 꽃 안에 들어온 파리, 거미, 개미가 나갈 줄 모르고 오래 쉬면서 머무르니 꽃가루받이는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곤충을 유인하여 수정하기 위한 앉은부채의 생존전략입니다. 파리, 개미의 도움을 받기 위한 세심한 배려요 최상의 서비스입니다.

차가운 겨울 날씨에 안락하고 따뜻한 쉼터를 제공하며 편히 쉬었다 가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레 꽃가루받이를 완벽하게 성사시키는 앉은부채의 처세가 지혜롭습니다. 꽃가루받이의 도움을 받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일품입니다.

앉은부채의 꽃을 보며 상대에게 별스러운 도움도 주지 않고 협력과 협치라는 이름으로 한쪽만의 일방적 기준과 잣대에만 맞추도록 도움을 요청하는 요즈음의 사람 사는 세상이 식물의 세계보다 한 수 더 아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9. 3. 13 경기도 천마산 칠현 계곡에서)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의 글은 어디에도 발표되지 않은 필자의 창작물입니다.
자유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필자소개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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