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은 지구의 타임캡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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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은 지구의 타임캡슐입니다"
  • 고현준 기자
  • 승인 2009.10.22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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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김찬수 박사


"한라산은 지구차원의 타임캡슐입니다. 1만 년 전 빙하기 때 내려온 종들이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돈내코 등산로 개방은 생태를 아끼는 입장에서 보존보다 활용에 치우친 느낌이 들어 서운한 일입니다"

30여년 이상을 한라산 식생과 유전자원 보존에 힘써 온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산림연구소 김찬수 박사는 "제주도의 환경정책은 현장감이 부족한 이론에만 너무 접근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찬수 박사를 통해 제주도의 기후변화 대응과 한라산 식생문제 등 제주환경을 위한 여러 대책들을 들어봤다.

 

 

 


-난대산림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난대림의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의 모델을 개발하고 개량종자 생산 공급 및 난대수종 보육 개발 생물다양성과 산림유전자원 보존 및 자원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국립산림과학원 내에 광릉과 전주 제주 3곳 밖에 없는 곳이지요. 제주도의 다양한 산림 내의 여러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연구하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얘기들이 많습니다. 환경정책에 대한 변화가 있는 지...

"제주도는 기후변화 대응 시범도입니다. 환경부와 업무협약이 돼 모범적이고 선도적으로 잘 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사업이 있지만 탄소저감 정책을 꾸준히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태분야는 이론적인 연구에 치우친 감이 있어 좀 아쉽습니다.

제주도만의 특별한 사항이 반영돼야 하는데 폭넓은 분야를 이론적으로만 접근하는 것 같아 구체적인 사례 연구를 통해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도는 바다와 한라산이라는 중요한 기후변화의 지표가 있습니다. 현장감이 좀 부족하기 때문에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이 모자라다는 느낌이 들지요"

-기후변화에 따른 한라산의 식생에 변화는 많은 지..

"굉장히 많습니다. 우선 적설기간 자체의 변화가 큽니다. 한번 눈이 쌓여서 지속되는 기간과 눈의 깊이에 변화가 많습니다. 이게 변하면 식생에 변화가 많아지는 겁니다. 눈이 쌓이면 생리적 활동이 줄고 눈이 녹으면 생물상의 활동이 많아지기 때문이지요.

이런 변화로 인해 구상나무숲의 활력이 떨어지고 고사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산식물은 빙하기때 내려온 식물입니다. 이런 식물들이 없어지고 온대식물들이 많아져 가고 있지요. 구상나무 등 고산식물 자생지가 축소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따른 대책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는 지...

"아직까지 세계적인 대책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입니다. 관찰의 방향은 최종 목표가 진짜로 바뀌고 있느냐를 알아내는 겁니다.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를 알아내 기후변화 대응도 여기에 맞춰가는 겁니다. 미국 영국 한국이 다 하는 일입니다. 노르웨이 스발마루군도에 가면 세계위기종들을 저장하는 곳이 있습니다.

 제주에도 저장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의 역할은 변하지 않도록 하거나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일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사라지는 종들에 대해 보존가치가 있느냐의 판단을 하는 것이지요, 지속적인 복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대책을 세우는 것입니다. 대책을 수립하는 그 자체가 대책입니다"

 


-한라산 식생의 중요성은 ..

"한라산 식생은 일단 우리나라에서 한라산에만 있는 종이 많다는 것입니다. 환경이 한라산에 있는 것이지요. 학술적으로 보면 1만년-1만4천년 전 빙하기때 내려와 남아 있는 종들입니다. 한라산의 이런 식생은 우리나라의 종 다양성을 풍부하게 하고 자원을 풍족하게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과거 지구차원의 진화단계를 타임캡슐처럼 갖고 있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곳입니다"

-제주도 환경정책에 대해 조언을 한다면...

"특히 한라산 식생에 관해 세계자연유산이며 국립공원이고 생물권 보전지역에 관계된 얘기지만 진짜 보존노력을 최선을 다해 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서귀포지역 일부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돈내코 등산로 개방요구를 한다고 해서 특별한 조치없이 개방하는 것 이해가 안 됩니다.

부수적 조건인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나 식생보호와 탐방객들의 안전을 포함한 대책들이 다 구비됐느냐 하는 것이지요. 조건이 안된 상태에서의 개방은 한라산이라는 중요한 생태공간을 보존하려는 노력보다 유권자들의 요구에 의해 보존보다 활용을 더 앞세우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생태를 아끼는 시각으로 보면 이런 것들은 서운한 부분입니다. 한라산 보호의 주체기관은 제주도가 갖고 인력과 여건을 최대한 발휘해 한라산을 진짜로 보호한다는 인상을 도민사회에 심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계획하는 과제나 계획이 있다면..

"제주지역의 잠재적 가치가 높은 유전자원 확보와 연구보존 외에도 제주지역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속적인 산림연구를 하는 것입니다. 훌륭한 생태공간을 확보해 제주도민에게 제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려니숲길처럼 산림은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모델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제주지역의 유전자원을 많이 수집해 연구하고 가치를 높이는 것 그리고 그 연구를 심화시켜 나가는 일이 과제이며 계획입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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