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나도 갈수 있다.."(17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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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나도 갈수 있다.."(17차)
  • 김병억
  • 승인 2019.04.1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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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종주기) 17차 선계로 가는 길없는 길
 

 

17차 선계로 가는 길없는 길

1. 개요

이번 산행은 백두대간의 수많은 길 중에서도 세 번째로 멋지고 두 번째로 어렵다는 속리산 문장대 구간이다. 해발 1000미터의 고봉들이 줄지어 있는 속리산은 그야말로 속세를 떠난 신선들이 살만한 곳이었다.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수많은 길이 있지만 신선을 만나려면 길 없는 길로 가야한 한다. 그리고 우리는 신선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노닐었던 산과 계곡을 보며 한 없는 자유와 가슴 벅찬 희열을 느꼈으니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길의 이름은 ‘선계로 가는 길 없는 길’로 정했다.

 

2. 길 따라 가다보면

이번 산행은 처음으로 무박2일 일정으로 가게 된다. 잠도 못자고 장장 12시간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긴장했는지 전날에도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무박산행을 이 나이에 하다니...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11시30분에 양재역을 출발해 속리산에 도착하니 새벽 2시가 조금 넘었다. 버스는 3시까지 불을 끄고 대원들이 쉴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두 시간 정도 깜박 잠이 들었는데 깊은 잠을 잤는지 깨어 보니 개운한 느낌이었다. “그래 이 정도면 갈만 하겠어~^^” 속으로 안도했다.

 
 

밖에 나가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신발끈을 단단히 묶었다. 잠시 후 3시가 되어 일행은 다시 버스에 올라 500미터를 옮겨 오늘의 출발지에 도착했다. 하늘에는 달이 떠 있고 사방은 칠흑같은 어둠이다. 모두 헤드 랜턴에 불을 켜고 앞사람만 바라보며 길을 걸었다.

맨 앞에 홍대장님은 처음에는 반대방향으로 길을 잡았다가 ‘여기가 아닌가봐~’ 하며 되돌아 내려오고 다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다 보니 맨 마지막이 갑자기 선두로 바뀌는 일이 계속 생기고~ㅎㅎ

중간에 더워서 겉옷을 벗느라 잠시 쉬었고 갈 길이 먼 만큼 서둘러 앞으로 나섰다.

 

세시간 정도 이렇게 숨 죽이며 앞사람만 바라보고 걷다보니 6시 20분에 주변이 희미하게 밝아져 왔다. 저 멀리 캄캄한 어둠 속에 가려졌던 산봉우리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는 어느 덧 속리산의 중턱 쯤 되는 곳에 와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웅장한 바위로 이뤄진 산정상이 뚜렷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6시 45분에 처음으로 작은 바위구간을 만났다. 그런데 선두에 있어야 할 순둥이님이 이곳에서 우리를 기다라고 있었다. 바위를 오르기가 힘들어서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 순둥이님의 희생(?. 현순님은 알 것이다)으로 우리는 무사히 이 구간을 오를 수 있었다. 자일과 구멍을 통해 오르고 나니 어느새 산 중턱에 도달한 느낌이다. 좌우로 우뚝 솟은 암봉들이 장관을 이룬다.

 
 
 

그리고 다시 1시간 정도 올라가니 7시40분에 거대한 바위 덩어리가 우리 앞을 가로막았다.

오늘의 최고의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서 많은 시간이 지체됐다. 30여미터 정도 되는 큰 바위를 기어올라야 했는데 초입에서 밧줄도 없이 2미터 정도 높이를 올라가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여기에서 여성 대원들이 많이 힘들어 했는데 이 장면을 현상님이 한 사람 한사람 모두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아래에서 대기하며 사진을 찍어주셨다. 정말 감동적인 장면~^^

이 난 코스를 오르고 난 후 다시 30여분을 더 올라가니 8시 10분에 30여미터 정도 그늘진 곳에 얼음이 얼고 그 위에 눈이 덮여있어 매우 미끄러운 구간이 나왔다.

 
 

다행히 선두에서 자일을 묶어줘서 그것을 잡고 오를 수 있었다. 나도 조심조심 자일을 잡고 오르고 있었는데 나보다 한발 앞서간 금천도랑님이 갑자기 아이쿠 하면서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언덕을 다 올라가서 자일을 놓고 앞으로 발을 딛었다가 미끄러진 것이다.... 이 사고로 얼굴을 긁히고 말았다... 큰 부상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지만 너무 안타까운 사고였다...

나도 이 구간을 오르며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지만 다행히 엉덩이로 미끄러지고 아래에 있던 길동무님이 잡아주신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는~~ㅋ

이렇게 악전고투하며 우리는 8시35분 마침내 문장대에 도착했다. 날씨가 흐려서 일출을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저 멀리 바라다 보이는 속리산의 암봉들은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법주사 쪽에서 문장대를 몇 번 와보긴 했지만 반대편으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더 큰 감동이 와 닿았다.

 
   

문장대라는 글이 새겨진 표지석에 와보니 벌써 선두는 문장대에 올라 기념촬영을 마치고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문장대로 오르는 철재계단으로 향했다. 언제 와 봐도 문장대가 주는 장엄함은 변함이 없다. 발 아래로 보이는 수많은 봉우리와 넓은 골짜기를 가슴에 가득 담아 본다. 잠시 풍경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은 우리는 아래에서 내려오라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기념촬영을 마치고 표지석 근처에 있는 나무 식탁과 의자에 앉아 늦은 아침식사를 나눴다. 날씨가 흐리고 바람도 불어서 더웠던 몸이 식으니 조금 추위가 느껴졌다. 서로 가져온 반찬을 나눠먹으며 힘들었던 새벽산행을 이야기 한다. 이곳 김천이 고향인 금천도랑님은 속리산에 자주 와봤지만 암벽구간은 처음이었다며 그 오묘한 매력에 푹 빠진 듯 했다.

 
 

식사를 마치고 선두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후미는 우리가 식사를 마칠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30분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 차이가 많이 벌어진 듯 했다.

우리도 9시25분에 속리산의 능선을 향해 출발했다. 능선의 그늘진 곳은 아직 눈과 얼음이 녹지 않아서 매우 미끄러웠다. 신선대를 거쳐 천왕봉까지 긴 능선구간은 커다란 바위들로 이뤄졌는데 홍대장님은 이곳이 백두대간 59개 구간 중에 세 번째로 경치가 좋은 곳이라고 말씀하셨다. 대신 어렵기로는 두 번째라고 했다. 어려우면서 환상적인 곳 그래서 신선들도 이곳에 머물며 놀았던 모양이다.

문장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신선대가 있었다. 이곳에는 9시55분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매점이 있었는데 막걸리를 팔고 있어서 몇분은 막걸리를 한잔씩 하고 떠났다. 신선대 바위 위로 올라서 다시 지나온 길을 찾아봤다. 저 멀리 문장대가 보인다. 시간은 벌써 많이 지났다. 아쉽지만 신선대를 뒤로 하고 다시 천왕봉을 향해 떠났다.

 

능선을 가다보니 고릴라바위라는 곳을 만났다. 시간은 10시30분. 아래에서 보니 정말 영락없는 고릴라의 옆모습이었다. 그래서 한 사람 한사람 그 아래에서 시진을 찍었다. 그리고 20여분을 더 가다보니 큰 바위가 뒤엉킨 터널 같은 길이 나온다. 지리산의 통천문보다 더 큰 규모의 바위틈이 나타난 것이다.

속리산 능선길은 해발 1000미터에 달하지만 높낮이 차이가 심하지 않아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또 경치가 일품이라 잠시잠시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힘든 발걸음도 다 잊게 만들었다.

11시 20분에 도착한 천왕봉 정상은 의외로 소박했다. 정상을 가리키는 표지석도 50센티미터 정도에 불과해서 앉아서 끌어안으면 품안에 쏙 들어올 정도였다. 이곳에서 우리 일행은 잠시 자리를 잡고 앉아 가져온 막걸리를 나눠 마셨다.

이곳에 모인 사람은 현상님과 수원짱님 금선어님 현순님 금천도랑님 길동무님...

천왕봉을 떠나면 이제 계속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처음엔 가파른 길이 얼어 있어서 위험해 모두 조심조심 난간을 붙잡고 내려갔다.

그 다음부터 내려가는 길은 험하지 않았지만 워낙 장시간 산행을 하다 보니 다리도 힘이 빠지고 암벽을 붙잡고 오르느라 팔과 어깨도 힘이 풀려 쉽지 않았다.

이렇게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우리보다 조금 앞섰던 중간팀과 만났다. 이곳에 모여 기념촬영을 마치고 땅바닥에 주저 앉아 잠시 쉬었는데 다시 일어지 못할 것처럼 다리가 뻐근했다.

저 멀리 보이는 것이 천왕봉이다.

 

중간팀은 우리보다 먼저 출발하고 잠시 후 우리 일행도 뒤를 따랐다. 또 한참을 가다보니 선화님이 길 가운데 앉아 과자를 먹으며 쉬고 계셨다. 우리에게도 하나씩 건네줘서 받아 먹은 다음에 함께 걷는다. 그러다가 선화님이 낙동정맥 이야기를 하셨는데 금선어님이 4월 중순부터 낙동정맥에도 가보겠다고 하는 것이다. 선화님이 너무 좋아하며 반기셨다. ㅎㅎ 낙동정맥 총무를 맏고 계시니 당연한 거지만~^^ 이렇게 두 분이 한참을 낙동정맥 산행 이야기를 나누고...

길은 정말 지루했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고 이제 끝인가 했더니 또 올라가고 현순님이 “10분만 가면 된데요” 했었는데 무려 한시간을 더 가도 끝이 안났다. ㅋ~

그러다가 1시50분에 마지막 갈림길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또 중간팀을 만나 기념촬영을 했다. 이번 산행에서 첫 무박을 한 사람이 셋이었다. 나와 현순님, 그리고 누구도님... 누구도님은 후미에 남아서 나와 현순님이 첫 무박산행을 기념하며 한컷 촬영^^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또 길 없는 길을 내려갔다. 이 길은 등산코스라 아니다보니 잡목과 산딸기나무가 무성해서 아주 불편했다. 또 아름드리나무들이 쓰러져 길을 막아 여러번 나무를 타고 넘어야 했다.

 

이렇게 인적 없는 길을 한참 내려가니 넓은 공터에 바위들이 널려 있었다. 무언가 했더니 이곳에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했던 것 같다. 큰 바위로 축대를 쌓고 그 위해 평평한 대지를 조성해 놓았다. 그런데 중간에 포기했는지 더 이상의 작업흔적은 없었다. 이 깊은 골짜기까지 누가 오겠나 하는 생각이 드니 누군가 과욕을 부리다가 포기한 듯 했다. 산 좋고 물 좋지만 너무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이다.

집터를 지나니 바로 자동차가 다닐만한 비포장도로가 나왔다. 아마도 작업장을 오가던 차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길인 것 같았다. 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가니 저 멀리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개울가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간은 2시40분. 이제 마을이 나올 듯한 분위기다. 소나무를 돌아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기서부터는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가 시작됐다.

그리고 저 멀리 자동차가 다니는 큰 도로가 보인다. 양 옆으로 밭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10여분 정도 걸어가니 마침내 버스가 보인다. 너무 반갑고 또 한편 해냈다는 대견함에 가슴이 뿌듯해 진다. 무려 11시간 반의 긴 산행이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우리는 후미와 너무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버스에서 기다리지 않고 먼저 식당으로 출발했다. 버스는 우리를 내려놓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로 하고. 식당이 있는 곳까지는 버스를 타고도 10여 킬로미터를 더 가야했다. 마침 장이 서는 날인 모양이었는데 왠지 분위기가 썰렁했다.

우리는 닭볶음탕을 하는 식당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했다. 맛있게 먹고 일어서려니 갈 곳이 없다. 버스가 후미를 태우기 위해 가버린 것이다. 그래서 다시 식당에 자리를 잡고 술을 한진씩 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러다 보니 후미가 도착하고 우리는 일어서 자리를 비켜주고는 버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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