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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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의 첫 만남을 기억하자
  • 신혜선
  • 승인 2009.11.2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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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서귀포시 건설교통과)


신혜선(서귀포시 건설교통과)
2005년 9월 신규발령을 받고 직장인이 되었다는 기쁜 마음에 제일 가지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자동차였다. ‘중고면 어떠랴’ 내 이름 석자의 재산이 생긴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나 역시 모두 다 그런 것처럼 대부분의 사회초년생들이 꿈꾸는 것은 차량구입이 아닐까 싶다.

차를 구입하여 기분이 울적할 때 한겨울 바닷가를 홀로 쓸쓸하게 달려가기도 하고 주말이면 친구 또는 애인과 함께 어디든지 놀러갈 수 있다는 로망이 우리에겐 있다.

내 자동차라는 것에 잠깐이나마 신분상승의 기분을 만끽하며 자동차의 소중함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된 자동차와의 인연이 마냥 계속 좋지만은 않다.

『자동차등록증』이라는 종이 한 장은 자동차 소유자에게 ‘우리의 소중한 만남이 이루어졌으니 이제 나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지 않겠니?’ 라는 표정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예쁘고 품질 좋은 자동차를 비싼 가격에 주고 사서 잘 타고 다니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이 『자동차 등록증』이란 것에는 그것 이상으로 중요하고 많은 정보가 있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 나 이런 차라고 하오’라고 내미는 자동차에 대한 증서 또는 2년에 한번 자동차 검사 받을 때 가지고 가는 정도의 것으로 생각했지만 자동차등록증 뒷면에는 우리의 관심 밖 대상이지만 꼭 알아야 할 중요한 것들이 빼곡히 적혀져 있다.

‘자동차 소유자 유의사항’이라는 무시무시한 문구를 과태료가 부과되기 전까지는 무시한 채 지내다가 과태료 고지서를 받게 되면 그때서야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그 당시에는 없었던 내용들이 순간적으로 누군가가 써놓고 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2년에 한번 정기검사는 물론이고 책임보험 가입의무를 하루라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몰랐던 민원인들의 항의 전화를 받을 때면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는 나의 입장도 참 곤란하고 속상하다.

나 역시 자동차등록부서에 근무하기 전에는 몰랐던 내용들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생각지도 못했던 과태료 고지서를 받는 민원인들이 당황스러웠을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등록증 뒷면의 내용을 잘 보았더라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을...

자동차 번호는 잘 나왔는지, 내가 이차 주인이 맞는지 하는 사항만을 보길 원했을 것이고 그 당시 우리들의 눈에는 그것만이 클로즈업되어 들어왔을 것이다.


자동차등록담당부서에 근무하며 자동차등록원부를 살펴보다 보면 주차위반, 과속주행, 검사 및 책임보험 지연가입 과태료 체납으로 압류 등록이 되어 등록원부가 누더기처럼 너덜너덜 해진 것을 참 많이 보게 된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압류등록이 되어있는 차량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는 자동차 주인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소외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정도가 되면 자동차와의 첫 만남에 대한 기억은 봄날 눈 녹듯이 아스라이 사라지고 자동차는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다.

요즘 자동차는 의식주와 함께 우리 삶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아니 가족이라고 말하는 게 더 나을 듯싶다.

가족에 대한 관심만큼 자동차 주인으로서의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자동차 검사는 제때 받았는지.. 책임보험은 가입하였는지...

자동차의 재산권리 행사는 소유자 자신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동차 하나쯤이야’로 시작되는 작은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는 참 편리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생명을 담보하고 있지 않은가.
어딘가에 넣어져 있는 자동차등록증을 지금 한번쯤 꺼내보고 확인해보자.


신혜선 (서귀포시 건설교통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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