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땅..아름다운 평화의 마을 ..강정
상태바
비운의 땅..아름다운 평화의 마을 ..강정
  • 고현준 기자
  • 승인 2009.09.23 0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에서 사라지는 아름다운 환경 2)아직도 투쟁중인 강정마을에 가다


 



백록담에서 발원한 물이 시원한 계곡이 되어 맑게 흐르는 곳.
여름철에는 시민들의 휴식처로, 은어를 잡는 즐거움으로 호연지기를 기르게 해 주는 곳.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건설로 그 아름다움을 잃게 됐다.
강정해안을 가득 메운 ‘해군기지 반대’ 깃발이 온 동네에 넘쳐나고 주민들은 해안가에 쳐 놓은 천막에서 무언의 시위를 하고 있는 곳.
2009년 9월19일 강정은 아직도 투쟁중이다. (편집자주)


멀리 월드컵 경기장이 보이고 바로 코앞에 범섬이 펼져져 태평양 물결이 넘실대는 강정해안.
평화로운 강정포구는 바람에 나부끼는 '해군기지 반대' 깃발과는 상관없이 거대한 파도가 넘쳐나고 있었다.
올레7코스인 이곳을 지나는 많은 올레꾼들이 깃발 사이로 불안한 발걸음을 옮긴다.


해안가 위로는 대규모 화훼단지가 만들어져 있어 농로를 따라 촌로가 경운기를 타고 좁은 길을 달리고 마을 아낙은 하우스에 앉아 씨를 뿌리고 있다.
강정마을은 그렇게 평상시의 평화로움을 지켜내고 있었다.


해안가로 들어서면 거대한 용암바위들이 태평양물결을 견뎌내기라도 하듯 탄탄한 질감을 자랑한다
그 가장 중심에 마을주민들이 만들어놓은 천막과 평상이 놓여있고 안에는 텐트가 쳐져 잠도 자도록 준비돼 있다.
취사도구도 물론 당연히 놓여 있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한 주민은 “앞으로 어떻게 할거냐?”는 물음에 “글쎄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되묻는다.
답답함이 묻어있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 거친 바다의 거대한 물줄기를 어떻게 막으며 어디서 이곳을 채울 흙이 있느냐?”며 공사에 대한 걱정부터 늘어놓았다.


마을주민들이 시간이 될 때마다 교대로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한 주민은 주민 누구나 적극적으로 이곳을 지키는데 한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정주민들을 뒤로 하고 올레길을 가로질러 강정천에 다다르니 예의 그 맑은 물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며 반긴다.
한라산에서 발원돼 서귀포시민들의 휴식처로 만들어 주는 곳.


“물은 언제나 흐르는 계곡이지만 천둥이 쳐서 소리가 크게 나야 막혔던 샘이 나온다”는 강정천은 제주에서 유일하게 은어가 잡히는 곳이다.


이곳 또한 올레길과 연결돼 있어서 맑은 물줄기를 따라 많은 올레꾼들이 올레탐방을 즐기고 있었다.
소나무밭을 지나면 해안초소가 나오고 곧 제주도 용암바위를 치고 오르는 바다와 만난다.


멀리 마을초소가 보이는 이곳은 용암괴석들이 즐비해 지켜야할 제주환경100선에 뽑아도 무난한 곳이었다.
강정은 평화로운 해안마을을 갖고 있지만 해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동네 전부가 배후신도시로 만드는 종합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강정해안은 물론 강정마을까지 개발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도 최근 이곳에서 멸종위기 동식물들이 발견됐으나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빠져 있다며 재조사를 촉구하고 있는 상태.


강정은 투쟁중이지만 해군기지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장담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해군기지 건설이 기정사실화되고 이제 공사착공에 들어가면 강정해안의 아름다움은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다.


제주에서 사라지는 아름다운 환경의 한 모습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